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의 이적 소식을 전하고 있는 LA다저스 공식 홈페이지

다르빗슈의 이적 소식을 전하고 있는 LA다저스 공식 홈페이지 ⓒ MLB.com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지난 해의 시카고 컵스가 그랬듯이 올해가 월드 챔피언 등극의 최적기라고 보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블록버스터 트레이드 한 건을 성사시키면서 사고를 쳤다.

8월 1일(이하 한국 시각) 다저스는 동시다발적인 트레이드를 실시하여 오른손 선발투수와 왼손 구원투수를 모두 보강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추신수의 소속 팀 텍사스 레인저스가 올해는 포스트 시즌 포기를 선언하면서 올 겨울 FA가 되는 에이스 다르빗슈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고, 결국 다저스가 다르빗슈를 데려오게 됐다.

왼손 구원투수 보강으로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부터 토니 왓슨을, 신시내티 레즈에서는 토니 싱그라니를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이전 소속 팀에서 팀을 떠난 마무리투수들 대신 새로운 마무리투수에 도전했으나 한계에 부딪힌 선수들로 켄리 잰슨 등 오른손 구원투수가 장점인 다저스 왼손 구원투수 전력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트레이드 시장에서 승부수 던진 팀 연봉 1위 다저스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한 2013년을 기점으로 다저스는 팀 연봉 총액에서 그 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뉴욕 양키스를 넘어섰고, 처음으로 사치세를 내기 시작했다. 다저스는 1988년 마지막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차지한 이후 월드 시리즈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그 동안 포스트 시즌은 무려 10번이나 나갔는데, 이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박찬호가 프랜차이즈 간판 투수로 자리잡고 케빈 브라운을 영입했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포스트 시즌 문턱도 밟지 못했다. 이후 박찬호가 FA로 떠나고 브라운을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다저스는 팀 컬러를 다시 짜서 2004년(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과 2006년(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포스트 시즌에 나섰으나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했다.

이후 오랫동안 양키스 감독을 맡았던 조 토레(현 메이저리그 사무국 부사장)를 영입하여 2008년과 2009년에도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와 디비전 시리즈에서 각각 탈락했다. 당시에는 클레이튼 커쇼가 2008년에 데뷔하여 조금씩 성장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커쇼가 에이스로 우뚝 서고 돈 매팅리 감독 체제가 시작된 이후 다저스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에서의 성적은 각각 챔피언십 시리즈 탈락 2회와 디비전 시리즈 탈락 2회에 그쳤다. 특히 디비전 시리즈에서 3일 휴식 후 등판까지 자처했던 에이스 커쇼는 챔피언십 시리즈만 올라가면 꼭 일리미네이션 게임(지면 탈락이 확정되는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배경이 있었다. 매팅리 감독 체제에서의 다저스는 특정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향이 강했다. 당시 선발진에서는 커쇼, 잭 그레인키(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류현진 등이 선발승의 상당한 비율을 책임졌고, 타선에서도 애드리안 곤잘레스, 저스틴 터너, 야시엘 푸이그 등에게 의존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부임한 이후 2017년의 다저스는 공백이 생기면 그 빈 자리를 다른 선수가 확실히 채워주는 강팀이 됐다. 이 때문에 부상 선수가 발생해도 그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올 시즌에 부상자 명단 등재 선수가 30개 팀 중에 가장 많으면서도 승률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후반기에 고비가 찾아왔다. 지난 시즌에도 허리 디스크 증세로 2달 반 가량을 쉬었던 에이스 커쇼가 허리 통증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이탈한 것이다. 다행히 지난 해와는 달리 단순히 근육에 무리가 온 것이었지만 다른 팀의 에이스들과 차원이 다른 슈퍼 에이스 커쇼의 부재는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분명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었기에 다르빗슈 영입에 나선 것이다.

물론 다저스는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찍은 오른손 투수 워커 뷸러와 우익수 알렉스 버듀고는 모두 지켰다. 대신 2루수 윌리 칼훈과 오른손 투수 A.J. 알렉시, 내야수 브랜든 데이비스를 레인저스로 보냈다. 칼훈도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로건 포사이드를 내년까지 활용할 수 있으며 신예 크리스 테일러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었기에 보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선발진에서 FA 최대어가 될 다르빗슈를 데려온 만큼 왼손 구원투수 영입에서는 눈을 낮췄다. 초특급 마무리 잰슨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취약한 왼손 셋업맨을 영입하기로 하고 2명의 선수를 데려왔다. 대신 백업 야수 스캇 반 슬라이크는 레즈로 보내게 됐다.

