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는데 마치 죄인 취급은 너무하다.' VS '형편없는 경기력에도 어부지리로 운좋게 얻은 티켓에 불과하다.' 신태용호를 바라보는 세간의 엇갈린 시선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목표를 이뤄내며 귀국했다. 표면적으로는 금의환향이지만 정작 대표팀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냉랭하다.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축구인들은 대체로 '결과'에 초점을 맞춰 여러 가지 악재와 변수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지만, 많은 팬들은 '과정'을 지적하며 신감독의 난해한 경기운영이나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팀을 지지하는 이들은 한국축구의 현실과 대표팀을 둘러싼 구조적인 한계를 감안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신태용 감독은 슈틸리케 전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경질되면서 최종예선을 불과 2경기 밖에 남겨 놓지 않은 다급한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불과 열흘 남짓한 시간에 새로운 팀을 결성하여 평가전 한번 치르지 못 하고 이란-우즈베키스탄같은 난적들과 잇달아 단두대 매치에 나서야 했다.

'이게 최선이었나' 하는 아쉬움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머리를 만지며 벤치로 향하고 있다.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머리를 만지며 벤치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이나 철학을 과감하게 구현하기보다는 결과 위주의 신중한 경기운영을 시도하다 보니 자연히 '지지않은 축구'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기왕이면 화끈하게 승리하면서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 지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감독과 선수들 모두 주어진 상황에서 전력을 다했고 결국 가장 중요한 본선진출이라는 과제도 완수했으니 질타보다 박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냐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의 "나는 신이 아니다"라는 호소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대표팀을 바라보는 각종 문제제기와 비판 여론을 단순히 현실을 모르는 일부 팬들의 지나친 '눈높이' 탓으로만 여긴다면 오히려 본질을 호도하는 발상에 불과하다. 실제로 신태용호는 지난 7월 출범 이후 최종예선 2연전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혹과 문제점을 노출했고 이는 단지 눈 앞의 결과만 좋다고 적당히 무마하고 넘어갈 수 있는 차원은 아니었다.

일단 객관적으로 최대 승점 6점이 걸린 2경기에서 고작 2점을 따내고 4점을 놓쳤다면 결코 성공한 경기운영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당초 한국의 월드컵 자력진출을 향한 시나리오가 최소한 1승 1무 이상이었음을 감안하면 목표치에 분명히 미달한 성적이다. 심지어 이란전은 홈경기인 데다 후반 상대 퇴장으로 인한 수적열세까지 안고 있었고, 우즈벡은 원정이었지만 1994년 이후 A매치에서 한번도 패한 일이 없었던 상대였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2경기에서 승리는커녕 단 1골도 넣지못했다.

신태용 감독을 이를 '실리'를 위하여 부득이한 경기운영으로 포장했지만 정작 이겨야 할 상황에서 수비적인 전술로 일관하고(이란전),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았다고 불평하면서 정작 익숙하지도 않은 전술(우즈벡전)을 갑자기 들고 나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무엇보다 결과와 내용 모두 전임 슈틸리케 감독 시절보다 전혀 나아진 게 없는 데도 문제제기가 없다면, 이는 결국 '감독 교체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한국이 조 2위를 계속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최약체 중국이 우즈벡을 잡아주고, 이미 본선진출이 확정된 이란이 최종전에서 시리아와 정상적인 경기로 무승부를 만들어준 덕분이다. 냉정하게 말해 신태용호가 결코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 짓지 못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또한 대표팀을 향한 비판은 단지 1-2경기 결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제 아시아 무대에서도  이란이나 우즈벡 같은 팀을 3-4골차로 완벽하게 제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축구팬들도 안다. 문제는 '그 상황에서 과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보여준 것인가'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전임 감독 슈틸리케와 무엇이 다른가

