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연쇄 이동' 촉발, 김수지와 염혜선 선수(오른쪽)

'FA 연쇄 이동' 촉발, 김수지와 염혜선 선수(오른쪽) ⓒ 박진철


프로배구 출범 이후 최초로 FA 보상 선수 '원샷 지명'이 실시된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017~2018시즌 FA 보상 선수 지명 방식을 여자배구 6개 구단 모두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서 동시에 보상 선수 명단을 공개·지명하기로 결정했다.

장경민 KOVO 경기운영팀 과장은 3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경기운영팀장이 29일 여자배구 구단들과 협의를 거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자배구 6개 구단의 단장과 감독들은 '2017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를 참관하기 위해 6월 1일 태국으로 출국한다.

따라서 보호 선수 명단도 6월 1일 태국에서 FA 선수를 영입한 구단과 원소속 구단끼리 서로 주고받기로 했다. 이어 올스타 슈퍼매치 경기가 끝난 직후인 6월 3일 18시경 6개 구단의 단장과 감독이 태국 모 호텔에 모여서 보상 선수 명단을 동시에 공개하고 지명을 완료한다.

단,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은 똑같이 IBK기업은행에 보상 선수를 지명하기 때문에 제출한 선수 명단이 동일할 수가 있다. 이 경우에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의 지명 선수까지 제외하고, 다시 지명을 해야 한다. IBK기업은행과 FA 계약일이 염혜선(전 현대건설)이 김수지(전 흥국생명)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KOVO 규정에 따르면, 보호 선수는 FA 영입 구단이 영입 선수를 포함해 총 5명을 지정하게 된다. 원 소속 구단은 5명의 보호 선수 이외의 선수 중 1명을 보상 선수로 지명해 데려가게 된다.

보상 선수를 2명 이상 내줘야 하는 경우 보상 선수를 선택하는 구단의 순서는 '계약일-직전 시즌 성적의 역순'이다. FA 영입 구단인 IBK기업은행은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에게 똑같은 보호 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원샷 지명, '밀약 방지·공평 조건' 차원

여자배구 전 구단이 같은 날 한 자리에 모여 동시에 FA 보상 선수 지명권을 행사하는 '원샷 지명'은 프로배구 사상 초유의 일이다.

FA 이동 선수의 규모나 무게감도 역대 최고다. 지난 20일 종료된 FA 2차 교섭 기간에 타 팀으로 이적한 선수는 총 5명이다.

김수지(전 흥국생명)와 염혜선(전 현대건설)이 각각 연봉 2억7천만 원과 1억7천만 원에 계약하며 IBK기업은행으로 옮겼다. 박정아(전 IBK기업은행)는 연봉 2억5천만 원에 한국도로공사로, 김해란(전 KGC인삼공사)은 연봉 2억 원에 흥국생명으로, 황민경(전GS칼텍스)은 연봉 1억3천만 원에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그동안 여자 프로배구 FA 이동은 매년 그 숫자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보호·보상 선수 지명 방식도 해당 구단끼리만 주고받고 끝냈다. KOVO가 관여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원샷 지명을 한다. 이는 각 구단의 치열한 눈치 싸움과 사전 밀약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 공평한 조건을 제공하자는 차원이다.

올 시즌은 FA 이동 선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6개 구단 모두가 서로 보상 선수를 주고 받아야 하는 관계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상 선수를 내주고 동시에 다른 팀으로부터 보상 선수를 데려와야 하는 팀도 3팀이나 된다.

"천불 나는데, 마감 몇 초 남기고 명단 제출할 것"

이런 경우 구단 입장에서는 다른 팀의 보상 선수 지명 명단들을 보고 난 뒤, 거기에 맞춰서 소속 팀의 전력 보강에 필요한 방향으로 지명하는 게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구단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지명을 최대한 늦게 하려고 한다.

실제로 원샷 지명 결정 전인 지난 27일, 여자 프로배구 A구단 사무국장은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우리도 마감 시간 직전에 몇 초 남겨놓고 명단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A로 선수 뺏겨서 속에서 천불이 나는데, 보상 선수 지명까지 일찍 해서 상대 팀에게 여러 가지 구상을 할 시간적 여유를 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대부분 마감 시간 임박해서 명단을 제출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레이드 더 확대될 수도

치열한 신경전만큼이나 이번 보상 선수 지명 결과는 배구계에 초미의 관심사다. 그 결과에 따라 여자배구 판도가 크게 요동칠 수 있고, 이후 팀 간 트레이드도 더욱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6개 구단이 동시에 지명하기 때문에 다른 팀들의 패를 모른 상태에서 각자 원하는 선수를 보강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보상 선수를 다시 트레이드해서 각 구단이 원 하는 포지션의 선수를 영입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부 구단은 보상 선수 지명이 끝난 6월 5일부터 트레이드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번 원샷 지명으로 추가 트레이드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3차 연쇄 이동으로 이어지고, 여자배구 판도는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

이동이 많은 만큼, 그 과정에서 해당 선수가 받을 상처도 간과할 수 없다. 프로 선수의 숙명이라고 치부하기보다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래저래 여자배구 팬들은 '뜨거운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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