투수들의 무덤 벗어난 다르빗슈, 포스트 시즌 임팩트는?

일본 니폰햄 파이터스에서 뛰었던 다르빗슈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하여 레인저스에 입단했다. 사실 레인저스의 홈 구장인 글로브 라이프 파크는 예전에 박찬호가 고전했듯이 아메리칸리그 투수들의 무덤으로 유명했다. 우측 외야에 강하게 부는 제트 기류로 인하여 어느 정도 타구가 뜨면 쉽게 홈런으로 넘어가는 경기장이었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 첫 시즌이었던 2012년 홈 평균 자책점 3.88, 원정 평균 자책점 3.92로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홈 경기 성적이 더 좋았다. 적응을 끝낸 2013년에는 홈 ERA 2.69, 원정 ERA 3.05로 더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2014년에는 홈 2.50, 원정 3.61로 투수들에게 불리한 홈 구장에서 훨씬 더 임팩트 강한 투수가 됐다.

그랬던 다르빗슈는 고질적으로 안고 있던 목 통증과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결국 2014년 9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2015년을 통째로 쉬었다. 겨울이 아닌 9월에 수술을 받았던 이유는 당시 레인저스가 부상 선수가 너무 많아 30개 팀 중 꼴찌로 처졌기 때문에 다르빗슈나 추신수 등 부상을 안고 뛰던 선수들을 일찍 쉬게 해 준 것이다.

큰 수술을 받고 2016년 5월에 복귀한 다르빗슈는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던지고 있다. 그런데 수술 이후 그렇게 좋았던 홈 경기 성적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16년 다르빗슈의 원정 ERA는 2.28로 특급 성적이었는데, 홈 ERA가 4.26으로 치솟았다. 2017년에는 원정 2.49, 홈 5.38로 그 편차가 더 벌어진 상태였다.

특히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마지막 등판이었던 7월 27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인터리그 홈 경기에서 다르빗슈는 3.2이닝 9피안타(2피홈런) 10실점이라는 최악의 피칭을 했다. 보통 트레이드 루머가 뜨고 나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트레이드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인데, 다르빗슈의 경우는 오히려 글로브 라이프 파크를 떠나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만들어 준 경기였다.

물론 다르빗슈가 원정 경기 성적이 더 좋았다 해도 대부분의 경기는 아메리칸리그 경기장에서의 원정 성적이었다. 레인저스는 다저스와 2015년에 시리즈를 치른 적이 있는데, 2015년은 다르빗슈도 류현진(어깨 관절와순 수술)도 시즌을 통째로 쉬었기 때문에 서로의 팀을 상대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에서 다저스 스타디움 등판 성적이 아예 없지만, 등판 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09년에 있었던 제 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이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는데, 당시 다르빗슈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상대로 구원 등판하여 연장전 구원승을 거뒀던 기록이 조금 있다.

팔꿈치 수술 이전까지는 글로브 라이프 파크 성적이 더 좋았던 다르빗슈는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단 2경기에 등판한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2012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와일드 카드 시리즈 경기에 나선 적이 있는데, 6.2이닝 2자책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하긴 했지만 득점 지원 부족으로 패전투수가 된 기록이 있다.

수술을 하고 돌아와서는 2016년 디비전 시리즈 1경기에 등판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 경기였다. 그리고 5이닝 5실점 패전을 당했는데, 이 날 허용했던 피안타 5개 중 4개가 홈런이었다는 점이 다소 걸린다. 물론 상대 팀이 홈런 군단 블루제이스이긴 했어도 분명 위험 요소다.

다시 넘쳐나게 될 다저스 선발진, 류현진의 생존 경쟁 3라운드

 31일 류현진의 선발 등판 소식을 전하고 있는 LA다저스 공식 홈페이지

지난달 31일 류현진의 선발 등판 소식을 전하고 있는 LA다저스 공식 홈페이지 ⓒ MLB.com


커쇼가 가벼운 허리 통증으로 당분간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졌고, 오른손 투수 브랜든 맥카시도 손가락 물집이 터진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어서 아직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 다저스는 일단 알렉스 우드(좌), 다르빗슈(우), 리치 힐(좌), 마에다 겐타(우), 류현진(좌)으로 선발 로테이션의 좌우 균형을 맞췄다.

