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씨가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고 거울도 보고 화장도 고치고 해서 배씨에게 '너무 물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잠그고 양치질을 하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그것이 시작이었다. 배현진 앵커는 그 자리에서 양윤경 기자에 "양치하는데 물 쓰는 걸 선배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대꾸했고 양윤경 기자는 "MBC 앵커인데 당연하죠"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다음날 아침, 양윤경 기자는 출근하자마자 배현진 앵커와 있었던 '일'에 대해 윗선으로부터 경위서를 요구받았다고 했다. 이어 양윤경 기자는 2014년 초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났고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 해당 부서에 소속돼있다.

<미디어오늘> 인터뷰가 나가자 한 차례 파문이 일었다. 비판은 주로 배현진 앵커를 향했다. MBC 내부에서 얼마나 대단한 위치에 있기에 인사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MBC 양윤경 기자

MBC 양윤경 기자 ⓒ 유지영


이른바 '양치대첩'의 당사자가 돼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양윤경 기자는 <미디어오늘> 인터뷰가 의도와 달리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며 7일 취재진을 불러모았다. 그는 '양치대첩'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배현진 앵커 개인을 부각시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배 앵커에 개인적인 앙금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있었던 일명 '양치대첩'이 자신을 비취재부서로 배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그는 "이 판단은 나 혼자만 한 게 아니라 2013년 당시 내 인사 발령을 접한 모든 직원이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그 이후로 배현진 앵커와 연락을 한 일이 없다고 했다.

다음은 양윤경 기자와 취재진 사이의 일문일답이다.

- 배현진 앵커에게 지적을 한 뒤 비제작부서로 발령 받았다. 이 사건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는가?
"그렇다. 그 판단은 나 혼자만 한 게 아니라 당시 내 인사 발령을 접한 모든 직원이 그렇게 받아들였다. 아침부터 노조에서 전화가 와 배현진씨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그래서 '물을 잠그라고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그것 때문에 전화를 했느냐'고 했다. '회사에서 난리가 난 것 같다. 알고 출근해라'라고 하더라. 출근을 하자마자 부장에게 육하원칙에 따라 설명을 했고 위에서 경위서를 요구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전하는 부장의 표정이 참담했다.

배현진씨도 경위서를 썼다고 하더라. 나에게만 쓰라고 요구하면 모양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도 똑같이 요구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현재 <백분토론>을 진행하는 당시 박용찬 취재센터장이 나를 불렀다. 그분께 말씀을 드렸다. '이건 배현진씨와 저와의 사소한 이슈일 뿐이지 사내 정치적으로 비칠 일이 전혀 아니다. 나는 내 가족이 물을 틀어놔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배현진이 싫어서 한 것도 아니다'라고. 그랬더니 '나도 알지만 우리가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하시더라.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이미 정치적인 사건이 됐다고 느꼈고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말을 했을 때부터 어떤 방향이 잡혔다고 본 거다."

 MBC 배현진 앵커.
ⓒ MBC

관련사진보기


- 이런 식의 경위서 작성이 자주 있는 일인가.
"나 이외에도 경위서를 쓴 동료들은 있다. 보통 '조직의 화합을 해친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대체 인력으로 들어온 분과 말이 (잘못) 오가면 경위서를 써라 그런 적도 있었다. 이것이 회사 경영진이나 임원진이 마뜩치 않은 직원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나만큼 황당한 경우는 드물지만. 이 사건에 희극적인 요소가 있기에 주목을 해주시지만 제 사건 전과 후에 비슷한 성격의 에피소드가 많았다. 사소한 말다툼을 하면 비제작부서로 발령한다든지 경위서를 요구한다든지. 눈만 뜨면 그랬고 일상이었기 때문에 다들 실소를 금치 못하고 황당해 했다."

- 배현진 앵커와 논란이 된 이후로 연락을 한 적이 있나.
"전혀 없었다. 일하는 층이 다르고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배현진씨를 들춰서 개인적으로 공격을 할 이유는 지금도 전혀 없다. 인사권자가 아니니 앙금이 있을리가 없다. '그쪽' 입장에서는 대견한 직원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믿어달라."

- 배현진 앵커가 MBC 내부에서 어떤 위치를 가진 사람이기에 이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배현진씨가 파업을 그만두고 복귀한 것이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배현진씨는 자의든 타의든 현재 사측의 아이콘처럼 돼버렸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사측에 남다른 존재가 아니었을까. 뉴스 진행이 끝나고 배현진 앵커가 울었다고 하더라. 갑자기 눈물을 터트려서 권재홍 본부장이 무슨 일이 있는지 파악하면서 '그 일'(양치대첩)이 퍼지게 된 걸로 알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분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 사측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들었다. 그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알기론 몇 번에 걸친 인사 발령으로 '반드시' 쫓아낸 걸로 알고 있다. MBC는 사측에서 부담스러워 할만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을 장기간에 걸쳐 현재 위치로 다시 돌아오지 않게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너의 피디, 아나운서, 기자 인생은 이걸로 끝이다'라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을 안 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는 경험을 해봐야 알게 된다. 일을 안 하고 하루종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는다. 아주 많은 인원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그날 뭘 했는지 보고를 해야 한다. 거의 정신적으로 고문받는다는 느낌을 늘 받아왔다. 보고를 하지 않으면 인사고과에서 최하점을 주고 그것이 누적되면 교육을 받게 하고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있다. 악의를 갖지 않고서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 이건 이념이나 진영, 파업이나 비파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영혼을 말살하는 일 같다. 내가 아는 선배는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다니고 동료는 갑자기 운다.

사람들이 MBC 이슈에 대해 지루해 하고 나 역시 지쳐있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웹툰으로 그리면 좀 읽어주지 않을까 싶어서 웹툰도 그리고 있다. 정성껏 그렸는데 다행히 많이 사랑해주셔서 직업을 바꿔야 하나 생각 중이다." (웃음)

양윤경 기자 양치대첩 배현진 앵커
댓글3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