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표지

비틀스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설명이 필요없는 밴드 비틀스(The Beatles)의 1967년작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이하 "페퍼 상사")가 발매 50주년을 맞아 지난 26일 초대형 구성으로 재탄생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1300만장 이상 판매된, 독특한 팝아트 디자인의 표지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페퍼 상사>는 수많은 세계 음악 비평가 및 음악 전문지, 언론 매체가 선정하는 이른바 "명반 순위"에서 수없이 1위로 선정된, 비틀스를 넘어 20세기 팝 음악 최고의 음반으로 평가 받아온 작품이다.

1967년 전후의 영미 대중들을 지배해온 그 무렵의 문화, 음악, 기타 등등의 요소를 이 한장의 LP에 집대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페퍼 상사>는 대중성 및 실험 정신의 절묘한 줄타기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반적인 팝과 록큰롤을 밑바탕에 두면서 클래식, 인도 음악, 사이키델릭,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페퍼 상사의 고독 클럽 밴드"라는 가상의 팀을 통해 엮어낸 이 "콘셉트 앨범"은 후일 등장하는 수많은 후배 록밴드들에게 큰 영감을 주면서 실험적인 음반 제작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테이프를 활용하는 아날로그 레코딩의 열악한 기술적 한계마저 뛰어넘은 본작의 녹음 작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폴 매카트니 vs. 존 레논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졌지만 <페퍼 상사>는 20대 청년들의 작품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당시로선 완벽한 사운드를 담아내는데 성공했고 단 한곡의 "싱글 커트" 및 "빌보드 Hot 100" 싱글 차트 진입곡 없이도 그해 무려 15주간 "빌보드 200"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대성공을 일궈낸다.

(주 : 1998년까지 빌보드 Hot 100 싱글 차트는 낱개의 곡을 담은 싱글 음반으로 정식 출시된 노래에 한해 순위 진입이 가능했다.  따라서 라디오에서 아무리 많이 선곡되어 들을 수 있더라도 싱글 발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기곡의 기준인 빌보드 Hot 100 순위에 진입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 무렵 대부분 가수들은 기본적으로 '싱글 커트'라는 이름으로 정규 음반의 곡들을 낱개의 싱글 레코드로 제작/발매했고 이 곡들의 인기를 기반으로 정규 음반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1967~68년경 비틀스는 <페퍼 상사>, 또다른 걸작 < The Beatles, 일명 화이트 앨범>에 대해선 단 한곡도 별도의 싱글로 따로 추려 발매하지 않는 과감함을 보여줬다.  엄청난 음반 판매량을 보였음에도 당시 이들 작품에는 빌보드 Hot 100 진입곡이 전혀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음반 속 가상의 록그룹 '페퍼상사의 고독 클럽 밴드' 멤버로 분장한 비틀스

음반 속 가상의 록그룹 '페퍼상사의 고독 클럽 밴드' 멤버로 분장한 비틀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2디스크 및 4디스크 버전 등 두종류로 발매

<페퍼 상사>는 지난 2009년 비틀스 전작 리마스터링 재발매의 일환으로 이미 한차례 새 옷을 입고 세상에 나온 바 있지만 이번에는 발매 50주년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걸맞게 2디스크, 4디스크 버전의 방대한 분량으로 구성되었다(국내 음원 사이트엔 2디스크 버전만 공개).

먼저 2장 짜리 음반은 CD, LP 1장에 오리지널 수록곡의 2017년 스테레오 리마스터링 버전을 담았고 또 다른 1장에는 이른바 아웃테이크 버전, 리허설 버전 등 기존 음반에선 들을 수 없었던 수록곡들의 희귀 버전들로 채워냈다.

그냥 듣기엔 다소 어색할 수 있는 미완성 형태들이 대부분이지만 스튜디오 제작 과정을 소리로서 보여주기 위한 일환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음악팬들에겐 50년전 녹음 현장으로의 "시간여행" 같은 효과를 선사한다.

비틀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4장짜리 음반에 도전해봄직하다. 앞선 2장 짜리와 마찬가지로 1장은 2017년 리마스터링 전곡이 담겨있고 4번째 디스크엔 모노 버전 전곡이 담겨져 있다.  2009년에 나온 모노 박스세트 < The Beatles in Mono >를 제외하면 <페퍼 상사>의 모노 버전이 낱개 CD 속에 담겨 발매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번째 디스크엔 앞선 2장짜리 버전보다 더 방대한 분량의 미공개 녹음 등이 담겼다. 1967년 <페퍼 상사> 제작 과정에서 함께 녹음되었지만 최종 발매 단계에서 제외된 명곡 "Penny Lane", "Strawberry Fields Forever"의 다양한 버전을 만나볼 수 있다(이 곡들은 당시 싱글로 먼저 선보였고 이후 TV 사운드트랙 < Magical Mystery Tour >에 정식 수록되었었다).

* 비틀스 유튜브 공식계정에 새롭게 공개된 Strawberry Fields Forever' 뮤직비디오

[추천곡] 전곡 모두 훌륭하지만 지금도 폴 매카트니의 공연에서 애청되는 머릿곡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와 접속곡 형태로 뒤따라 나오는 링고 스타의 보컬곡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오케스트라의 협연만으로도 사이키델릭 효과를 극대화시킨 "A Day In The Life", 명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극찬한 멋진 실내악 "She's Leaving Home" 등은 비틀스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그들의 진가를 만끽할 수 있는 보물들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비틀스 페퍼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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