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제7차 기술위원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제7차 기술위원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월 26일 대한축구협회는 제 7차 기술위원회를 열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을 필두로 소집된 기술위원회는 러시아월드컵 준비과정과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선임 그리고 가장 큰 화제인 히딩크 감독의 역할에 대한 회의를 나눴다. 회의가 진행된 뒤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김호곤 위원장은 회의 내용을 브리핑했다. 주 내용은 러시아월드컵 대비 11번의 평가전을 가질 것이라는 것과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에 김봉길 감독을 선임한 것 그리고 히딩크 감독과의 접촉에 대한 것이었다.

이메일이 최선이었나

히딩크 감독과의 접촉은 모두가 기대하는 내용이었다. 논란이 커진 이후 처음 치러진 기술위원회 회의였고, 대중과 축구팬 모두가 결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직접 미국 FOX TV와 해설위원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감독직에는 어려움을 표한 바 있었기에, 감독직에 대한 이야기는 없더라도 자문위원이나 기술고문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는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고, 깜짝 감독 선임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김호곤 위원장의 히딩크 감독 역할에 대한 발표는 내용이 없었다. 텅 빈 깡통도 내용이라 친다면 내용이라 할 수 있겠지만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감독과의 접촉에 대해 "히딩크 감독의 기자회견 이후 감사의 말과 함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메일을 보냈고, 답이 왔다. 하지만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없어 내달 러시아 원정에서 직접 접촉을 할 예정"이라 말했다.

이날 기술위원회의 회의에 내용이 없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히딩크 감독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기 때문이다. 협회는 공식제안을 이메일을 통해서 했다. 히딩크 재단을 통하거나 협회 내부의 연락책을 통한 직접 접촉도 아니고, 언제 답을 받을 수 있을지 확정되지 않은 이메일을 통한 접촉이었다.

협회는 분명 히딩크 감독과의 직접접촉 루트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당장 기술위원중에도 히딩크 감독에게 직접 지도를 받았던 황선홍 위원과 김병지 위원이 있다. 그리고 협회가 후원하고 있는 히딩크 재단을 통해 연락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메일을 통해 접촉을 했다는 것은 즉각 해결이 필요한 문제로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기술위원회에서 바라는 점은 히딩크 감독의 역할과 감독직에 대한 논란을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협회는 다시 한 번 어정쩡한 태도만을 보여줬을 뿐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과의 긴밀한 접촉은 없었고, 조속히 해결해야할 문제를 다음 달 러시아 원정까지 끌고 가는 선택을 했다. 협회가 우물쭈물 하면서 히딩크 감독을 두고 나뉜 대중은 양쪽에서 합쳐지기는커녕 더 크게 분열하고 있다.

기죽은 신태용 감독을 만드는건 김호곤 기술위원장이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으로 월드컵을 치를 것이라 말하며 "최근 신태용 감독이 히딩크 감독 논란으로 인해 기가 많이 죽었다. 신태용 감독에게 응원과 격려를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신태용 감독이 히딩크 감독 부임 논란으로 기가 죽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자리를 두고 신뢰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고,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대표팀의 존재이유를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왜 벌어졌냐는 것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미숙한 일처리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이 치른 2경기는 대중과 축구팬 모두가 완벽하게 만족하기에는 부족한 경기력이었다. 신태용 감독 입장에서는 준비기간이 짧았고, 본선진출을 위해서 지지않는 경기를 준비했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결과를 만들었고, 그 부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원한 것은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실력을 되찾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보다 좋지 않았던 과정이 지금의 논란의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이 논란이 커지게 된 계기는 단연 히딩크 감독의 부임 논란이 보도된 이후였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짓고 온 대표팀을 맞이한 것은 축하보다 논란이었다. 하지만 이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처음 논란이 보도가 되었을 때, 협회가 진상에 대한 파악을 확실히 하고, 히딩크 감독의 의견을 직접 들었다면 문제는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감독직을 원한다면 실질적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했고, 감독직이 아니라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라면 히딩크 감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협회는 그러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얘기는 덮고 넘어가려는 태도만 보였다. 직접 접촉은 절대 하지 않으려는 태도였다. 그러는 사이에 논란은 더 커졌고, 히딩크 감독의 의사가 어떤 것인지는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채 대중과 축구팬이 양쪽으로 갈렸다.

히딩크 감독의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축구협회는 즉각 대처를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3개월 동안 2경기를 치른 신태용 감독은 역할이 결정되지 않은 히딩크 감독과 비교되며 신뢰를 잃어갔다. 신뢰를 잃은 감독이 기가 죽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신뢰를 잃게 만든 것은 미적지근한 대처를 한 협회다.

게다가 김호곤 위원장은 기술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실언을 하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 부임 논란을 '일부 국민'이 시작했다는 말을 한 것이다. 이 발언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김호곤 위원장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없으면 국가대표팀도 없다. 김 위원장이 있는 그 자리를 만들어준 것은 협회일지 몰라도 대한민국 축구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대한축구협회를 만들고 유지시켜주는 것은 국민이다. 그런 국민에게 문제는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하고 있으면서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로 언행을 해서는 안된다.

히딩크 감독의 입에서 정답을 받아라

결국 이 논란의 간단한 해결법은 히딩크 감독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본인의 역할에 대해 확실한 어떤 것을 원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협회도 직접 접촉을 통해 알아보지 않았다. 적어도 유선으로 통화를 통해 의중을 확인해야 하지만 그런 확인절차도 없었다. 해결방안이 바로 앞에 있는데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본인의 역할에 대해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여왔다. 감독직에 대해서는 해설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한국축구를 위해서 본인의 명예와 상관하지 않고 돕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제는 명확한 역할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대표팀에 대한 신뢰도 없이 준비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협회와 대표팀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명함이 필요하다. 감추고 드러내기 싫어하는 모습이 지속되면 누구라도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정치와 스포츠를 연관해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의 협회의 모습은 지난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의혹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는커녕 덮어놓고 숨기기에 바쁘지 않나. 어쩌면 협회에게는 스스로를 잘 볼 수 있는 거울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협회는 지금이라도 히딩크 감독과의 협상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 히딩크 감독에게서 어떤 답을 얻고, 그 선택이 히딩크 감독과 협회가 만들어낸 결과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금 등을 돌린 대중도 어느 정도 설득이 될 것이고, 협회가 조금이라도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다.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태도로 임한다면 절대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히딩크 감독으로 인해 시작된 문제는 히딩크 감독에게 답을 받지 못하면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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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연재되었습니다.
히딩크 김호곤 신태용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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