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군제대 후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KIA 유격수 김선빈. KIA의 약점이던 센터라인과 하위타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군제대 후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KIA 유격수 김선빈. KIA의 약점이던 센터라인과 하위타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 KIA 타이거즈


KIA가 넥센을 여유 있게 제압하고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14안타를 몰아치며 9-3으로 대승을 거뒀다. 넥센은 12개의 안타를 치고도 집중타가 터지지 않았고 수비에서 무려 4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자멸했다.

KIA의 선발 헥터 노에시는 6.2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8탈삼진 3실점 호투로 시즌 6승째를 챙겼고 4번타자 최형우는 4회 한현희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KIA 타선의 끄트머리에서 조용히 안타를 적립해 나가는 이 선수는 오늘도 3개의 안타를 추가했다. 어느덧 리그 타율 공동 5위(.352)까지 뛰어오른 KIA의 '작은 거인' 김선빈이 그 주인공이다.

작은 키의 약점 극복하고 KIA의 주전 유격수가 된 '작은 거인'

165cm. 작은 신장을 가지고 있는 김선빈은 화순고 시절부터 팀의 에이스이자 중심타자로 맹활약했다. 2007년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대표팀의 유일한 2학년생으로 참가해 한국의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참고로 당시 멤버 중 투수들은 김광현, 양현종, 이용찬 등 성공사례가 많지만 프로에서 주전으로 성장한 야수는 김선빈이 유일하다).

하지만 김선빈은 작은 체구 때문에 '성장 가능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고 이 때문에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전체43순위)의 낮은 지명을 받았다. 김선빈은 입단 첫 해 외국인 유격수 윌슨 발데스의 백업으로 활약하다가 발데스 퇴출 후 주전 자리를 차지해 타율 .255 71안타 24타점 5도루를 기록했다.

김선빈은 2009년에도 2년 차 징크스 없이 타율 .293를 기록했지만 이현곤(은퇴)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백업으로 활약하며 7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 115경기에서 타율 .293 102안타 1홈런28타점23도루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KIA의 주전 유격수로 도약했다. 그 해 9월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유원상을 상대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김선빈은 민첩한 움직임을 통한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로 작은 키의 약점을 극복하며 2루수 안치홍과 함께 '꼬꼬마 키스톤 콤비'로 KIA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입단 초기에는 뜬 공 처리가 다소 불안하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전성기가 길지 않았던 홍세완(은퇴) 이후 믿음직한 유격수가 없었던 KIA에서, 3할 언저리를 넘나드는 정확한 타격과 20개 이상의 도루를 할 수 있는 주력, 그리고 안정된 수비까지 갖춘 김선빈의 존재는 매우 소중했다.

2013년 늑골 미세골절과 2014년 햄스트링 파열 부상을 당하며 2년 동안 무려 135경기에 결장한 김선빈은 2014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단했다. 김선빈은 상무에서 활약하며 2015년 타율 .388, 2016년 타율 .331를 기록, 1군 주전 유격수 출신의 위용을 과시했다. 김선빈이 복무하던 기간 동안 상무는 2위와 10경기 이상 차이 나는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며 여유 있게 남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결혼식 올린 후 첫 시즌, '분유 버프' 대폭발

작년 9월21일 전역 후 곧바로 1군에 합류한 김선빈은 6경기에 출전해 .360의 고타율(25타수 9안타)을 기록하며 팬들에게 '꼬꼬마 유격수의 귀환'을 알렸다. 입대 전 여자 친구와 혼인신고까지 마친 김선빈은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리며 정식으로 품절남 대열에 합류했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야 할 절실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긴 셈이다.

사실 올 시즌 KIA는 최형우를 영입하면서 보상선수로 지난 시즌 주전 유격수 강한울(삼성 라이온즈)을 보내 내야 백업이 많이 약해졌다. 군입대 전부터 잔부상이 많고 체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선빈에게는 더욱 좋지 않은 소식이다. 하지만 김선빈은 올 시즌 KIA가 치른 27경기에 모두 출전하면서 체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물론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김선빈은 올 시즌 27경기에서 타율 .352 32안타 18타점 14득점 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김선빈은 타율부문에서 공동 5위에 올라 있을 뿐 아니라 최다 안타와 타점 부문에서도 공동 10위를 달리고 있다.김선빈이 기회가 한정된 9번 타순에 주로 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성적이다. 실제로 김선빈은 올해 .433의 득점권 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단 하나의 아쉬움이라면 도루성공률(40%, 2도루3실패)이 낮다는 점 뿐이다.

김선빈은 시즌 개막 후 에러가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유격수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안치홍과 김선빈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키스톤 콤비를 이루며 KIA의 내야 수비를 이끌었고 군대도 같은 시기에 다녀 왔다. 김선빈과 안치홍은 올 시즌 타격에서도 58안타 33타점 29득점을 합작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전도유망하던 키스톤 콤비가 이제는 리그 최강의 키스톤 콤비로 성장한 것이다.

올해로 어느덧 프로 10년 차의 중견 선수가 되면서 경험치가 많이 쌓인 김선빈에게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가을야구 경험이다. 작년까지 9년의 프로 생활 중 포스트 시즌 경험은 단 두 번에 불과하다(2009년 우승 당시 김선빈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런 김선빈에게 2017년은 가을 야구, 더 나아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리고 김선빈의 대활약은 올 시즌 KIA의 고공행진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KIA 타이거즈 김선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