비록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포장된 측면이 있지만, 알고 보면 그 짧은 기간에도 신태용 감독의 행보는 '모순의 연속'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전임 슈틸리케 감독이 비판받았던 부분과도 겹치는 대목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부상으로 처음부터 경기출전이 불가능했던 기성용을 '리더십'을 이유로 엔트리에 포함시킨 것은 과거 슈틸리케 감독이 같은 이유로 곽태휘를 발탁했다가 번복했던 사례를 연상시킨다. 중요한 A매치를 앞두고 차두리와 김남일 같이 경험이 일천한 코치들을 선수 시절 '이름값'만 보고 기용한 것도 슈틸리케호 시절과 다를 게 없었다. 심지어 차두리는 슈틸리케호 시절에도 코치로 선임됐다가 무책임하게 팀을 떠났던 전력도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란-우즈벡전을 앞두고 K리그의 양보를 받아 국내파 선수들 위주로 '조기소집'을 단행하며 조직력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정작 실전에선 팀에 합류한 지 2~3일밖에 되지 않은 해외파를 2연전 내내 중용했고 이들의 활약은 대체로 저조했다. 정작 K리거 들은 대부분 교체멤버 위주로만 활용하며 조기소집 효과를 스스로 무색케 했다.

또한 이란전에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경기운영으로 홈에서 유효슈팅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을 펼친 것이나, 우즈벡전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가 전반 중원싸움에서 밀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도 무리수였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도 경질되기 직전 조기소집 카드와 스리백 전술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바 있다.

운이 따라줬으니 망정이지, 신 감독의 승부수는 오히려 팀을 하마터면 위기로 몰아넣는 자충수가 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 더 많았다. 이번엔 운좋게 월드컵 본선진출에는 성공했다고 해서 그 과정까지 좋은게 좋은식으로 적당히 덮고 넘어간다면, 정작 본선에서는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무엇보다 신태용 감독은 언론이나 여론의 쓴소리에 대하여 지나치게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슈틸리케 감독과 매우 닮았다. 신 감독은 리우올림픽 대표팀 감독 시절에도 '수비가 약하다'는 거듭된 지적에 불만을 내비치며 심지어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니 수비에 대한 지적을 하지 말아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언론에 하기도 했다.

이란전 직후 '페르시안' '잔디' 발언이나 우즈벡전 이후 '졸전'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에 유난히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도 여론을 대하는 신 감독의 성향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 시리아-이란전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본선이 확정된 듯한 인터뷰를 하거나, 거듭된 졸전에도 불구하고 헹가래를 받으며 자축하는 장면 등 사령탑부터가 분위기 파악을 전혀 하지못하고 어딘가 붕뜬 모습를 자주 보인 것도 가뜩이나 곱지않던 팬들의 여론만 자극한 꼴이었다.

외부의 정당한 비판이나 합리적인 문제 제기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변명과 자기 합리화에만 급급하다 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실제로 신태용 감독이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중요한 경기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무너지는 패턴도 대체로 비슷했다는 것은 생각해볼 부분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홍명보나 슈틸리케 같은 전임자들도 밟았던 전철이기도 하다.

본선 진출에 자축하기 전에 냉정한 평가부터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훈련에서 훈련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훈련에서 훈련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신 감독은 본선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공격축구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난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졸전은 신태용 감독의 추구하는 축구철학이나 색깔의 문제라기보다는, 감독으로서 팀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력이나 임기응변, 결단력의 차이로 인한 문제였다. 이 부분은 단순히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쉽게 달라질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직후 국내 언론에서 뜬금없이 '히딩크 복귀설'이 거론되며 잠시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바 있다. 물론 현실성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될 루머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많은 팬들이 현재의 대표팀 감독을 두고 히딩크 복귀에 열광했다는 게 바로 대표팀의 현 주소를 바라보는 여론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신태용호의 행보가 초반이라고 하지만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기에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월드컵 본선까지는 아직 1년의 시간이 있다. 과거 허정무 감독도 부정적인 여론을 딛고 남아공 원정 16강의 위업을 일궈냈듯이, 신 감독도 반전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하지만 이전에 이번 최종예선 2연전에서 드러난 수많은 문제점과 시행착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자기 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

전임자인 슈틸리케는 부임 직후 첫 국제대회였던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지만 이로 인하여 오히려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것이 이후 자만의 늪에 빠지는 독으로 되돌아온 바 있다.  위기가 코앞까지 닥쳐올 때 위기라고 깨달으면 이미 늦는다.  몇번이나 천운이 따라준 '월드컵 본선진출'이 신태용호의 진정한 업적이라고 하기에는 이르며, 이대로 가다가 과연 1년 뒤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부터 먼저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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