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 추승균 감독은 이제까지 장신외국인선수와 궁합이 좋지 않았다. 리카르도 포웰(34·196.2cm), 허버트 힐(33·203m), 리오 라이온스(30·205.4cm) 등 나름 국내리그에서 알려진 선수들과 함께 했으나 만족한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여기에는 안드레 에밋(35·191cm)이라는 단신 외국인선수의 영향도 컸다. 에밋은 추 감독이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자마자 선택한 테크니션이다. 득점에 있어서는 최고 기술자로 불리는 선수인지라 추감독은 팀내 공격 에이스로 그를 선택했다. 지나친 개인플레이로 호불호가 갈리는 가운데 돌아올 시즌까지 3년 연속 함께하고 있다.

에밋을 선택한 상태에서 2번째 외국인선수를 선별하다 보니 선택지의 폭이 좁았던 것도 사실이다. 쓸만한 장신용병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28·199.2cm), 데이비드 사이먼(35·204㎝), 코트니 심스(34·205.1cm) 등 검증된 빅맨자원들은 KCC까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남아있는 선수들 가운데 에밋의 파트너를 고르다보니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장신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 추 감독호 처음으로 제대로 검증된 빅맨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찰스 로드(32·200.1cm)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항상 적으로만 만났던 찰스 로드가 드디어 전주 KCC에서 함께 뛴다.

항상 적으로만 만났던 찰스 로드가 드디어 전주 KCC에서 함께 뛴다. ⓒ 전주 KCC


양날의 검, 컨트롤 여하에 달린 시너지효과

그간 추 감독은 장신 외국인 선수에 대해서 2시즌 연속 실패를 거듭했다. 쓸만한 빅맨이 없다는 판단 아래 포웰, 라이온스같은 장신 기술자를 선택했던 것이 패착이다. 포웰, 라이온스는 테크닉적인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임은 맞다. 스피드와 공격옵션이 좋으며 내외곽을 오가며 득점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KCC의 오펜스 시스템은 에밋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장신 스윙맨 스타일의 포웰, 라이온스는 상당 부분에서 에밋과 역할이 겹친다. 그들 역시 공을 오래소유하면서 컨디션을 맞추어야 흥이 나는 스타일이다. 처음 각오(?)는 2옵션으로서 서포터를 해주겠다는 입장이었겠지만 지나치게 에밋이 공을 독점하자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펼칠 수 없어 불협화음이 나고 말았다.

혼자 코트에 나설 때는 본인 역시도 에밋처럼 플레이하고, 둘이 함께할 때 역시 팀플레이보다는 득점 공방전을 펼치기 일쑤였다. 기술자끼리의 시너지를 원하는 추 감독 입장에서는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결국 시즌 중반이 넘어가면서 추 감독은 급하게 대체용병을 불러들여야 했다. 물론 그들의 스타일은 기술자가 아닌 에밋과 볼 다툼을 하지 않고 골밑에서 보조해 줄 수 있는 유형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쓸만한 장신 외국인 선수가 귀한 상태에서 팀에 잘 맞는 타입을 데려올 수는 없었다. 2%부족한 힐과 나이 많은 아이라 클라크(42·200cm) 등으로 에밋과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기는 사실상 힘들었다.

지난 2시즌간 뼈저린 경험을 한 추 감독은 2번째 외국인 선수는 무조건 골밑에서 활약할 수 있는 빅맨스타일을 원한 듯했다. 드래프트 당시 에릭 도슨(33·200.8cm)을 지명한 것이 이른 입증한다. 물론 이후 대체 외국인선수로 로드 선택이 가능해지자 도슨이 부상당하기 무섭게 그를 데려왔다.

로드는 그간 많은 KCC팬들이 원하던 장신 외국인 선수다. 사실 KCC는 에밋은 물론 하승진과의 호흡도 고려해야 되는지라 빅맨 외국인 선수 파트너의 유형이 어느 정도 정해진 팀이다. 기량이 아주 걸출하다면 겹치더라도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높이는 있되 너무 느려도 안 되고 활동폭이 골 밑에만 집중되어도 곤란하다. 하승진의 좁은 공수 범위를 전천후로 커버할 필요가 있다. 기동성을 바탕으로 포스트 인근을 폭넓게 움직이며 스크린플레이, 속공 및 패싱게임 참여, 블록슛 등에 능하며 미들슛 등 어느 정도 슈팅력도 갖춰야 한다. 하승진이 뛰지 못할 때 원센터 역할도 가능하면 금상첨화다.

이른바 스트래치형 빅맨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리그에서 알려진 기존 선수 중에는 로드가 그야말로 딱이다. KCC팬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지라 오래전부터 로드를 원해왔다. 하지만 그동안은 그야말로 뽑을 수 없는 짝사랑의 대상이 되고 말았지만 드디어 올시즌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로드는 연습경기 등에서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포스트 인근에서 공을 잡으면 유연한 포스트업으로 골밑슛을 성공시키거나 외곽 동료들에게 좋은 패스를 건넸다. 장기인 블록슛과 미들라인 근처에서의 정확한 슛은 물론 속공시 동료들과 함께 달려주는 부분도 여전했다.

물론 불안요소는 있다. 에밋이 지나친 개인플레이로 걱정을 사듯 로드는 멘탈문제가 그동안 쭈욱 지적되어 왔다. 집중해서 플레이하면 리그 어떤 빅맨 못지 않은 공헌도를 자랑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거나 자신의 뜻대로 잘 되지 않을 때는 팀플레이를 저해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때문에 로드를 보유한 팀에서는 늘 '길들이기' 얘기가 나오곤 했다.

일단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선수 조합은 좋다. 이제 남은 것은 추 감독의 컨트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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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로드 전주 KCC 맞춤형 용병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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