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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과 절도가 포함된 각종 범죄를 소재로 한 추리 퀴즈'라고 하면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겠다. 범인은 어떻게 알리바이를 만들었을까. 범인은 범행에 사용한 도구를 어디에 어떻게 처리했을까.

절도나 강도사건이 아닌 살인에만 국한시켜도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범인은 어떻게 현장을 밀실로 만들고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범인은 시신을 어떤 방법으로 현장에서 옮기고 감추었을까.

또는 시신의 신체 일부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피해자가 죽어가면서 남긴 메시지, 일명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에 어떤 단서가 담겨있을까 등.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이런 상황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살인은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작정하고 살인의 대상을 정해 놓았다면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한 '사후처리방안'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소재로 흥미로운 추리 게임을 해보면 어떨까.

살인게임을 벌이는 다섯 명의 모임

겉표지
▲ <밀실살인게임> 겉표지
ⓒ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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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의 2007년 작품 <밀실살인게임>에서는 작품의 제목처럼 일종의 화상채팅을 통해서 등장인물들이 한 명씩 살인에 대한 문제를 내놓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맞출 수 있는지 또는 맞출 수 없는지 지켜본다.

독특한 점은 그 살인이 모두 문제를 제출하는 사람이 직접 저지른 살인이라는 것. 그러니 '내가 어떻게 살인을 했고,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맞춰봐라'라는 이야기다. 어찌보면 참 비현실적인 모임이자 게임일 것이다.

이 모임의 구성원, 그러니까 게임에 참여하는 인원은 모두 다섯 명이다. 현실에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얼굴도 본명도 모른다. 화상채팅을 할 때는 나름대로 가면을 쓰거나 적당히 변장한다. 채팅에 사용하는 이름도 당연히 실명이 아니다.

문제를 제출한 사람을 제외한 네 명이 각기 답을 제시해도 되고, 네 명이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의견을 제시해도 된다.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단서에 입각한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서 답이 도출되어야 한다는 것. 짐작만으로 답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물론 문제를 제출하는 사람은 충분한 단서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던 어느날, 한 회원이 살인을 하고 다른 회원들에게 문제를 제시한다. 문제는 '살인범이 다음으로 노리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것. 답을 맞추지 못하면 또 다른 살인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어찌보면 막막한 문제다. 살인범이 다음에 누구를 노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때부터 문제를 제시한 회원의 연속살인이 시작된다.

작가가 만들어낸 독특한 트릭

우리나라에도 추리동호회는 여럿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도 있고, 추리와 관계된 문제를 내고 회원들이 맞추도록 또는 맞추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모임도 있다. <밀실살인게임>에 등장하는 동호회와의 차이는, 회원들이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

실제로 <밀실살인게임>에서와 같은 동호회가 있다면 어떨까. 가입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겠지만, 가입을 못하더라도 가능하다면 회원들이 나누는 대화를 '눈팅'이라도 해보고 싶어질지 모른다. 무슨 생각으로 일종의 '묻지마 살인'을 하고 다니는지, 어떤 방법으로 살인을 하는지, 그 대상은 무슨 기준으로 정하는지 등이 궁금해질 수도 있으니까.

작가 우타노 쇼고는 서술트릭의 반전(反轉)이 인상적이었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 안의 살인게임에서도 여러 가지 트릭이 나온다. 밀실트릭, 알리바이 트릭 등. 한 등장인물은 살인을 하고나서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서 죽인 게 아니라,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죽였어'라고 말한다.

추리작가들도 작품 속에서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지 않을까. 다른 작가들이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트릭이라면 더욱 그런 욕심이 생길 것이다. <밀실살인게임>을 읽다보면 '이번 살인에 사용된 트릭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밀실살인게임> 우타노 쇼고 지음 /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태그:#밀실살인게임, #우타노 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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