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라인의 해체로 인해 UFC 라이트헤비급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빅3'라인의 해체로 인해 UFC 라이트헤비급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 UFC


라이트헤비급은 UFC 전 체급을 통틀어서도 '해가 지지 않는 왕국'으로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체급이 세분화되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늘 꾸준히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며 흥미로운 대결구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지옥의 체급'으로 불리는 웰터급과 더불어 가장 꾸준한 체급이라 할 수 있다.

척 리델, 티토 오티즈, 랜디 커투어가 경합하던 시절부터 무수히 챔피언이 바뀌던 전국시대 그리고 얼마 전까지 역대 최고로 평가받았던 존 존스 왕국까지, 라이트헤비급 구도는 지루할 틈 없이 거칠게 달려왔다. 늘 강력한 상위권 선수들이 버티고 있어 어지간한 선수들은 정상을 쳐다보기조차 힘들었다. 윗체급 헤비급과 아랫체급 미들급은 부침이 있어왔지만 라이트헤비급만큼은 변함없이 치열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완벽했던 라이트헤비급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있다. 체급내 파이터들에게 절망의 장벽으로 꼽히는 강력한 '빅3라인'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라이트헤비급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바야흐로 혼돈 속 기회의 시대가 오고 있다.

약물파동·은퇴, 남은 것은 코미어 뿐

초창기 라이트헤비급은 이른바 백인 천하였다. 2000년대 초 리델, 오티즈, 커투어 등은 라이트헤비급은 물론 UFC 전체 흥행을 이끌어나갔다. 어떤 자세에서도 묵직한 카운터를 꽂을 수 있는 펀처 리델, 압박형 그래플링의 대명사 오티즈, 더티복싱 전문가로 꼽히던 커투어 등 파이팅 스타일은 물론 캐릭터적인 면에서도 각기 달랐던 그들은 치열하게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내며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이후 선수층이 넓어지면서 흑인 및 브라질리언 세력이 바턴을 이어받았다. 백인 3인방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던 리델은 퀸튼 '람페이지' 잭슨(39·미국), 라샤드 '슈가' 에반스(38·미국) 등 흑인파이터에게 처참하게 무너지며 전성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마우리시오 쇼군, 료토 마치다,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비토 벨포트 등 브라질 세력 역시 체급내 한축을 이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급을 장악하는 것은 블랙파워였다. 이를 입증하듯 필 데이비스(33·미국)가 타 단체로 둥지를 옮겼음에도 오빈스 생 프뤼(34·미국), 코레이 앤더슨(28·미국), 지미 마누와(36·영국), 칼릴 라운트리(27·미국) 등 질과 양적으로 흑인파이터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는 체급 최고의 전설에서 역적으로 급추락하고 말았다.

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는 체급 최고의 전설에서 역적으로 급추락하고 말았다. ⓒ UFC


블랙파워의 정점을 이룬 것은 앞선 언급한 '빅3'였다. 존 '본스' 존스(30·미국), 'DC' 다니엘 코미어(37·미국), 앤서니 '럼블' 존슨(33·미국) 등이 바로 그들이다. 3인은 쟁쟁한 라이트헤비급 파이터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존슨은 '무서운 3인자'였다. 커리어는 빅3중 가장 떨어지지만 상대가 느끼는 임팩트에서는 제일 무서울 수도 있는 파이터였다. 무시무시한 화력으로 상대를 박살내듯 옥타곤 바닥에 때려눕히기 때문이다. 존슨의 한방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하다. 흡사 대포알같은 펀치와 킥이 제대로 들어가면 아무리 맷집 좋은 선수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만다.

보통 궤적이 크면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연타가 힘든 경우가 대부분인데 존슨은 다르다. 워낙 핸드스피드가 빠르고 몸이 유연한지라 강한 공격을 연타로 쏟아내는 게 가능하다. 특별한 준비 동작 없이 바로 터져 나올 때도 많아 방어가 매우 까다롭다. 대부분 상대는 존스가 밀고 들어오면 일단 겁부터 먹는지라 맞받아치거나 카운터를 내기보다는 뒷걸음질 치기 일쑤다. 근성 좋기로 유명한 라이언 '다스' 베이더(34·미국)가 경기 시작부터 기가 죽어 우물쭈물하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을 정도다.

코미어는 '최강의 2인자'로 불렸다. 신장은 동 체급에서 작은 편이지만 힘과 탄력이 워낙 좋은지라 그라운드, 스탠딩 어느 쪽에서든 상대를 압살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특히 레슬링같은 경우 국가대표 출신답게 동체급 최고 수준을 뽐낸다. 같은 레슬러 출신에게조차 한수 가르쳐 줄 정도로 그라운드 싸움에서는 밀리는 경우가 드물다.

'역대 최강' 존스는 그런 코미어 조차도 넘지 못한 큰 벽이었다. 신장 193cm·리치215cm의 천부적 사이즈를 무기로 코미어에 견줄만한 레슬링 실력은 물론 스탠딩에서의 영리한 플레이까지, 그야말로 약점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체력 또한 동체급 최고 수준이었으며 승리를 위해서라면 반칙성 플레이도 서슴치 않는 냉철(?)한 성격까지 갖췄다.

이런 빅3의 존재는 다른 선수들에게 절망일 수밖에 없었다. 구태여 존스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대부분 상대는 3인자 존슨 선에서 정리가 됐다. 라이트헤비급 역사상 이정도로 강한 빅3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철옹성으로 불리던 빅3가 사실상 해체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존슨은 지난 4월 깜짝 은퇴한 상태다. 나이, 기량 등을 봤을 때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건강, 새인생 등을 이유로 옥타곤을 떠났다. 물론 복귀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라이트헤비급에 그는 없다는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존스다. 파이터로서의 그는 철두철미하고 냉정하기까지 하다. 반면 옥타곤 밖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휘말리며 진작부터 문제아로 꼽혔다. 결정적으로 약물복용이 컸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과거의 여파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다시 약물 사건이 터지며 라이트헤비급은 물론 UFC 전체를 발칵 뒤집어버렸다. 이쯤되면 그가 아무리 흥행캐릭터라고해도 주최 측에서 더 이상 보호해주기 힘들게 됐다.

그나마 멀쩡하게 남아있는 코미어는 불혹을 앞두고 있는 79년생 노장이다. 여전히 최고의 파이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점은 존경할만하지만 사실상 선수 활동 기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당장 기량이 급추락하며 노쇠화 기미를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물론 혼돈은 곧 기회다. 빅3에 가려져있던 다른 파이터들에게는 자신들이 주인공이 될 찬스가 왔다. 그동안의 역사가 증명해주듯 언제까지나 특정 선수들이 독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흔들리고 있는 라이트헤비급 전선에서 새로운 주역들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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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체급별분석 라이트헤비급 영웅에서 역적으로 케이지 흥망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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