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구단 토트넘 홋스퍼 FC의 손흥민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가양레포츠센터에서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축구선수단과 축구클리닉을 하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일 워커, 벤 데이비스, 케빈 비머 등 동료 선수들의 장난에 웃음을 참고 있다.

EPL구단 토트넘 홋스퍼 FC의 손흥민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가양레포츠센터에서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축구선수단과 축구클리닉을 하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일 워커, 벤 데이비스, 케빈 비머 등 동료 선수들의 장난에 웃음을 참고 있다. ⓒ 연합뉴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적인 한 시즌을 마친 손흥민이 숨돌릴 틈도 없이 이제는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축구의 러시아 월드컵행을 위하여 다시 뛴다.

손흥민은 2016-17시즌 토트넘에서 21골 7도움(정규리그 14골 6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토트넘의 리그 준우승과 FA컵 4강에 기여했다. '차붐'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보유했던 유럽 무대 한국인 시즌 최다골(19골)을 넘어서며 한국축구의 새 역사를 다시 썼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명실상부하게 아시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자 빅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월드클래스급 선수로 성장했다고 할 만하다.

손흥민의 다음 도전은 한국축구대표팀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끄는 선봉장이 되는 것이다. 손흥민은 A매치에서도 벌써 53경기에 출전하여 17골을 기록 중이다. 이중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로만 10골로 팀내 최다득점자이기도 하다.

토트넘에서는 나는데, 대표팀에선 '글쎄'

하지만 최종예선 이후로 국한하면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는 소속팀에서만큼 번뜩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이 A매치에서 마지막으로 득점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10월 카타르(3-2 승)와의 3차전 홈경기에서 기록한 결승골이었다. 이후 손흥민은 A매치 3경기에 더 출전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출전한 경기에서도 활약도 대체로 아쉬움을 남겼다.

카드 관리 실패로 경고누적을 당하며 출전하지 못하며 지난 3월 중국전에서는 결장하기도 했고 당시 한국은 손흥민의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중국에 0-1로 충격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시리아와의 7차전 홈경기(1-0)에서는 손흥민이 복귀했으나 역시 득점포를 가동하는 데 실패했다. 단순히 무득점보다 토트넘에서 보여주던 예리한 돌파나 슈팅 등 손흥민 특유의 강점이 전혀 보이지 않으며 존재감이 실종된 게 더 우려를 자아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침묵에 대하여 개인의 부진보다 소속팀과 대표팀의 환경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아무래도 1년 내내 많은 경기에서 꾸준히 손발을 맞추는 소속팀과, 장거리 이동 후 2~3일만의 짧은 훈련을 마치고 곧바로 A매치에 나서야 하는 대표팀은 선수들간 호흡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토트넘에서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월드클래스급 동료들과 함께 하는 데 비하여, 대표팀에서는 손흥민이 에이스이나 주득점원으로서 상대의 집중견제를 받으며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상 최전방 공격진의 득점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손흥민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점유율 축구을 강조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볼 소유권을 주도하면서 상대 문전까지 압박하고 결정적인 장면을 만드는 축구를 선호한다. 최전방 공격수는 직접 득점을 노리는 것보다 수비를 끌고 다니며 연계플레이를 통하여 공간을 만들어내는 '미끼' 역할이 강조되고 2선에서 침투한 선수들이 득점을 마무리하는 패턴이다. 실제로 슈틸리케 출범 이후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손흥민이나 구자철이 모두 2선 공격수였다.

문제는 최종예선 들어 슈틸리케 감독의 점유율 축구가 좀처럼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세밀한 부분 전술의 부재와 느린 템포로 인하여 아시아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강팀에게는 통하지 않는 카드가 되었다는 평가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돌파력을 바탕으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는 침투나 역습 플레이에서 극대화되는 손흥민의 강점과는 맞지 않는 전술이라는 점도 문제다.

오히려 고질적인 약점인 최전방의 골결정력 부재라는 약점만 더 두드러진다. 가장 최근에 치른 시리아전만 해도 70%에 육박하는 점유율에 슈팅수 14개를 기록했으나 골문을 가른 것은 경기 초반에 터진 수비수 홍정호의 결승골 한 방뿐이었다. 한국은 이번 최종예선에서 7경기 동안 9골을 기록했으나 정작 최전방 공격수에 의하여 올린 득점은 아직도 전무하다. 지동원, 이정협, 석현준, 김신욱, 황희찬 등 다양한 선수들이 주전 원톱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확실한 신뢰를 받은 선수는 아직 없었다.

더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카타르전 명단에서는 이정협이 부상으로 낙마하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마저 제외되며 공격진에 또다시 큰 변화를 줬다. 이근호, 지동원, 황희찬은 모두 활동량과 침투 능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고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타깃맨은 아예 전무하다. 손흥민과 함께 슈틸리케호에게 가장 좋은 득점력을 보이던 2선 공격수 구자철도 부상으로 제외됐다. 대표팀 내에서 그나마 가장 믿을 만한 옵션이었던 김신욱과 구자철의 공백은 그만큼 해결사로서 손흥민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정의 컨디션' 손흥민, 대표팀에서도 날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큰 부상 없이 장기 레이스를 무사히 마쳤고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카타르전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2013년 3월 26일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맞선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2-1 승리를 이끌었고, 지난 2016년 10월6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 홈경기에서도 후반 13분 역전 결승골을 폭발하며 3-2 승리에 수훈갑이 되는 등 카타르전에서만 벌써 두 번이나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이번 최종예선에서 아직 원정 무득점 징크스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축구가 손흥민의 발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도 초창기에는 팀 전술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종종 받았지만 2년 차를 거치며 볼이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 등에서 약점을 보완하며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다. 지난 3월 시리아전과 비교하여 이번 대표팀에 기성용 외에도 이청용-이명주-이재성 등 손흥민의 움직임을 살려줄 수 있는 패스와 연계능력을 갖춘 테크니션들이 대거 가세했다는 점도 손흥민 활용도에 기대를 걸게 한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주 포지션인 왼쪽 측면 외에도 최전방과 오른쪽 측면, 심지어 윙백으로까지 기용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전형적이 원톱이 아니라도 손흥민의 스피드와 활동량을 바탕으로 제로톱에서 수비를 흔드는 '가짜 공격수'로 활용하거나, 아니면 정통 공격수와 짝을 맞춰 투톱의 처진 스트라이커로 활용하는 변칙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증명했다. 대표팀에서도 좋은 힌트가 될수 있는 부분이다.

누가 뭐라 해도 손흥민은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공격 옵션이다. 9회 연속 본선진출을 노리는 대표팀으로서는 손흥민이라는 훌륭한 창을 어떻게든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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