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9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으로 '돌부처'의 위용을 이어갔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승환은 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코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는 홈런3방을 포함해 14안타를 몰아친 세인트루이스가 10-3으로 대승을 거뒀다.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 비교적 홀가분한 상황에서 등판을 이어가고 있는 오승환은 최근 9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가며 1승5패18세이브4홀드의 기록을 유지한 채 평균자책점을 3.42까지 끌어내렸다. 한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는 뉴욕 메츠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타율 .253)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김현수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승환은 지난 9경기에서 9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냈다.

오승환은 지난 9경기에서 9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냈다. ⓒ MLB.com


마무리에서 내려온 후 오히려 구위가 살아난 오승환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7월 9일 메츠전에서 시즌 18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후반기 첫 경기였던 1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9회 3점 홈런을 맞고 패전 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이 4.17까지 치솟은 채 시즌 5패째를 당한 오승환은 트레버 로젠탈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주며 중간계투로 밀려났다.

빅리그 25인 엔트리에는 보통 6~7명의 불펜투수가 들어가지만 마무리 투수와 나머지 불펜 투수의 위상은 전혀 다르다. 마무리 투수의 경우 팀이 3점 이내로 앞선 9회에는 이렇다 할 변수가 없으면 여지없이 등판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나머지 불펜 투수들은 경기 상황이나 팀의 불펜 운용 계획에 따라 등판 간격이 불규칙하다. 당연히 컨디션을 조절하기도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부터 일본의 한신 타이거즈, 그리고 작년 시즌에도 중반부터 마무리 투수로만 활약했던 오승환은 올 시즌 후반기부터 평범한 불펜 투수로 남은 시즌을 보내야 한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는 꾸준히 트레이드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빅리그에서 오랜 시간 검증 받지 못한 30대 중반의 동양인 투수를 선뜻 영입하는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승환은 마무리 자리를 내준 이후에도 '돌부처'라는 자신의 별명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비록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경기에 등판할 때도 있었고 심지어 지고 있는 상황에 등판할 때도 있었지만 오승환은 한결같은 투구로 마운드에서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실제로 오승환은 7월 20일 메츠전을 시작으로 최근 9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일 캔자스시티전에서도 오승환은 팀이 10-3으로 크게 앞선 7회 말에 마운드에 올랐다.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져 홀드를 추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캔자스시티의 세 타자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시즌 5패째를 당할 때 4.17까지 치솟았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어느덧 3.42까지 내려갔다. 오승환은 비자책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지난 9경기에서 9이닝 동안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오승환에게 마무리 자리를 넘겨 받은 강속구 투수 로젠탈은 최근 4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사실 로젠탈은 오승환이 등장하기 전 2년 연속 45세이브를 기록했던 특급 마무리였다). 비록 마무리 자리를 되찾아 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오승환이 시즌 끝까지 지금의 구위를 유지한다면 빅리그에서의 경쟁력은 여전하다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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