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다시 국민 품으로!" 기자 81명 제작거부 선언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보도국 기자 81명이 공정보도 보장과 김장겸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 "MBC를 다시 국민 품으로!" 기자 81명 제작거부 선언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보도국 기자 81명이 공정보도 보장과 김장겸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 권우성


23일 김장겸 MBC 사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투표를 비난한 가운데, 같은 날 오후 문호철 보도국장은 보도국원들에게 업무 복귀를 종용하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언론노조 MBC본부는 문호철 보도국장이 보도국원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문자는 김장겸 사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경쟁사 SBS와 광고 매출 차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노조의 파업 계획을 '낭만적 파업'이라 비난한 내용에 따른 방침을 담고 있다.

문자에는 "업무를 충실히 행하는 직원에 대해 허용 범위 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업무 수행자에 대한 성과 보상을 최대한 조속히 즉각 실시할 것이다", "회사 정상화 이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모든 직원에 대해 잊지 않고 걸맞은 조치를 취하겠다", "회사는 묵묵히 소임을 다해 고생하는 이들에게 방송법과 상법이 허용하는 한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회유책은 물론, "업무방해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거나,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을 분명히 구분하겠다"는 협박성 내용도 있다. 이밖에 "회사 간부와 업무수행자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한다", "부당한 절차나 압력에 의해서 경영진이 물러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등 총 8가지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는 <오마이뉴스>에 "사장은 경영이 어렵다더니, 보도국장은 곧바로 돈 잔치를 예고했다"면서 "방송법과 상법이 허용하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엄중한 투쟁을 돈 몇 푼으로 무마하려 하고 있다"고 지탄하며 "돈 몇 푼으로 거짓 충성을 강요하는 건,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물론 MBC 구성원 모두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24일 오전 9시 총파업 투표 시작 

 24일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투표가 시작됐다.

ⓒ 언론노조 MBC본부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투표가 시작됐다.

24일 오전 9시 시작된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투표 모습. ⓒ 언론노조 MBC본부


사측의 당근과 채찍에도 불구하고, 총파업을 향한 MBC 구성원들의 열기는 뜨겁다. 기존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조합원들은 물론, 2012년 파업 이후 입사해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던 경력직 기자, 파업 이후 노조에서 탈퇴했던 기자들까지 속속 언론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서울조합원 수가 최근 1000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2012년 총파업 이후 5년 만에 도달한 숫자다.

총파업 투표 열기도 뜨겁다. 24일 오전 9시 시작된 총파업 투표는 다음주 화요일인 2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지만, 이미 투표를 완료한 지부도 여럿이다. 첫 날에만 전체 조합원의 68.54%가 투표를 마쳤다. (24일 오후 6시 30분 기준)

투표에 참여한 한 조합원은 <오마이뉴스>에 "최근 조합원들과 함께 영화 <공범자들>을 관람하며 왜 우리가 파업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면서 "조합원들 단톡창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2012년 파업 패배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들 파업에 임하는 자세와 분위기가 남다르다"고 전하며, "압도적인 투표율과 찬성률로 파업 동력을 만들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알렸다.   

라디오 PD 40명, 28일 오전 5시 제작 거부 돌입

같은 날 라디오 PD 40명도 기명 성명을 내고 28일 오전 5시부터 제작 거부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세월호', '위안부'는 금기어였고, '해경', '헬기' 등의 단어를 삭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면서 "PD에게 진행자 선정의 자율성도, 아이템 선택의 자유도, 때로는 선곡의 자유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노혁진 전 라디오국장은 새로 입사한 PD들을 불러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고 회유하고, 세월호 추모 리본을 SNS 프로필 사진에 올린 PD에게 '내리라'고 종용하는 등 개인의 권리까지 침해했다"고 폭로하며, "백종문 부사장은 '라디오는 다 빨갛다'는 희대의 명언을 남겼다. 이에 대한 답을 들려주겠다. 라디오의 색깔은 제각기 다양하지만, 지금 우리는 한 목소리로 결의한다"며 제작 거부 동참 의지를 밝혔다.

MBC 총파업 마봉춘 김장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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