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이 맞붙고 있는 이번 챔프전은 그 어느 때보다 돌발 변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경기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리즈로 기억될 만하다.

2차전에서 인삼공사 이정현과 삼성 이관희의 우발적 충돌로 시작된 신경전은 이후로도 KBL의 추가 징계와 양팀 감독간의 설전-코트 매너 논란 등으로 계속 번지며 한동안 적지 않은 후폭풍을 일으켰다. 연세대학교 1년 선후배 지간인 이정현과 이관희는 이후로도 공식 인터뷰조차 상대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고 '그 선수'로 지칭하는 등 감정의 앙금을 드러냈다. 3차전부터 두 선수가 코트에 나설 때마다 양팀의 홈팬들이 돌아가며 야유를 보내는 등 응원전에도 덩달아 불이 붙었다.

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의 부상을 둘러싼 교체 논란도 시리즈 향방에 또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사익스는 잔여 경기에 출장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하여 인삼공사는 지난 5차전까지 외국인 선수를 데이비드 사이먼 한명만으로 챔프전을 소화해야 했다.

인심공사는 고심 끝에 챔프전에서 사익스를 마이클 테일러(186cm)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테일러는 6차전부터 투입될 예정이다. KBL 20년 역사상 정규시즌도 아니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외국인 선수가 교체된 것은 처음이다.

KBL은 기량 미달 등 다른 사유에 의한 교체는 PO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부상에 의한 교체는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외국인 교체 소식이 알려지며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하필 사익스가 정규시즌에도 이미 여러 차례 교체 논란에 휘말렸던 바 있어서 결국 구단이 토사구팽한게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인삼공사 구단 측은 정규시즌과 달리 이번 외국인 선수교체가 사익스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사익스와는 재계약까지 고려하여 충분히 교감을 나눴다는 사실을 밝히며 논란을 진화했다. 사익스도 외국인 선수교체가 확정된 이후 사복 차림으로 챔프전을 찾아 관중석에서 인삼공사를 응원했고 동료들과도 밝은 표정으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모습을 드러내며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정작 인삼공사는 사익스 없이 챔프전을 치르고 있으면서도 5차전까지 3승 2패로 앞서서 5년만의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삼공사가 비록 정규시즌 우승팀이지만 이번 챔프전 들어 유난히 돌발상황이 많았고 이정현-이관희 사건이나 사익스의 부상 등을 둘러싸고 대체로 인삼공사 측에 불리한 상황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집중력이라고 할 만하다.

농구에 집중한 인삼공사-집중력 떨어진 삼성

 4월 3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인삼공사 사이먼이 슛을 하고 있다.

4월 3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인삼공사 사이먼이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승2패로 맞선 상황에서 시리즈의 최대 분수령이 될수 있었던 4월 30일 5차전에서 양팀 선수들의 집중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인삼공사는 센터 오세근이 지난 4차전에서 당한 손가락 부상으로 8바늘을 봉합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기출장을 강행하며 맹활약을 펼친 것이 인삼공사 선수들의 투혼을 더욱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됐다. 오세근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삼성의 마이클 크레익을 8점으로 묶어내며 승기를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오세근과 사이먼은 외국인 선수 2명이 뛴 삼성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40점 16리바운드를 합작하여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다. 잦은 플라핑과 비매너 논란으로 한동안 홍역을 치렀던 이정현도 홈코트로 돌아와 마음이 한결 편해진 듯 16점 6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초반 흐름을 장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4월 3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인삼공사 오세근이 슛을 하고 있다.

4월 3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인삼공사 오세근이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외부의 비판과 부정적인 여론이 적어도 인삼공사 선수단 내부를 오히려 똘똘 뭉치게 하는 전화위복이 된 모습이다. 인삼공사는 그간의 논란을 의식한 듯 5차전을 앞두고 홈팬들에게도 상대 선수들에 대한 야유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불필요한 신경전을 자제하고 농구 자체에만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삼성의 집중력은 아쉬웠다. 특히 정규시즌에서 인삼공사 전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크레익은 챔프전들어 삼성의 X맨으로 전락했다.

  4월 3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삼성 라틀리프가 슛을 하고 있다.

4월 3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삼성 라틀리프가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외국인 선수가 한 명밖에 뛸 수 없는 인삼공사를 상대로 삼성은 라틀리프와 크레익이 함께 뛸 수 있는 2-3쿼터에 흐름을 장악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크레익이 농구에 집중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크레익은 연속된 실책으로 경기 흐름을 망쳤고 설상가상 판정에 지나치게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이다가 파울 관리에 실패하며 5반칙 퇴장까지 당했다. 크레익은 8점 3어시스트 2리바운드에 그칠동안 실책을 7개나 범했다. 삼성은 3쿼터까지 한때 20여점차까지 끌려다니는 등 일방적인 열세 속에 중요한 5차전을 허무하게 내줘야 했다.

삼성은 크레익 외에도 주축 선수들이 대체로 몸놀림이 무거운 모습을 보였다. 강철 체력을 과시하던 라틀리프조차도 이날은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라틀리프는 더블-더블(18점 10리바운드)을 기록했지만 경기 중 쉬운 슛을 연달아 놓치는 등 야투 21개를 던져 8개를 성공시키는 데 그쳤다.

삼성은 6강과 4강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고 힘겹게 챔프전에 올라왔다. 지난 5차전까지 KGC가 플레이오프 8경기째를 소화한 반면 삼성은 그 두 배에 가까운 15경기를 치렀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닐 수밖에 없다.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서 뒤집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체력까지 바닥난 상황에서 부담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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