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초 두산 선발투수 함덕주가 김명신과 교체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초 두산 선발투수 함덕주가 김명신과 교체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이 선두 KIA를 완파하고 2위 자리를 굳게 지켜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7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부상 복귀 후 4경기 만에 선발 유격수로 복귀한 '캡틴' 김재호가 3회 결승 솔로 홈런을 터트렸고 우익수 민병헌도 3안타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임기영과 정용운의 후반기 부진으로 현재 4,5선발이 마땅치 않은 KIA는 이날 8년 차 좌완 임기준이 선발로 등판했다. 임기준은 우려와 달리 두산의 강타선을 맞아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고 이어 등판한 3명의 불펜 투수도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KIA는 패배를 피할 수 없었다. 두산의 '무늬만 5선발' 함덕주를 상대로 6.1이닝 동안 1점 밖에 올리지 못하며 꽁꽁 묶였기 때문이다.

2017년 두산의 5선발로 낙점된 불펜 전문투수

두산은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작년 시즌 KBO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판타스틱4'가 전원 15승 이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작년까지 KBO리그 35년 역사 동안 단일팀에서 15승 투수를 4명이나 배출한 것은 역대 최초로 나온 대기록이다.

하지만 두산은 '판타스틱4'의 대활약에 가려 끝내 '5선발 부재'라는 약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노경은(롯데 자이언츠)으로 시작했던 5선발 실험은 좌완 허준혁과 진야곱, 우완 고원준과 안규영으로 이어졌지만 판타스틱4가 70승을 합작하는 동안 두산의 5선발 투수들은 단 6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그나마 5선발 후보들 중에서 가장 활약이 좋았던 허준혁마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하면서 두산의 5선발 고민은 더욱 커졌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다양한 투수들을 5선발 후보군으로 분류해 경쟁시켰다. 두산팬들은 내심 2015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6승(4선발승)1패 평균자책점4.19를 기록했던 좌완 이현호가 각성해 5선발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은 루키 박치국과 김명신도 5선발 후보에 공천 신청을 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선발투수 함덕주가 역투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선발투수 함덕주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여러 투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와중에도 5년 차 좌완 함덕주의 이름은 좀처럼 언급되지 않았다. 비록 작년 시즌에는 부상으로 승패세이브홀드 없이 6.23에 그쳤지만 2014년 1승2홀드 4.44, 2015년 7승2패2세이브16세이브3.65를 기록한 두산의 검증된 좌완 불펜 요원이기 때문이다. 이미 최고의 선발 투수 4명을 보유한 두산이 핵심 불펜으로 활약해야 할 함덕주를 굳이 선발로 돌릴 필요는 없었다.

이현호가 선발 투수로 시즌을 준비하고 불법 스포츠도박 사건에 연루된 진야곱의 올 시즌 활약이 불투명해 진 것도 함덕주의 불펜 보직을 예상할 수 있었던 요소였다. 하지만 함덕주는 시범경기에서 2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8.2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고 김태형 감독은 시즌이 개막되기 전에 올해 5선발로 함덕주를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반기 막판 불펜 외도 후 후반기 6경기 5승 질주

프로 데뷔 후 4년 동안 불펜 투수로만 활약했던 함덕주는 지난 4월6일 kt 위즈를 상대로 생애 첫 선발 등판해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4월23일 SK 와이번스전에서 타선의 도움을 받아 첫 선발승을 따낸 함덕주는 6월까지 15경기(14선발)에 등판해 3승7패4.58의 성적을 기록했다. 6월9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7.2이닝9탈삼진 무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치기도 했지만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내려온 경기도 7번이나 됐다.

5선발 투수로는 그리 나쁘지 않은 활약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보우덴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두산은 함덕주에게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했기에 아쉬움은 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7월부터 함덕주를 불펜으로 내렸고 함덕주는 익숙한 보직에서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함덕주는 불펜에 정착해 후반기 두산의 순위 싸움에 힘을 보탤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함덕주를 다시 선발로 돌려 보냈다. 짧은 기간 불펜 보직을 맡으며 배운 것들을 선발 투수로 돌아온 후에 잘 활용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함덕주는 후반기 선발로 돌아온 후 6경기에서 5승을 수확하며 두산 선발진의 애칭을 '판타스틱4'에서 '판타스틱5'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특히 함덕주는 최근 6경기에서 5승 2.76(32.2이닝 10실점)이라는 매우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초 1사 두산 좌익수 정진호가 KIA 김민식의 플라이볼을 잡아내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초 1사 두산 좌익수 정진호가 KIA 김민식의 플라이볼을 잡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18일 경기에서도 함덕주는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KIA를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6.1이닝 동안 22명의 타자를 상대한 함덕주는 2회 최형우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것을 제외하면 팀 타율 .306의 KIA 타선을 3개의 단타로 꽁꽁 묶었다. 특히 단 하나의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을 과시했다. 6.1이닝을 던진 함덕주는 생애 처음으로 시즌 100이닝을 돌파하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두산은 '느림의 미학' 유희관이 최근 2경기에서 10이닝 동안 12점을 내주며 주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전까지만 해도 여러 5선발 후보 중 한 명에 불과했던 함덕주의 맹활약은 후반기 두산의 질주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생애 첫 10승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몰라 엉뚱한 곳을 헤매던 풋풋한 강원도 청년이 어느덧 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리는 두산 마운드의 주축 선발 투수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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