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는 현재 선발진의 지나친 풍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클레이튼 커쇼를 필두로, 리치 힐, 마에다 켄타, 브랜든 매카시, 류현진 5명 이외에도 알렉스 우드, 스캇 카즈미어, 훌리오 우리아스까지 가용 자원이 무려 8명이나 된다. 우드는 불펜에서, 카즈미어는 부상자 명단, 우리아스는 트리플A에서 각자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 반이 지나고는 우드와 우리아스가 선발진에 등장했고 카즈미어도 복귀를 눈앞에 둔 상태다.

넘쳐나는 선발자원에 고민하던 다저스 코칭스태프는 10일자 DL(부상자 명단)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올해의 노조협약으로 최소일수가 15일에서 10일로 줄어들어, 선발투수는 로테이션을 한번 거르면 돌아올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추가휴식을 부여하면서 다른 선발요원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방식. 다저스는 단축된 부상자명단의 최대 수혜자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정책의 실효성이 의문에 휩싸였다. 다저스는 첫승을 거뒀던 류현진을 엉덩이 쪽 통증을 이유로 10일자 DL로 뺀 것을 시작으로, 매카시와 마에다도 한차례 로테이션을 거르게 했다. 그 사이 우리아스는 등판 기회를 잡았고, 우드는 힐의 자리를 잘 메우며 선발진 고정의 기회를 받게 됐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임시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 의해 DL에 다녀온 투수들이 오히려 좋은 감각을 잃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시스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10일을 쉬고 돌아온 류현진은 쿠어스필드 원정에서 4이닝 10실점(5자책)으로 데뷔 후 최악의 투구를 보여준 것이다. 비록 실책도 겹치긴 했으나, 그답지 않은 6볼넷, 그리고 빅리그 첫 보크까지 범하며 내용적으로도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힘든 경기를 마친 류현진은 다음 등판까지는 선발진에 잔류하는 것이 확정됐지만 그 다음 경기에도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오늘 나왔던 매카시도 마찬가지였다. 매카시는 시즌 초반 커쇼에 이어 페이스가 가장 좋았던 선발투수였다. 시즌 첫 4경기에서 24이닝을 던지며 3승 2.25라는 쾌조의 스타트를 선보였다. 비록 DL 등재 직전 경기에 5이닝 4실점으로 약간 삐걱거리긴 했지만, 다저스의 몇 안되는 우완선발요원으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도 10일자 DL에 다녀온 이후 나선 첫 등판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침체를 겪고 있던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5.2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무려 6실점을 내주는 부진한 투구였다. 4회 집중타를 허용했고, 3화와 4회, 6회에 실점하면서 등판했던 6회까지 3번의 수비에서 실점했다. 집중타도 집중타지만 꾸준히 점수도 내준 것이다.

이 두명이 복귀 후 저조한 성적을 거두다보니, 이 시스템의 실효성은 당연히 의문이 들 수 밖에 없게 됐다. 다들 좋은 흐름을 이어가려 할 때 선발자원을 DL에 보내 흐름을 끊은 게 독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러면서 자연스레 마에다의 복귀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초에 임시방편이기도 했지만, 이런 식으로 가서는 이마저도 활용하기 어려워져 다저스의 코칭스태프의 선발투수 기용은 난관을 겪게 될 것이다.

어쨌든, 로스터를 구성하는 데서 예비전력은 있어야함이 사실이지만, 문제는 준비해놓은 예비전력이 오히려 잉여자원으로 변하면 처치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분명 팀 전력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매번 황금비율을 맞출 수는 없는 것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 또한 상당히 어렵다. 초반 부진을 딛고 제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지만, '잉여선발투수 활용'이라는 난제 앞에 놓인 다저스. 이런 잉여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 또한 강팀의 능력이니만큼, 다저스가 이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잘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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