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덩케르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새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 <덩케르크>(2017)는 <인터스텔라>(2014) 이후 3년 만에 나온 작품이다. 이번 신작은 놀란 감독의 작품 중 최초로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됭케르크 지방에 고립된 30만 명 이상의 영국군을 철수시킨 다이너모 작전을 영화로 담아냈다.

놀란 감독은 기본적으로 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연출을 선호해 CG의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는 경향을 보여주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점들이 잘 드러난다. 전투기들의 공중전을 '도그파이트'라고 하는데, 작중 정말 현실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해안에서 고립된 영국군의 7일, 영국에서 출항해 됭케르크까지 가는 민간 선박의 하루, 공중전을 벌이는 전투기의 1시간으로 그려진다. 각각의 시공간이 교차편집이 진행되며 스토리가 진행된다. 초반부에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교차편집으로 인해 조금 혼선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계속 진행될수록 3개의 시공간은 모두 하나로 수렴된다.

영화는 처음 됭케르크에 고립된 영국군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들에게 공습은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본토에서 전함을 보내 이들을 귀환시키지만, 수적으로 무리가 있을뿐더러 그나마도 독일군 잠수함과 폭격기의 무차별 폭격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은 이들 모두를 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부족한 함선은 민간 선박을 징발해 이들을 구출하려 한다. 그리고 구출 작전을 위해 영국 전투기 스핏 파이어가 공중 지원을 위해 됭케르크로 떠난다.

 영화 <덩케르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이 작품은 기존의 전쟁영화와는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흔히 전쟁영화에서 나오는 전투장면도 이 작품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독일군의 모습 또한 나오지 않는다. 관객이 볼 수 있는 존재는 전쟁의 피로와 좌절감에 빠진 영국군뿐이다.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덩케르크>는 전쟁영화보다 오히려 재난영화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나아가 극 장르가 아닌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덩케르크>에서는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한다. 아비규환의 전쟁터에서도 인간 존엄을 지키려는 병사, 모든 병사가 철수하기 전까지 남아서 퇴각을 책임진 해군 중령, 연료가 떨어진 것을 알고도 철수하는 병력을 위해 독일군 전투기와 싸우는 공군 파일럿, 그리고 됭케르크 작전에 자원해서 병력을 구조하는 민간선박 선주. 이들 4명은 각각의 공간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중심을 잡아준다. 그리고 함정이 침몰당한 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소위, 살기 위해 냉혹해지는 일반 병사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영화를 빛낸다.

공습이 난무하고 독일군이 총공세를 펼치는 현장에서, 각각의 인물들은 선택한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불사하기도 하고, 때론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결코 악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기적인 행동을 한 인물들도 결국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한다.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결국 이들 또한 전쟁이 만들어낸 피해자라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과장된 묘사와 과잉된 감정을 배제한 채 말이다.

이런 다양한 인물 군상을 배우들 또한 잘 표현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사단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놀란 감독은 전작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와 계속해서 작업하는 경향이 있다. <됭케르크>에서도 익숙한 배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셉션>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함께한 톰 하디,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에 등장한 킬리언 머피, 그리고 이번 작에서는 목소리만 등장한 마이클 케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핀 화이트헤드, 해리 스타일스, 아뉴린 바나드 등의 신인배우 연기도 인상적이다.

 영화 <덩케르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영국인들에게 됭케르크는 엄청난 자부심이다. 'Dunkirk spirit'이란 고유명사가 있을 정도다. 영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이 단결해서 역경을 극복해야 할 때 사용된 말이라 하니 영국인의 됭케르크 철수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목숨을 걸고 공중전을 펼친 파일럿, 자진해서 철수작전에 참여한 민간선박 선주들 그리고 모든 병사를 철수시키고 전장에 남아 연합군과 함께 싸운 해군 중령의 모습에서 됭케르크 정신이 느껴진다.

생사를 넘나드는 사선에서, 혹은 온갖 역경과 장애물이 있는 잔인하고 냉정한 현실에서 실패와 직면할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덩케르크>는 우리에게 단순한 역사적 사실만을 보여준 것이 아니다. 역경과 맞닥뜨렸을 때 좌절하지 않는 용기, 인간 존엄을 잃지 않는 성숙함, 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까지, 오늘날 우리가 가져야 할 덕목을 알려준다.

성공보다 값진 실패는 무엇일까. 과연 우리는 값진 실패를 조우했을 때 감사할 수 있을까.

"나도 알지만 (그럼에도) 우리 편을 도우러 가야 한다고!"

선박에 온갖 장애물이 생겨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문스톤 호의 선주 겸 정장 도슨의 대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Critics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춘천지역 주간지 <춘천사람들>에서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 킬리언 머피 톰 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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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글쓰기 동아리 Critics를 운영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고있습니다. 춘천 지역 일간지 춘천사람들과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차후 참 언론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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