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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중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사에게 보낸 욕설이 섞인 문자를 확인하고도 "폭언이 아니어서 교권침해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해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에 직접 구제를 호소하고 나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욕설 문자는 폭언 아니다?

26일 서울 W중 A부장교사는 기자에게 '국립 5.18민주묘지' 학생 인솔을 반대하는 한 인사가 보낸 핸드폰 문자메시지 복사본을 공개했다. 문자 발송시각은 지난 5월 24일 오후 4시 24분이다. 전체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5.18 국립묘지 방문에 반대하는 한 정체불명의 인사가 보낸 문자메시지.
 5.18 국립묘지 방문에 반대하는 한 정체불명의 인사가 보낸 문자메시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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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선샹! 어린학생들 빨갱이 만들지 말고 오씨팔참배? 기가 막히군. 국립묘지 희생자 참배지 오씨팔폭동에 학생들 동원하지마. 부끄럽게 살지마. 아시겠소."

이 문자는 이 학교 3학년 3개반 담임교사들이 지난 5월 26일 학생 테마형 교육여행 일정에 들어있던 5.18 묘지 방문을 포기하도록 으름장을 놓기 위한 것이었다. 문자를 받은 교사는 A부장이었다.

셀 수 없는 정체불명의 전화항의를 받은 교사들은 결국 전체 학생 70여 명의 5.18 묘지 방문을 포기한다. 이어 A부장은 "폭력적인 문자메시지 압력과 교감의 참배 재고 요구 등으로 인해 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친 정당한 교육활동이 중단된 것은 심각한 교권침해"라면서 교권보호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관련기사: "빨갱이 교육!" 문자폭탄에 5.18 묘지 참배 취소한 중학교).

하지만 지난 7일 이 학교 교감이 위원장을 맡은 교권보호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단독민원이든 집단민원이든 폭언, 폭력이 동원되지 아니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교권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원지위향상법에 따라 학교별로 구성된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한 분쟁 조정과 피해 교원의 보호 조치를 논의하는 기구다. 5~10명으로 구성되는 이 기구의 위원은 교원, 학부모, 지역인사 등이 맡는다.

이에 불복한 A부장은 지난 19일 서울시교육청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신청서'를 냈다. 이 신청서에서 A부장은 "교권보호위원회 결정 통지문을 받고, 그 내용이 교권보호는커녕 2차 가해로 여겨질 정도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불특정 다수의 집단 전화와 음해성 문자는 정당화되고 교권침해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중 교감 "A부장이 '폭언 없었다'고 자인", 그러나...

이 학교 교권보호위원장을 맡은 교감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문자 내용이 폭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위원회 회의 상황이 기억이 없어 회의록을 살펴봐야겠지만, A부장이 폭언이 없다고 스스로 진술한 것 같다"면서 "그래서 위원들이 '폭언이 없었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부장은 "위원회에 욕설을 담은 악성 문자까지 제출한 내가 '폭언이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태그:#5.18 묘지 방문 반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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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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