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EPL 에버턴이 맨시티와 대결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21일, EPL 에버턴이 맨시티와 대결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 연합뉴스/EPA


유럽 주요 리그가 짧았던 여름잠을 끝내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다소 이른 시기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프랑스의 리그1이 개막했고, 지난 주말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아A, 독일 분데스리가도 1라운드 경기를 마쳤다.

뜨거웠던 여름 이적 시장 이후에 열리는 경기인 만큼 팬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새롭게 팀에 합류한 이적생들의 활약 여부였다. 갈수록 폭등하는 이적료 탓에 이적생들은 새로운 클럽에서의 적응과 과도한 부담감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이적생들이 부담 가득한 이적 후 첫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모든 이적생들이 부진한 것은 아니였다. 각 리그마다 개막전부터 뛰어난 실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적생들이 존재했다. 리그 시작과 동시에 팬들에게 행복감을 줬던 유럽 3대 리그 개막전 최고의 이적생들을 살펴보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 넬슨 세메두(FC 바르셀로나)

지난 주말 개막한 라리가는 이변이 속출했다. 스페인의 거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승격팀 지로나FC와 경기에서 2대2로 비겼고, 한 시즌 만에 1부 리그로 복귀한 레반테 UD가 지난 시즌 라리가 5위 팀 비야레알 CF를 1대0으로 꺾었다.

지난 시즌 10위 이내에 위치했던 팀 중 단 네 팀만 승점 3점을 챙겼을 정도로 강호들이 부진했던 가운데 양강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는 가볍게 승리를 거뒀다. 두 팀 중 역시 관심을 모은 클럽은 바르셀로나였다. 바르셀로나는 차기 '에이스' 네이마르의 이탈과 지지부진한 이적 시장을 경험했고, 최근 수페르 코파에서 레알에게 참패를 당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루이스 수아레즈와 헤라르드 피케는 부상으로 개막전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시작 전에는 우울했던 바르셀로나의 개막전은 이적생 넬슨 세메두의 활약으로 웃음을 찾았다. SL 벤피카를 떠나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세메두는 레알 베티스와 경기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출장해 호평을 받았다. 본래의 장점이었던 속도와 준수한 기술은 여전했고, 이적생 답지 않은 안정감 있는 플레이도 돋보였다. 전반전 양 팀 통틀어 유일하게 패스 성공률 100%를 기록했을 정도로 바르셀로나 축구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이날 세메두의 활약상은 바르셀로나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았다. 다니엘 알베스의 이적 이후 여러 선수가 오른쪽 풀백으로 나섰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바르셀로나 축구 시스템상 풀백에게 요구되는 적극적인 공격 가담과 빠른 수비 복귀 능력을 동시에 보여준 선수가 오른쪽 측면에는 그동안 없었다. 세메두는 리그 데뷔전부터 이러한 요구 사항을 무리 없이 소화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리오넬 메시가 건재함을 과시했고 돌아온 공격수 헤라르드 데울로페우가 희망을 남긴 가운데 세메두의 플레이는 발베르데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하기 충분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 매튜 레키(헤르타 베를린), 바스티안 오칩카(살케 04)

역시 바이에른 뮌헨이 절대 1강으로 군림하는 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는 뮌헨의 이적생들이 주목을 끌었다. 호펜하임에서 넘어온 니콜라스 쥘레가 멋진 헤더로 선제골을 터뜨렸고, 구단 최고 이적료를 갱신하며 뮌헨의 선수가 된 코렌틴 톨리소가 추가골을 잡아냈다. 이적생의 활약 속에 바이엘 레버쿠젠에게 3대1 승리를 거뒀지만 주축 선수가 제외된 뮌헨의 경기력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뮌헨 이적생들이 쏠쏠한 역할을 하는 동안 관심이 덜했던 타 클럽의 신입생들은 주도적인 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가장 빛났던 이적생은 단연 헤르타 베를린의 매튜 레키였다. 지난 시즌 FC 잉골슈타트에서 활약했던 호주 국가대표 레키는 개막전부터 두 골을 신고했다. 잉골슈타트에서 최근 두 시즌 동안 리그에서 3골 밖에 성공하지 못한 선수의 반전이었다.

VfB 슈투트가르트와 홈 경기에 선발 출장한 레키는 단 4개의 슈팅으로 2골을 뽑아내는 효율성을 보여줬다. 후반 초반 오른쪽 패널티 박스 안에서 땅볼 왼발 슈팅으로 선제 득점을 성공했다. 후반 17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흐른 공을 멋진 발리 슈팅으로 이어가 추가 득점도 신고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OPTA에 따르면 레키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최고 속도 시속 35.18km를 기록하면서 분데스리가 스피드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주발은 오른발이지만 개막전에서 보여줬듯이 왼발에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결정적인 장면에서의 득점력도 나쁘지 않기에 챔피언스리그 진출 꿈을 꾸는 베를린 입장에서는 레키의 활약 여부가 중요하다.

