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두 명이 콤비를 이루어서 사건 수사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셜록 홈즈 옆에는 왓슨이 있었다. 네로 울프에게는 아치 굿윈이, 에르큘 포와로에게는 헤이스팅스 대위라는 조력자가 있었다.

그 중에는 남녀 콤비도 있다. 스카페타 박사의 곁에는 피트 마리노 경감이 있었다. 그리고 아멜리아 색스는 전신마비탐정 링컨 라임의 손발이 되어서 함께 사건수사를 이끌었다. 데니스 루헤인은 켄지와 제나로를 콤비로 만들어 냈다.

이들은 사소한 일로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콤비 플레이를 하며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 간다. 하긴 사건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혼자 활약하기 보다, 믿을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활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노르웨이의 작가 한스 올라브 랄룸도 작품 속에서 이런 남녀 콤비를 만들어 냈다. 노르웨이 오슬로 경시청에 근무하는 중년의 콜비요른 크리스티안센 경감과 18세의 민간인 파트리시아 보르크만이 그 주인공이다. 파트리시아는 눈길 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다.

강력범죄에 맞서서 활약하는 남녀 콤비

겉표지
▲ <파리인간> 겉표지
ⓒ 책에이름

관련사진보기

이들은 작가가 2010년에 발표한 첫 작품 <파리인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함께 범죄수사를 하며 여러 살인사건들을 해결해간다. 굳이 역할 분담을 하자면 파트리시아가 일종의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크리스티안센 경감은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추리하며 범인을 추적한다.

<파리인간>은 1968년의 노르웨이 오슬로를 무대로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차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대전 당시 저항군으로 활동했던, 그래서 노르웨이에 들어온 독일군에 맞섰던 한 인물이 자신의 자택에서 총에 맞아 죽는다. 그는 전쟁 이후에 많은 재산을 모았다.

2011년 작품인 <위성인간>도 2차대전과 연관이 있다. 노르웨이의 최고 부자라고 일컬어지는 인물이 가족 모임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에 사망했다. 돌발적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살해한 것이 명백한 상황.

<위성인간>의 피해자 역시 전쟁 당시 저항군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두 작품 모두 수사의 핵심은 둘 중 하나. 범인은 단순히 돈을 노렸을까 아니면 전쟁 당시에 생긴 어떤 갈등 때문에 일종의 복수를 하려고 했을까.

전쟁이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

겉표지
▲ <위성인간> 겉표지
ⓒ 책에이름

관련사진보기

<파리인간>, <위성인간>의 공통점이라면 저항군 출신의 피해자가 남긴 재산을 둘러싸고 자식과 주변인물들이 갈등을 겪는다는 것. 돈이 너무 많아도 문제인 셈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은 '파리인간', '위성인간'이란 단어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한다. 파리인간은 삶의 한 가운데에서 전쟁처럼 무언가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던 사람들, 하지만 그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상황에 다시 뛰어들게 된다. 쓰레기 더미에 모여드는 파리떼처럼.

위성인간은 평생동안 한 사람의 주위를 맴돌면서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장애아의 부모는 그 자식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지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역사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작가는 자신이 고전추리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를 흉내내서 악한 본능을 가지고 있는 여러 명의 등장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인간의 운명과 삶을 조합해서 작품을 구성했던 조르주 심농의 집필방식도 추가해 보았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시리즈로 발표하고 있다. 평화로울 것 같은 북유럽의 복지국가 노르웨이에서 또 어떤 범죄가 발생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하반신이 마비된 18세 소녀 파트리시아의 몸이 과연 회복될 수 있을지도 관심 거리다.

덧붙이는 글 | <파리인간> <위성인간>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 손화수 옮김. 책에이름 펴냄.



파리인간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 책에이름(2013)


태그:#파리인간, #위성인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