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 오승환이 마침내 빅리그에서 시즌 2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승환은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0.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추가했다. 경기는 9회 무사2루의 위기를 넘긴 세인트루이스가 5-2로 승리했다.

마무리 자리에서 사실상 물러났음에도 기어코 시즌 20세이브를 채운 오승환의 시즌 성적은 1승5패20세이브 평균자책점 3.74가 됐다. 오승환은 빅리그에 진출했던 역대 한국인 투수 중에서 커리어 초반의 김병현, 커리어 막판의 박찬호에 이어 전문 불펜투수로 활약하며 결코 쉽지 않은 시즌 20세이브 기록을 달성했다.

 오승환은 하나의 세이브만 더 추가하면 빅리그 통산 40세이브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오승환은 하나의 세이브만 더 추가하면 빅리그 통산 40세이브 고지에 오를 수 있다. ⓒ MLB.com


한국인 2호, 동양인 6번째 시즌 20세이브 고지를 밟은 오승환

90년대 후반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동양인의 몸으로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며 메이저리그의 엄청난 거구들을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이는 외환위기로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줬다. 그리고 1999년, 박찬호와는 전혀 다른 타입의 만20세 젊은 투수가 빅리그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의 등장이었다.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강속구형 언더핸드 투수였던 김병현은 2000년 14세이브에 이어 2001년에는 5승6패19세이브 평균자책점2.94를 기록하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물론 월드시리즈에서의 아픈 기억도 있었지만). 그리고 36세이브를 올린 2002년에는 커리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오승환의 시즌 20세이브는 2002년의 김병현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역대 2번째 기록이다. 동양인 전체로 범위를 넓혀봐도 동양인 20세이브는 6명 밖에 배출되지 않았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한신 타이거즈의 마무리로 활약하며 7년 동안 219세이브를 기록했던 후지카와 큐지가 빅리그 진출 후 3년 동안 2세이브에 그친 것만 봐도 오승환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상훈이나 구대성, 임창용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마무리 투수들이 일본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문을 두드렸지만 아쉽게도 단 하나의 세이브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2016년 1점대 평균자책점과 19세이브, 올 시즌에는 20세이브를 채우며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위력을 과시했다. 실력으로만 보면 오승환은 내년 시즌에도 빅리그 잔류에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오승환이 올 시즌 기록하고 있는 3.74의 평균자책점은 작년에 기록했던 1.92에 비하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사실 작년이 지나치게 좋았었다). 하지만 36세이브의 그렉 홀랜드(콜로라도 로키스)가 3.97, 34세이브의 페르난도 로드니(애리조나)가 4.53, 26세이브의 켈빈 에레라(캔자스시티 로얄스)가 3.81인 점을 고려하면 오승환이 올해 아주 나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후반기 부진으로 마무리 자리에서 밀려난 오승환은 현재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하지 못한 채 구단 사정에 따라 불규칙하게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빅리그 무대를 밟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에서 명문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로 시즌 20세이브 고지를 밟은 오승환은 분명 한국야구가 낳은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전혀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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