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주가 지난 달 28일 이후 22일 만에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가장 최근 선발 등판 상대는 오늘 만날 SK 타선이다. 22일 만의 선발 등판이 SK 타선과의 재회인 셈이기도 한 것이다.

함덕주는 이번 달 5경기에 등판했지만 선발로 나선 적은 없었다. 구원 등판을 통해 컨디션과 구위를 점검했고 차분하게 후반기를 준비했다. 다행히도 다섯 번의 구원 등판에서 안정감 있는 피칭으로 6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올시즌 SK와 두 차례 만난 함덕주에게 나쁜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인천 원정에서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는 선발승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어제 5개의 홈런을 몰아치면서 12득점을 뽑아낸 SK 타선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20일 인천 SK전 선발로 등판하는 함덕주.

20일 인천 SK전 선발로 등판하는 함덕주. ⓒ 두산 베어스


함덕주가 전반기에 고전한 이유

선발 전환 이후 첫 시즌이다. 부담이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4월 한 달만 놓고 보면 흐름이 나쁘지 않았던 함덕주이지만 5월 들어서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5월 한 달간 5경기에 등판, 선발로는 네 번 등판했다. 20.2이닝을 소화하면서 1승 2패 ERA 6.10을 기록했고 6일 LG전의 경우 무려 7실점을 허용하며 프로 데뷔 이후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실점을 기록했다.

6월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5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하면서 25이닝을 소화했고 1승 3패 ERA 4.68을 기록했다. 다만 28일 잠실 SK전에서는 패전을 기록했지만 7.1이닝 동안 단 두 점만을 내주며 9일 울산 롯데전에 이어 올시즌 두번째로 QS+(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했다.

들쭉날쭉한 기복 속에서도 희망은 분명 존재했다. 잘 던지는 날은 상대 타자들이 쉽게 공을 건드리지 못할 정도였던 반면 잘 안 풀리는 날에는 던졌다 하면 타구가 쭉쭉 뻗어나갔다. 결국 기복을 줄이는 것이 과제이다.

보직과 관계없이 지난 13일 넥센전 구원 등판 이후 일주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다. 6일 동안 휴식하고 선발로 총 세 차례 등판했으며, 4월 30일 잠실 롯데전(6이닝 2실점 패전)과 5월 13일 사직 롯데전(5이닝 무실점 승리)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6월 22일 광주 KIA전에서는 3.2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6일 휴식 이후 네 번째 등판이다. 앞선 세 차례 등판과 달리 체력적인 면에서는 전혀 부담이 없다. 가장 최근에 등판한 13일 넥센전에서 7회초 2사에 올라와 8회초 2사까지 세 명의 타자를 상대로 출루 한 번 허용하지 않았다. 불펜 사정이 어려운 만큼 체력을 아낀 함덕주가 많은 이닝을 소화할 필요가 있다.

 오늘 함덕주에게 배짱있는 피칭이 필요하다.

오늘 함덕주에게 배짱있는 피칭이 필요하다. ⓒ 두산 베어스


'홈런군단' SK 봉쇄법을 찾아야 하는 함덕주

경기 초반에 위기를 맞이해 5회를 넘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간 경우가 꽤 있었다. 1~3회 피안타율이 .264(2할6푼4리), 4~6회 피안타율이 .257(2할5푼7리)로 큰 차이는 없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2회와 4회가 고비였다. 2회 피안타율이 .310(3할1푼), 4회 피안타율이 .314(3할1푼4리)로 가장 높았다.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난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 SK 타선 역시 2회부터 불이 붙어 6회까지 5이닝 연속으로 득점을 기록했다. 1회를 잘 넘어간 선발 장원준은 4이닝만을 소화하며 이현호에게 바통을 넘겼고, 이후 이현호와 김성배가 7실점을 기록하며 승기가 SK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함덕주의 이닝별 투구와 SK 타선의 흐름을 고려했을 때 결국 1회부터 4회까지의 투구가 가장 중요하다.

올시즌 SK전에서는 두 차례 등판했고, 인천 원정과 잠실 홈 경기에서 각각 한 차례씩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4월 23일 인천 SK전에서는 5.1이닝 동안 4실점을 기록하며 QS(퀄리티스타트) 기록에 실패했다. 4회말에만 대거 4실점을 허용했고 이홍구에게 투런포를 내줬다. 그러나 타자들의 고른 활약 속에 4실점을 기록하고도 올시즌 첫 선발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6월 28일 잠실 SK전에서는 인천 원정 경기보다 더 좋은 내용을 보여줬는데도 오히려 패전을 기록했다. 7.1이닝 동안 8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2실점, 피홈런 허용은 없었다. 상대 선발 켈리가 이 날 7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고, 뒤이어 올라온 김주한과 박정배가 두산 타선을 꽁꽁 묶어 SK가 3-0 영봉승을 거뒀다. 나름 최선을 다한 함덕주로선 아쉬움이 컸다.

세 달 전 인천에서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함덕주는 모든 타자들을 조심해야 하지만, 특히 함덕주에게 강한 정의윤(올시즌 상대전적 5타수 4안타 타율 .800)과 나주환(5타수 2안타 타율 .400), 최정(3타수 1안타 타율 .333, 볼넷 4개)과의 승부가 중요하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선발로 전환한 올해 패스트볼 구사 비율을 50%대로 낮췄고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21.4%까지 증가시켰다. 구사 비율이 높아진 만큼 패스트볼 못지않게 체인지업 제구도 매우 중요해졌다. 오랜만에 선발로 등판하는 함덕주가 SK 타선을 상대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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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 출처: 스탯티즈 홈페이지, KBO 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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