레키의 뜨거웠던 왼발만큼 준수했던 왼발잡이 선수가 개막전에 또 있었다. 샬케 04의 왼쪽 윙백으로 출격한 바스티안 오칩카가 그 주인공이다. 오칩카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준우승 팀인 RB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오칩카는 독일의 유력지 키커가 인정한 '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로 꼽힐 정도로 수준급의 풀백이다.

이날 경기에서 쓰리백으로 나선 살케의 포메이션상 윙백의 활약이 중요했는데 오칩카는 공수 양면에서 골고루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공격시에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측면에 활력을 더했고, 수비시에는 중앙 지향적인 라이프치히의 공격을 적절히 봉쇄했다. 후방 지역에서 간혹 공을 쉽게 잃었지만 빠른 압박 수비로 큰 위기를 자초하지는 않았다. 아스날로 이적한 세아드 콜라시나츠의 공백을 크게 느낄 수 없었던 오칩카의 개막전 플레이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 네마냐 마티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웨인 루니(에버튼 FC)

라리가와 분데스리가에서는 생소한 얼굴의 이적생들이 눈에 띄었던 반면 EPL 무대에서는 이름값 있는 신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EPL 이적 시장의 태풍의 눈이었던 로멜로 루카쿠와 알바로 모라타가 개막전에서 모두 득점을 터뜨렸다. 아스날의 새로운 원톱 알렉산드르 라카제트도 데뷔전에 득점을 신고했고, 레알에서 뛰었던 재능있는 공격수 헤세 로드리게스는 2라운드 아스날과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작렬하며 비상했다.

어느 리그보다 스타 이적생들이 많이 존재하는 EPL 무대에서 가장 찬사를 받은 선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네마냐 마티치였다. 지난 시즌 첼시의 리그 우승의 일원으로서 활약했지만 활약도에는 다소 의문 부호가 따라왔던 마티치는 맨유의 일원이 되자 2014-2015 시즌에 보여줬던 압도적인 실력을 재현했다.

포백 수비 앞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마티치의 존재감 덕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드필더인 폴 포그바가 수비 부담을 덜게 됐다. 단단한 수비력에 더불어 공을 전방으로 전개하는 능력까지 지닌 마티치의 능력은 공격에도 힘을 보탰다. 마티치의 전방위적인 영향력 덕에 맨유는 개막전에서 난적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4대0으로 완파했고, 2라운드 스완지 시티와 경기에서는 고전했지만 끝내 4대0의 대승을 챙겼다. 맨유의 감독 조세 무리뉴 전술의 키포인트는 항상 수비형 미드필더가 쥐고 있었던 역사를 고려해봤을 때 마티치의 지속적인 활약이 맨유의 부활 시나리오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맨유가 새로운 이적생들의 활약으로 2연승을 거두는 동안 맨유를 떠나 친정팀 에버튼 FC로 복귀한 맨유의 '레전드' 공격수 웨인 루니도 EPL의 초반 판도를 흔든 이적생이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맨유 전성기의 핵심 역할을 했던 루니는 지난 몇 년 간 맨유의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폭발적인 속도와 파괴적인 드리블 능력을 잃은 루니는 평범한 공격수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었고, 루니는 정든 맨유를 떠나 고향 에버튼으로 향했다. 루니는 지속적인 하락세에 놓여 있었기에 부활은 요원했다. 그러나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루니는 개막전부터 증명했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전성기 시절의 폭발력은 없었지만 노련한 플레이로 에버튼의 공격을 주도했다. 아직 어린 톰 데이비스와 산드로 라미레스와 적절히 융화된 플레이로 로날드 쿠만 감독을 만족시켰다.

무엇보다 가장 기대했던 득점이란 요소를 루니는 리그 2경기 연속 골로 화답했다. 개막전 스토크시티와 경기에서 루니는 전반 추가 시간 감각적인 헤더로 결승골을 뽑아내며 팀의 1대0 승리를 만들어냈다. 크로스의 낙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는 모습은 '젊은 루니'처럼 번뜩였다. 2라운드 경기에서는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땅볼 크로스를 가볍게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거함 맨시티를 궁지에 몰았다. 맨시티전 득점으로 EPL 통산 200골 고지를 밟은 루니는 마티치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개막 이후 최고의 이적생으로 평가 받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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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적생 넬슨 세메두 매튜 레키&바스티안 오칩카 마티치&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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