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5회말 SK 선발 박종훈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5회말 SK 선발 박종훈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끄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SK는 지난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서 10-1로 대승했다. SK는 한화 원정 3연전에서 싹쓸이 승리를 거뒀다.

특히 이날 승리가 SK에게 가져다준 의미는 크다. SK는 올시즌 개막 6연패라는 수렁에 빠지며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8일 NC전에서 마침내 시즌 첫 승을 거두며 연패를 벗어난 이후 최근 8경기에서 7승 1패라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SK는 롯데-NC를 상대로 각 2승 1패씩을 거뒀고 한화전마저 싹쓸이하며 3연속 위닝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SK의 3연전 스윕은 올 시즌 처음이다. 지난 12일부터는 무려 5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시즌 성적 7승 7패를 기록한 SK는 초반 -6의 마진을 단숨에 극복하고 5할승률을 회복했다.

더구나 이번 상대였던 한화는 지난 시즌 SK와의 상대전적에서 5승 11패의 절대 열세를 안겼던 천적이었다. 지난 시즌 SK의 5강 진출 꿈을 좌절시킨 가장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SK는 이번 3연전 기간 동안 한화에 장단 40안타 5홈런 28득점, 팀타율 3할 6푼을 기록하는 맹타를 터뜨리며 독수리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16일 3차전에서는 지난 시즌 SK를 상대로만 5승을 챙겼던 '비룡 킬러' 장민재마저 5이닝 4안타 4사구 3개(2볼넷) 4실점으로 공략하며 작년의 빚을 톡톡히 갚았다. 이미 시범경기 때부터 '사인 훔치기' 공방 등으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던 힐만과 김성근, 두 사령탑 간의 정규시즌 첫 맞대결은 힐만 감독의 깔끔한 완승으로 끝났다.

SK는 최근 투타 밸런스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즌 초반 1할대에 허덕이던 팀타율은 어느새 2할 8푼(3위)까지 올라왔다. 팀 홈런은 22개로 롯데(21개)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OPS(.806)도 전체 2위다. 특히 지난 주에는 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7.5점(45득점)을 뽑아내고 4점(24실점)만을 내줬으며 팀타율 .326 10홈런의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했다. 평균 자책점은 3.32에 불과했다.

 지난 1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연장전 12회말 SK 최정이 좌중간 안타를 치는 사이 2루 주자 박정권이 홈으로 들어와 동료의 축하를 받고 있다. SK는 최정의 안타로 2-1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지난 1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연장전 12회말 SK 최정이 좌중간 안타를 치는 사이 2루 주자 박정권이 홈으로 들어와 동료의 축하를 받고 있다. SK는 최정의 안타로 2-1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 연합뉴스


김동엽(.327 3홈런 12타점), 한동민(.432 4홈런 11타점) 최정(.277 5홈런 12타점)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홍구(.438 3홈런 7타점)의 가세로 하위타선의 무게감도 높였다. 정의윤과 박정권도 초반 부진을 딛고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는 추세라 SK의 타선은 앞으로 더욱 무서워질 가능성이 높다.

마운드에서는 선발야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메릴 켈리(1패. 2.25)와 윤희상(2승 1패. 2.37)의 원투펀치는 아직 승수는 적지만 6번의 등판에서 모두 QS(퀄리티스타트)를 합작하며 안정감 있는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와의 3연전에서는 다소 부진하던 박종훈과 문승원까지 호투하며 나란히 시즌 첫 선발승을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외국인 투수 스캇 다아이몬드가 아직까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불펜에서 마무리 서진용이 벌서 세 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흔들린 게 옥의 티지만 지난 주는 대체로 활발하게 타선이 일찍 터져준 덕분에 크게 불펜이 부담될 정도의 상황은 없었다.

KBO 역대 2번째이자 SK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인 트레이 힐만 감독은 초반 부진에 허덕일 때만 해도 한국야구 적응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나왔으나, 경기를 거듭하면서 점점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위기 싱황에서 더욱 돋보인 힐만 감독의 리더십은 눈앞의 결과에 일비일희하지 않고 선수들에 대한 신뢰와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팀 운영을 고수하는 '뚝심의 야구'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선수의 컨디션과 상대 선발, 상황에 맞는 라인업과 마운드 운용을 유연하게 가져갈 줄 아는 융통성도 보여주고 있다.

팀이 부진할 때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르곤 하는 게 바로 감독의 역할이다. 하지만 SK는 개막 6연패로 흔들리고 있던 시점에도 불구하고 힐만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한 문제제기나, 덕아웃 분위기가 침체되었다거나 하는 모습은 크게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힐만 감독은 초조할 법한 상황에서도 선수를 다그치거나 무리한 변화를 주기보다는 평정심을 유지했다. 부진에 빠진 선수들을 먼저 독려하며 선수단과 적극적으로 함께 소통하려는 모습으로 연대감을 강조했다. 취임 당시부터 팀 분위기와 일관성을 유독 강조한 본인의 지도철학을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SK의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 장면으로  정의윤과 힐만 감독의 세리머니 장면이 거론된다. 정의윤은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8회초 대타로 나가 홈런을 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힐만 감독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볍게 치는 세리머니를 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흔하지 않은 행동이다.

알고 보니 힐만 감독은 최근 타격부진에 빠져 있던 정의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세리머니를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왠지 경직된 분위기가 느껴지던 SK에서 예전같으면 상상할수도 없었던 '미쿡식' 세리머니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간 거리를 좁히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체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제 SK는 시즌 초반과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팀순위도 어느덧 공동 5위까지 올라며 상위권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주 넥센-두산과의 홈 6연전을 앞두고 있는 SK가 상승세를 이어갈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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