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11명의 선수가 함께하는 팀 스포츠다. 강한 팀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력은 필수다. 많은 감독들이 선수에게 전술에 맞는 움직임을 주문하는 이유다. 한편으론 축구는 개인 스포츠다. 선수 한 명의 힘으로 경기 흐름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다. 때문에 많은 팬들이 슈퍼스타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감독이 선택한 전술에 선수들이 맞춰야 할까. 아니면 보유 선수들에 맞춘 전술을 짜야 할까. 이 난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닭이 먼저다'

 티키타카로 전성기를 보낸 바르셀로나

티키타카로 전성기를 보낸 바르셀로나 ⓒ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선수들은 클럽이 지향하는 전략에 적응하기도 한다. 2015-2016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달성한 FC 바르셀로나(아래 바르샤)는 볼 소유를 강조한 4-3-3 포메이션을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끊임없이 볼을 주고받는 '티키타카'는 바르샤의 오랜 전통이자 철학이다.

바르샤는 유소년 클럽인 '라 마시아(La Masia)'부터 어린 선수들에게 티키타카를 가르친다. 현재 바르샤에서 뛰고 있는 피케, 부스케츠, 이니에스타, 메시 모두 라 마시아 출신으로 뼛속까지 바르샤 식구다.

외부에서 영입된 선수도 예외는 없다. 올 시즌 메시와 함께 공격 주축으로 활약 중인 네이마르, 수아레즈와 '패스 마스터' 사비의 공백을 훌륭히 메운 라키티치 모두 티키타카 시스템에 녹아들었다.

'달걀이 먼저다'

 히딩크 감독

히딩크 감독 ⓒ 러시아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 히딩크 감독 역시 팀 내 상황에 따라 포메이션을 바꾸기로 유명하다. 히딩크는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4-4-1-1과 4-4-2를 사용해 네덜란드 대표팀을 4강 진출에 성공시켰다. 하지만 2년 뒤 맡았던 한국 대표팀에서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히딩크는 한국 선수들이 체력이 뛰어난 점을 파악하고 세 명의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압박을 펼칠 수 있는 3-4-3을 사용했다.

한일 월드컵 성공 이후 러시아 대표팀을 맡은 히딩크는 또 한 번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3-5-2를 사용했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 대표팀은 유리 지르코프, 안드레이 아르샤빈 같은 위협적인 측면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히딩크는 두 선수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4-3-3으로 예선을 치렀다.

이후 본선에서 그는 수비적 접근의 필요성으로 인해 4-1-3-2로 다시 변화를 줬다. 그 결과 러시아는 오스트리아·스위스 유로 2008에서 히딩크의 조국 네덜란드를 3-1로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여우를 조심하라

 무리뉴 감독

무리뉴 감독 ⓒ 인테르밀란 공식 페이스북




감독이 선택한 전술에 선수를 맞추는 기용 방식과 보유한 선수에 맞춰 전술을 운용하는 기용 방식 중 어느 하나가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두 방식 모두 성공을 거뒀다. 그렇다면 누군가 "상대팀에 따라 전술 운용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아마 두 방식을 혼용하는 게 정답이 될 것 같다.

오늘날 대부분의 감독들은 상대편 감독의 스타일과 포메이션에 따라 두 가지 사례를 혼용한다. 상대팀(여우)에 따라 어떤 선수를 기용하고 어떤 포메이션을 쓸 지가 달라진다. 2008년, 인테르 밀란에 부임한 주제 무리뉴는 자신의 전술 철학과 즉각적인 반응책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무리뉴는 인테르에 수비와 역습이 뛰어난 그만의 4-3-3을 도입했다. 이 포르투갈 명장은 FC포르투와 AS로마로부터 히카르두 콰레스마, 로베르토 만치니를 영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두 윙어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무리뉴의 4-3-3은 전 감독인 로베르토 만치니의 4-4-2만도 못 했다. 결국 무리뉴는 인테르 공격의 시발점인 베슬레이 슈나이더를 윙어들과 연계시키기보다는 공격수들 바로 뒤에 배치시키는 4-3-1-2를 구축했다. 이전까지 윙포워드로 경기에 출장한 슈나이더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탈바꿈한 뒤 자신의 기량을 만개했다.

무리뉴같이 현대 축구 선봉에 있는 감독들의 주장은 명확하다. 로테이션 정책의 일반화에 따라 특정 11명을 기본으로 한 포메이션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다. 현대 축구의 특성상 한 가지 방식만 고집하다가는 도태될 확률이 높다. 그보다는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경기를 운영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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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 감독 무리뉴 히딩크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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