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웨슬리의 결정적인 슛이 상주 상무 골키퍼 오승훈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는 순간

74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웨슬리의 결정적인 슛이 상주 상무 골키퍼 오승훈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는 순간 ⓒ 심재철


역시 축구장의 묘한 인연은 계속된다. 이 경기 대기심으로 나온 박필준 심판과 인천 유나이티드 FC 미드필더 한석종은 지난 달 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일어난 오심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한석종이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활짝 웃었다.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시즌 첫 승리였기 때문에 그 감회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이기형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지난 3일 오후 3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고 힘겹게 시즌 첫 승리 소식을 알렸다.

우연일까? 인천 유나이티드의 '5월 3일'

보통 사람들에게는 5월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하지만 K리그 클래식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2부리그 K리그 챌린지 클럽까지 통틀어 2017 시즌 승리 기록이 유일하게 없는 팀이기도 하지만 곧 개막되는 FIFA(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남자월드컵 본선 일정 때문에 안방인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로 당분간 돌아갈 수 없어서 6월 중순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면서 불편한 어웨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어웨이 일정 5경기 중 첫 번째 방문지가 석가탄신일 상주시민운동장이었다. 상대는 3위까지 순위표를 끌어올리며 최상의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는 강팀 상주 상무였다.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지지만 않는다면 유랑의 시작이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런데 5월 3일은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전통적인 슬로 스타터로서 2014년과 2015년 바로 5월 3일에 시즌 첫 승리를 기록했기 때문에 이 날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과 서포터즈 파랑검정은 내심 기막힌 인연이 이어지기를 바랐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시즌 첫 승리 최근 3년 기록
★ 2014시즌 첫 승리 : 5월 3일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FC 서울

★ 2015시즌 첫 승리 : 5월 3일
대전 시티즌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 2016시즌 첫 승리 : 5월 28일
성남 FC 0-1 인천 유나이티드 FC

지난 해에는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이 첫 승리 소식을 더욱 오래 기다려야 했다. 5월 3일도 한참 지나고 5월 2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기다리던 첫 승리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그리고 다시 2017년의 5월 3일이 찾아왔다.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습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따갑게 내리쬐는 뙤약볕을 그대로 받으며 까다로운 유랑 일정을 시작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김용환의 감각적인 패스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김용환의 감각적인 패스 ⓒ 심재철


레드 카드의 묘한 인연, 한석종 선수와 박필준 심판

경기 시작 직전 발표된 심판진과 선수 명단에 묘한 기운이 흘렀다. 주심이나 부심처럼 직접 경기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 될 대기심에 박필준 심판이 나온 것이다. 마침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발 선수에 미드필더 한석종도 포함됐다. 이들의 불편한 인연은 지난 달 9일 스틸야드에서 레드 카드로 맺어졌다.

포항 스틸러스에게 인천 유나이티드가 0-2로 완패한 그 경기 41분, 박필준 주심은 노랑색 경고 카드가 아닌 빨강색 퇴장 카드를 인천 유나이티드 한석종에게 곧바로 내밀었다. 포항 스틸러스 미드필더 룰리냐와의 높은 공 다툼 과정에서 한석종이 팔꿈치를 휘둘렀다는 판정이었다. 하지만 이 판정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17 제4차 상벌위원회 동영상 분석 결과 오심이었다고 공식 인정되어 한석종은 출장 정지 징계를 받지 않았다.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이 문제점을 드러내며 꼴찌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오심 사례들이 발생하여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경기 박필준 대기심과 한석종 선수의 만남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경기는 후반전 중반까지 득점 없이 이어졌지만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승리에 대한 갈망이 더 간절하게 보였다. 후반전 초반에 송시우의 왼발 슛이 상주 상무의 골문 왼쪽 기둥을 강하게 때리는 불운이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찾아왔지만 경고 누적 징계로 빠진 신진호의 빈 자리 때문에 상주 상무가 흔들리는 것은 분명했다.

이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기형 감독은 61분에 한꺼번에 두 명의 미드필더를 교체(이상협 out-김도혁 in, 송시우 out-김용환 in)하면서 결정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웨슬리와 문선민을 중심에 둔 역습 속도에 김용환을 더한 것이다.

측면 역습 드리블이 빠른 김용환은 74분에 웨슬리에게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더니 83분에는 기막힌 타이밍의 감각적인 전진 패스로 동료 미드필더 한석종을 빛냈다. 상주 상무의 수비 라인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순간이었기 때문에 과정부터 결과까지 완벽한 작품이었다.

 83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한석종이 오른발 슛으로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83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한석종이 오른발 슛으로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중앙선 부근에서 상주 상무 미드필더 유준수의 공을 가로챈 한석종은 빠른 역습을 전개하기 위해 김용환을 활용했다. 오픈 패스를 연결하고 달려간 한석종은 김용환의 전진 패스를 받자마자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슛을 상대 수비수 둘(김남춘, 홍철) 사이에서 시원하게 날렸다.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팬들이 간절히 바라던 5월 3일 시즌 첫 승리의 기적이 2014년-2015년에 이어 거짓말처럼 세 번째나 맞아떨어진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6분이 표시되자마자 상주 상무의 윤영선이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대중과 김경민의 실수를 틈타 결정적인 왼발 대각선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윤영선의 발끝을 떠난 공은 야속하게도 굴러서 오른쪽 기둥을 벗어나고 말았다.

멀리 상주까지 응원하러 온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 파랑검정 구성원들은 송민석 주심의 종료 휘슬 소리에 환호했다. 그들에게 달려온 간판 수비수 이윤표는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털어내듯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아무리 그래도 결승골을 터뜨린 한석종의 감격은 남달랐을 것이다. 4월 9일 자신에게 어이없이 퇴장 명령을 내린 박필준 심판(대기심) 앞이라 더 특별한 감정이 교차했으리라. 자신의 빈 자리 때문에 팀의 5경기 연속 패배(FA컵 0-1 패배 포함)가 바로 그 날 시작되었지만 이번에는 당당하게 그 어려운 사슬을 끊고 감격적인 시즌 첫 승리를 따낸 주인공이 되었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는 평창으로 이동하여 7일 오후 3시에 열리는 강원 FC와의 10라운드를 준비한다. 상대가 10위(9점 2승 3무 4패, 11득점 13실점)에 머물러 있고, 인천 유나이티드(6점 1승 3무 5패, 8득점 16실점)가 꼴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승리가 간절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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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결과(3일 오후 3시, 상주시민운동장)

★ 상주 상무 0-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한석종(83분,도움-김용환)]

◇ 2017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순위표
1 제주 유나이티드 17점 5승 2무 2패 17득점 7실점 +10
2 전북 현대 17점 5승 2무 2패 12득점 8실점 +4
3 FC 서울 15점 4승 3무 2패 10득점 6실점 +4
4 수원 블루윙즈 14점 3승 5무 1패 10득점 9실점 +1
5 상주 상무 14점 4승 2무 3패 10득점 10실점 0
6 울산 현대 14점 4승 2무 3패 9득점 14실점 -5
7 포항 스틸러스 13점 4승 1무 4패 13득점 11실점 +2
8 광주 FC 10점 2승 4무 3패 6득점 8실점 -2
9 전남 드래곤즈 9점 3승 6패 14득점 15실점 -1
10 강원 FC 9점 2승 3무 4패 11득점 13실점 -2
11 대구 FC 9점 2승 3무 4패 11득점 14실점 -3
12 인천 유나이티드 6점 1승 3무 5패 8득점 16실점 -8
축구 한석종 인천 유나이티드 상주 상무 K리그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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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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