일단 로테이션 1~2바퀴 정도는 이렇게 5명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문제는 커쇼(좌)와 맥카시(우)가 복귀했을 경우 다시 선발투수가 7명으로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다저스는 올 시즌 초반 집중 육성하는 유망주 훌리오 유리아스(좌)까지 합해서 7명의 선발투수를 돌렸으나 유리아스는 어깨 수술을 받게 되면서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도 쓸 수 없게 됐다.

물론 장기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다저스는 비싼 몸값이 예상되는 다르빗슈를 올해 3개월(8월~10월)만 활용하고 붙잡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저스 선발투수들 중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들이 없기 때문에 비싼 선발투수 영입도 힘들다. 다만 퀄리파잉 오퍼를 신청하고 다르빗슈를 붙잡지 않는 방식으로 드래프트 보상 지명권을 1장 가져오는 방법은 있다.

문제는 올해 남은 시즌이다. 선발투수가 6명일 때야 가끔 휴식일이 없는 강행군 스케줄 때 6명을 모두 선발 등판시키면서 모든 투수들에게 하루의 추가 휴식을 주는 방법을 활용하거나, 가벼운 상처를 입은 선수들을 10일 부상자 명단으로 활용하여 로테이션을 한 번 정도 거르게 하는 등으로 활용할 수 있었고, 다저스는 지금까지 그런 방법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7명이 되면 그런 활용에도 한계가 오게 마련이다. 누군가 1명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하여 긴 이닝을 소화하는 롱 릴리프로 빠져야 한다. 올 시즌 롱 릴리프로 활용된 경험이 있는 선수들로는 류현진(1경기 4이닝 1세이브), 우드(2경기 5.1이닝 1승 무패) 그리고 마에다(2경기 5이닝 1세이브)가 있다.

포스트 시즌이 되면 더 골치가 아프다. 아예 7명 중 3명이 불펜으로 빠지거나, 최악의 경우 포스트 시즌 로스터(25명)에 끼지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들 중 커쇼와 다르빗슈는 건강에 이상만 없으면 포스트 시즌 선발에 무조건 합류할 고정 선수들이다. 나머지 2명의 자리는 힐, 우드, 맥카시, 류현진, 마에다 5명이 좁은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물론 평소에 5선발 요원들은 포스트 시즌에 가면 1+1 투수로 활용된다. 다만 포스트 시즌에서 1+1 요원을 2명이나 활용하기에는 다른 구원투수들의 자리가 좁아진다. 포스트 시즌에서 구원투수들은 연투가 중요한데, 선발 요원들은 전문 구원투수들에 비해 연투 능력은 조금 부족하다.

결국 다저스 선발투수들은 남은 2개월 동안 포스트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기 위한 생존 경쟁 3라운드에 들어가게 됐다. 일단 지금 당장 누구를 콕 찝어서 불펜으로 가라고 할 선발투수는 없다. 다르빗슈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 모두 최근 등판에서는 호투했고, 우려할 만한 부진에 빠진 선수들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에서 누군가를 빼야 할 결정권을 가진 로버츠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있는 선발투수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이들이 모두 포스트 시즌에서 잘 던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커쇼는 허리가 관건이고, 다르빗슈와 류현진의 포스트 시즌 경력은 각각 팔꿈치와 어깨 수술 전후를 다르게 봐야 한다.

힐은 지난 해 포스트 시즌에서 그렇게 강한 임팩트를 보이지 못했으며, 우드는 포스트 시즌 선발 경험이 없다. 마에다는 지난 해 포스트 시즌 등판 경험이 있긴 하지만 올해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이 풍족한 점을 감안하면 굳이 꼭 등판을 해야 하나 의구심이 드는 성적이다. 맥카시는 아예 포스트 시즌 경험 자체가 없다.

일단 커쇼와 다르빗슈가 포스트 시즌 1선발과 2선발을 맡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류현진은 31일 경기에서 보여줬던 호투(7이닝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포스트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긴다.

다행히 류현진은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시즌을 치를수록 점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류현진의 포스트 시즌 등판 기록은 2014년에서 멈춰있다. 류현진이 올해 그 기록을 다시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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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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