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군단' SK가 또 한 번 시원한 대포쇼를 펼치며 NC와의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만들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끄는 SK와이번스는 22일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10안타로 13득점을 올리며 13-6으로 완승을 거뒀다. 홈런왕 경쟁에서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는 최정과 한동민은 각각 시즌 25호 홈런과 22번째 홈런을 터트렸고 포수 이재원도 시즌 5번째 아치를 그려냈다.

마운드에서는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가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실점의 호투로 시즌 9승째를 챙겼다. 작년 시즌 31경기에서 200.1이닝을 던지고도 9승에 그쳤던 켈리는 올 시즌 단 15경기 만에 9승에 도달했다. 작년 시즌 내내 지독한 불운으로 '켈크라이'로 불렸던 켈리가 올해는 등판만 하면 승리하는 '켈스마일'로 거듭나고 있다.

200이닝 던지고도 10승을 채우지 못한 역대 3번째 투수

흔히 어떤 구단에서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 팬들은 가장 먼저 그의 빅리그 커리어부터 확인한다. 빅리그 진출 여부, 그리고 빅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지는 그 선수가 어느 정도의 기량과 경험을 가졌는지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빅리그 커리어가 반드시 KBO리그에서의 성공 여부를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외국인 선수 도입 초기 야구팬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기며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타이론 우즈(전 두산 베어스)와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 이글스)는 빅리그 경험이 전무하다. 투수쪽에서도 맷 랜들(전 두산), 케니 레이번(전 SK 와이번스), 릭 구톰슨(전 KIA 타이거즈), 벤자민 주키치(전 LG 트윈스) 등은 빅리그 경력 없이 한국땅을 밟아 성공적인 활약을 펼친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SK에서 2014년12월 35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켈리 역시 트리플A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끝내 빅리거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켈리가 SK의 새 외국인 투수로 결정됐을 때만 해도 팬들은 지명도가 다소 떨어지는 선수를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실제로 그 해 다른 구단에서는  루카스 하렐(전 LG), 알프레도 피가로(전 삼성 라이온즈), 필립 험버(전 KIA)처럼 높은 이름값을 가진 투수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켈리는 저가형 외국인 선수로서 최고의 가성비를 보이며 김광현과 함께 비룡 군단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켈리는 2015년 181이닝을 던지며 11승10패 평균자책점 4.13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소화한 이닝과 위력적인 구위를 생각하면 11승도 적게 느껴졌을 정도. 당연히 SK는 전년보다 두 배가 넘는 75만 달러의 금액으로 켈리와 재계약을 했다.

작년 시즌 켈리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켈리는 31경기에서 200.1이닝을 소화하며 SK마운드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켈리에게 돌아온 승수는 고작 9승. 20이닝이나 적게 던진 마이클 보우덴(두산)이 18승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켈리가 얼마나 불운한 시즌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켈리는 1983년의 고 최동원, 1989년의 김청수(전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200이닝을 던지고도 10승을 채우지 못한 역대 3번째 투수가 됐다.

15경기에서 9승, '켈크라이'에서 '켈스마일'로 별명 교체

비록 지독히도 불운한 시즌을 보냈지만 SK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와 결별할 리는 없었다. SK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85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켈리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켈리는 2009~2011년의 게리 글로버에 이어 3년 연속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는 역대 두 번째 외국인 선수가 됐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켈리의 불운은 계속 이어지는 듯 했다. kt 위즈와의 개막전에서 6이닝 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된 켈리는 4월까지 1승3패 4.70에 그쳤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로 인한 시즌 아웃이 일찌감치 확정된 상황에서 켈리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음을 생각하면 다소 실망스런 결과였다. 하지만 역대급 홈런쇼를 펼치고 있는 SK의 무시무시한 타선은 켈리를 외롭게 만들지 않았다.

켈리는 5월 들어 안정을 찾으며 5경기에서 4승을 챙겼고 6월에도 4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15경기 만에 작년 시즌에 기록했던 9승째를 챙겼다. 타선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켈리 스스로도 올 시즌 15경기에서 11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SK의 1선발다운 구위를 뽐내고 있다. 개인 기록도 다승 공동 2위(9승), 평균자책점 10위(3.44), 탈삼진 1위(103개), 이닝 1위(99.1이닝)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전혀 손색이 없다.

22일 NC전에서도 켈리는 1회 김성욱에게 홈런, 나성범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2점을 먼저 내줬다. 하지만 SK 타선은 2회말 공격에서 한동민의 3점 홈런을 포함해 7점, 3회말 공격에서 이재원과 최정의 홈런으로 6점을 뽑아내며 켈리에게 11점의 리드를 안겼다. 켈리는 6회까지 추가실점 없이 6이닝 2실점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7회부터 마운드를 채병용에게 넘겼다. SK는 8회 4점을 허용했지만 켈리의 9번째 승리에는 어떤 영향도 없었다.

켈리는 부친이 대형 호텔의 경영자였고 호텔 경영을 그만둔 후에도 여러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할 정도로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 어쩌면 켈리에게 야구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한 직업이 아닌 조금 고급스런 취미생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의 켈리는 그 어떤 선수보다 진지하다. 야구를 단지 재미로 생각하는 투수는 결코 한 시즌에 200이닝을 던지거나 두 달 동안 9경기에서 8승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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