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시마 섬을 소재로 한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가 지난 7월 26일 개봉했다. <베테랑>과 <부당거래>에서 함께했던 황정민이 다시 한번 류승완 감독과 합을 맞췄고, 송중기가 <늑대소년>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리고 이정현, 소지접, 이경영, 김수완 등이 출연했다.

순제작비 220억 원이 동원되었고, 6만6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세트장이 만들기도 했다.

<군함도>는 개봉 첫날 전체 스크린의 80%인 2천 개가 넘는 스크린에 걸리며 97만 관객을 동원했다. 다수의 논란과 평점 테러 속에서도 5일 만에 4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역사와 상상의 혼합

ⓒ CJ엔터테인먼트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 반도호텔의 악단장 '강옥'(황정민)은 자신의 밴드 단원들과 그의 하나뿐인 딸 '소희'(김수안)를 이끌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일본 땅을 밟는다. 하지만 그와 식솔들이 가게 된 곳은 바로 군함도였다. 그곳은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되어 해저 1,000미터 깊이의 막장 속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노역해야 하는 지옥의 섬이었다.

강옥은 특유의 눈치 빠른 행동으로 탄광이 아닌 일본인 직원을 대상으로 한 악단 공연을 맡게 된다. 하지만 군함도에 도착하자마자 따로 떨어지게 된 어린 딸 소희 걱정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한편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은 군함도의 새로운 조선인 관리자에 등극했고, 가까스로 위안부에서 벗어나 새 삶을 원했던 '말년'(이정현)은 또다시 군함도에서 일본군부에 유린당하고 만다.

태평양전쟁은 일본의 패전이 가까워지고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무영'(송중기)은 독립인사 윤학철(이경영)의 구출 작전을 지시받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그리고 미군의 공습이 잦아지던 어느 날 군함도의 조선인들은 무영의 지휘 아래 대탈출 감행한다.

캐릭터의 아쉬움, 배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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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으로 처리된 CJ의 인트로영상에 이어 군함도 막장의 참혹함을 그린 오프닝은 이 영화가 우리 암흑기의 아픔을 펼쳐낼 것을 잘 암시하고 있다. 실제 영화에는 지옥도를 체감하게 만드는 훌륭한 세트장을 배경으로 일본인과 친일파에게 짓밟히며 막장에서 죽어 나간 조선인부들의 처절한 삶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위안부 못지않게 군함도에서 성 노리개로 유린당한 조선 여인들의 가슴 아픈 삶도 더하고 있다. 영화는 그 시대의 아픔을 담아내는 것에만 그치고 있지 않다. 친일파를 척살하는 장면과 조선인들이 촛불을 들고 모이는 장면 그리고 일제 전범의 상징 욱일기를 반으로 자르는 장면 등 영화 속 몇몇 상징적인 장면들을 매우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류승완 감독은 본인이 담고자 했던 일본에 대한 분노와 깨어있는 민중의식에 대한 메시지들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영화의 진중함 탓인지 간간히 심어놓은 웃음장치들이 처절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류 감독의 전작 <베테랑>만큼 큰 힘을 발휘하진 못하고 있다. 또한, 총 한번 잡아본 적 없던 말년이 명사수로 변신하고, 끝도 없이 멋있게만 나오는 박무영은 불사신에 가깝게 그려지는 등 캐릭터와 스토리를 엮어가는 과정에선 자연스러움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스토리와 뻔한 신파는 신선함을 주기에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많은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로 극의 흐름을 잘 유지하며 약점을 커버해 나간다. 그리고 처절한 액션시퀀스와 뛰어난 현장감으로 무장한 후반부의 대탈주 시퀀스는 블록버스터의 클라이맥스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준다.

<군함도>는 배우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조연은 물론 단역들까지 강제 징용된 조선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체중 감량, 반삭발 등을 감수했다. 황정민은 극의 중심이 되는 강옥이란 인물을 맡아 김수안과의 부녀 '케미'로 웃음을 만드는 동시에 부성애을 잘 그려낸다. 소지섭은 철성 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한편 목욕탕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에선 공간 및 의상 설정상 보호장비를 착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으며 보기드문 액션 시퀀스를 완성한다. 송중기 또한 평가 면에서 박할 수밖에 없는 무영이라는 평면적인 캐릭터를 맡아 소지섭 못지않은 액션과 '유시진의 진지 모드' 연기를 잘 활용하며 어느 정도 선방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와 포스트(http://post.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함도 송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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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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