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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립군>을 이대로 스크린에서 밀어내기 아쉽다. 긴 호흡의 영화가 필요할 때다."

한 영화제작자의 지적이다. <대립군>의 스크린이 흥행 부진으로 1주일 만에 대거 내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정윤철 감독이 스크린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문제를 직접 토로하기는 했으나, 다른 영화인들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다. 영화적인 부분을 거론하는 시선도 있지만, 스크린 문제는 영화에 대한 호불호 평가와는 전혀 별개라는 것이다.

시장 논리로만 따지면 좌석점유율과 예매율이 낮은 영화의 스크린과 상영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극장들이 <대립군>의 스크린을 줄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 작품들보다 관객들의 발걸음이 약하다 보니 어느 정도 예측되던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영관을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가슴이 찢어지고 창자가 끊어지는 듯하다"는 감독의 호소에 영화인들은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고작 6일 만에 스크린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에 있다. 게다가 조조와 심야 상영으로 상영 시간이 배정되면서 이른바 퐁당퐁당(교차상영)으로 영화의 접근성이 상당히 열악해졌다. 그러다 보니 그나마 유지되는 상영 횟수도 다분히 형식적이다. 신작이 개봉한 8일 <대립군>의 상영 횟수는 1000회에 못 미쳤다. 조조와 심야상영에서는 좌석점유율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어 주말 흥행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영화는 주말 흥행이 핵심인데... 대기업 상영관의 매정한 태도

배급업무를 오래 했던 한 영화인은 "일반적으로 영화는 평일이 아닌 주말 흥행이 가장 핵심이라며, 1주차 주말이 지난 후 스크린을 줄인 것은 2주차 주말을 보장해 주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주말 관객 수는 평일 관객 수를 합친 것보다 많거나 비슷해 영화 흥행에 절대적 요소다.

따라서 "최소 2주차 주말 상영은 기본적으로 보장해 줘야 하는데, 1주일도 안 돼 상영조건을 불리하게 만들고 극장에서 내리려 하는 것은, 대기업 상영관들이 작품에 대해 배려를 하지 않으려는 매정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개봉 날짜를 현충일인 6일 화요일로 택한 <미이라>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개봉일은 배급사의 개봉 전략이라 특별히 뭐라 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주초인 화요일에 개봉해 앞서 상영 중인 영화들의 스크린을 주 독식하는 태도는 상도의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한국영화 <악녀>의 경우 8일 개봉해 일반적으로 목요일에 개봉하는 추세를 벗어나지 않았다.

<미이라>는 개봉 2일 만에 100만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는데, 개봉일에는 12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7천 회 이상 상영됐다. 하지만 8일 좌석점유율이 13.4%로 <노무현입니다>의 13.7%보다 낮아 스크린 독식에 따른 흥행을 누리는 모습이다.

조선시대 비정규직 현 시대에서도 차별과 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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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 감독은 "처음에 스크린을 최대한 많이 몰아줘 오픈하고 시원찮으면 1주에 날려버리는 것은 극장에만 유리한 구조"라며 "적게 걸더라도 전체 상영 시간대를 보장해주며 2주 이상 걸어줘야 영화들이 공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구조에서는 쫓겨난 제작자는 망하고 소비자인 관객은 극장이 선정하는 대로 봐야 할 뿐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는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입니다>의 선전과 배급 시기 문제도 <대립군>의 흥행에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지만, 대기업 상영관들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구조에 <대립군>이 밀려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작품성을 평가받고 있는 영화가 개봉 1주일도 안 돼 관객의 접근성마저 어려워지는 현실에 대해 정 감독은 "조선 시대 비정규직이었던 대립군들을 어렵게 불러냈건만 현시대에서도 그들은 차별과 멸시 속에 씁쓸히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며 "감독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원한과 불의, 자본의 폭력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애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대립군 정윤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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