"파나마가 월드컵에 간다고?"

내년 6월 러시아에서 개막하는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 파나마가 초대를 받게 됐다. 아메리카 대륙 중심부에 위치한 '파나마'는 축구팬들에겐 다소 생소한 곳이다.

파나마는 면적 7만 8200㎢로 우리 국토의 4분의 3 정도이고, 375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선을 가지고 있기로도 유명한 파나마는 축구보단 야구로 친숙한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652세이브를 기록한 전설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를 비롯해 2000년대 중, 후반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전성시대를 이끈 포수 카를로스 루이즈, MLB '전설의 강타자' 카를로스 리까지 이 들 모두 파나마가 배출해낸 '야구 영웅'들이다.

월드컵 진출... 조용했던 파나마의 밤이 바뀌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로 파나마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을 전한 BBC

월드컵 본선 진출로 파나마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을 전한 BBC ⓒ 영국 BBC


파나마 축구 국가대표팀은 11일(한국시각)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 조 10차전 홈경기(파나마시티)에서 코스타리카를 2대1로 누르고 1937년 파나마 축구협회 창립 이래 80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이뤘다.

이날 파나마시티(수도) 시내엔 파나마 국기를 들고 나온 인파와 경적을 울리는 차량 행렬로 밤새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외신들은 "불안한 치안으로 밤만 되면 조용했던 파나마 시티의 거리가 월드컵 본선 진출로 광란의 파티장이 됐다"고 전했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월드컵 진출 바로 다음 날인 1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트위터에 "역사를 만든 축구 대표팀에 감사한다. 4백만 파나마 국민의 꿈이 이뤄졌다"고 감격했다.

이 날 파나마는 전반 36분 코스타리카의 요한 바네가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날벼락을 맞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파나마를 구한 건 '두 명의 토레스'였다.

'스페인 축구스타' 페르난도 토레스와 성이 같은 가브리엘 토레스(29,시애틀)가 후반 8분 동점골을 뽑아낸데 이어 후반 42분엔 로만 토레스(31,라우산 스포르트)가 천금 같은 결승 골을 뽑아내며 파나마의 러시아행을 이끌었다. 이 날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트린 두 명의 토레스는 '파나마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해외'파 선수에 '해외' 감독... 러시아에서도 기적 이룰까

 파나마 축구대표팀의 모습

파나마 축구대표팀의 모습 ⓒ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


파나마 축구 대표팀은 거의 모든 선수들이 해외파로 구성돼 있다. 자국 리그 선수는 바르가스와 곤잘레스에 단 2명에 불과할 정도. 나머지는 미국, 페루, 루마니아, 스위스 리그 등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파나마 자국리그인 내셔널리그는 팀이 5개에 불과하고 재정적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탓에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그 평균관중도 천명을 넘지 못할 정도다.

이 까닭에 선수들이 자국 리그에 머물기보다는 일찌감치 실력을 갈고 닦아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마치 유럽의 선진 축구를 습득하기 위해 잉글랜드, 독일로 떠나는 한국축구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파나마 대표팀은 선수 뿐 아니라 감독도 '해외파'다. 파나마 축구협회는 지난 2014년 콜롬비아 출신의 하르난 다리오 고메즈(61) 감독을 데려왔다.

콜롬비아(1998)와 에콰도르(2002)의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던 고메즈 감독은 파나마 감독 부임 이후 화끈한 압박 수비 축구를 팀에 이식해 이도 저도 아니었던 파나마 축구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한국, 호주, 러시아 등을 이끌고 성공신화를 써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40위에 불과했던 '축구 변방' 파나마(현재 60위)는 이제 엄연한 러시아 월드컵 본선진출 팀이다. 3년 전 코스타리카(브라질월드컵 8강)가 그랬듯, 내년 여름엔 파나마가 중앙 아메리카 축구의 새로운 신화를 써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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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축구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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