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다큐멘터리 <망각과 기억2>의 포스터. 어느새 3년이 흘렀다.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망각과 기억2>의 포스터. 어느새 3년이 흘렀다. ⓒ 416연대미디어위원회


세월호가 다시 떠올랐다. 대통령이 파면된 지 5시간 만에 해수부는 인양을 전격으로 발표했고, 그리고 13일 후인 지난달 23일, 1073일 만에 세월호가 떠올랐다. 미수습자 유가족들도, 세월호 유가족들도 오열했다.

그간 정부가 세월호의 인양을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 국민은 자연스레 의구심을 던졌다. 목포신항으로 세월호가 이송된 이후,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4일 해양수산부의 지지부진한 육상 거치 작업에 항의해 급기야 세월호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3주기를 맞는다.

국민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다시금 관심을 쏟고 있는 지금, tbs TV가 새롭게 완성된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작년 12월 <다이빙벨>을 TV 최초로 방영해 눈길을 끌었던 tbs TV는 오는 10일부터 '세월호 참사 3주기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아래 <망각과 기억2>) 프로젝트 6편 중 4편 등 총 5편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예정이다.

<망각과 기억2>는 지난해 선보였던 세월호 참사 2주기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의 후속편으로 독립 다큐멘터리 연출자들의 모임인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제작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피해가족과 연대활동을 해왔으며, <바다에서 온 편지>(2015)와 <망각과 기억>을 제작한 바 있다.

tbs TV는 오는 10일부터 15일까지 1부 <잠수사>를 시작으로 11일 <교실>(<망각과 기억> 중 1편), 12일 <걸음을 멈추고>, 13일 <기억의 손길>, 14일 <승선>을 오후 1시와 오후 9시 30분에 두 번씩 방영한다. 이후 일요일인 16일 오후 5시에는 총 5편을 연속 방영할 예정이다. tbs 앱과 케이블 TV에서도 동시에 방영한다.

세월호 참사 3주기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

 다큐 <잠수사>의 스틸 이미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는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

다큐 <잠수사>의 스틸 이미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는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 ⓒ 416연대미디어위원회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인 만큼, <망각과 기억2>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tbs TV가 10일 방영하는 <잠수사>는 "뒷일을 부탁합니다"라는 유언과 함께 작년 6월 17일 세상을 떠난 민간잠수사 고 김관홍씨와 그의 가족,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를 대신해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했던 민간잠수사들의 이야기다. <IMF한국, 그 1년의 기록-실직노숙자> <버스를 타자!> <망각과 기억> 중 <인양> 등을 연출했던 박종필 감독이 연출했다.

<망각과 기억> 중 1편인 <교실>은 작년 2월 단원고 학생 희생자들의 '416교실' 존치 논란을 따라잡는다. 단원고 희생 학생의 어머니 이영옥씨. 그리고 4월 출산을 앞둔 세월호 광화문 농성장 지킴이 곽서영씨. 단원고 졸업생이자 교실 존치를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최승원씨 등을 쫓아가며 '416교실'이 보존해야 할 세월호 참사의 현장이자 일종의 교육의 일환이라는 점을 환기한다. <당신과 나의 전쟁> <어머니>를 연출하고, <나쁜 나라>를 편집했던 태준식 감독이 연출했다.

<걸음을 멈추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째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에서 촛불 문화제를 진행했던 예술인들의 이야기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거리에 나온 배우들과 유가족 어머니들이 주인공이다. <오월愛> <웰랑 뜨레이> <올 리브 올리브> 등 연출한 김태일 감독과 <올 리브 올리브>를 연출한 주로미 감독이 공동으로 작업했다.

안산시추모사업협의회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기억하는 시민 친화적 추모공간 건립을 위해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 <기억의 손길>은 이 추모사업에 참여하는 유가족들의 활동과 그들이 부딪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마지막으로 <승선>은 세월호의 마지막 탑승자이자 생존자 김성묵씨의 목소리를 담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생존자들의 고통 또한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숙제다. <승선>은 김성묵씨를 비롯해 각자의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안고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tbs TV의 이어지는 시의적절한 영화 편성

 tbs TV가 세월호 3주기를 맞아 특집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방영한다.

tbs TV가 세월호 3주기를 맞아 특집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방영한다. ⓒ tbs


한편 tbs TV는 작년 연말부터 사회파 극영화·다큐멘터리 편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tbs tv는 '현대사 문제작 시리즈'의 일환으로 작년 12월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TV 최초로 상영했고, 앞선 지난 1월 17일 용삼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인 <두 개의 문>을 방영한 바 있다.

특히 tbs의 <다이빙벨> TV 최초 상영은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 '세월호 7시간' 관련 증인이 출석하기 전날이던 작년 12월 13일 이뤄졌다. 역시 TV 최초 상영었던 <두 개의 문>의 편성 또한 오는 20일 용산참사 8주기에 맞춰 편성됐다.

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 1월 19일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방영했다. 지난 2014년 2월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반도체 입사 후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고인의 아버지 황상기씨의 법정 투쟁을 그린 실화 소재 영화다. 이 같은 영화 편성과 관련, tbs 정찬형 사장은 지난 3월 <오마이스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손석희는 정파, 김어준은 사파... tbs는 타 방송이 못하는 걸 할 것)

"tbs 약점 보완 프로젝트 중 하나다. 우리가 소수인력이라 데일리뉴스까진 가능한데 다큐 제작 쪽이 취약하다. 일종의 탐사 프로 보완을 위한 거지. <다이빙벨>을 틀 당시가 공교롭게 국회 청문회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시의적절 했다고 본다. <또 하나의 약속>도 지금 봐야할 이유가 충분했다. 삼성이 정유라의 말 구입을 위해 400억을 전달하는 동안 자기 회사 노동자의 목숨을 500만 원에 흥정한 거 아닌가.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귀향>도 3월 중 틀 예정이다. 우리에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이런 영화들이다. 저예산 영화 제작자 입장에서도 조금 보탬이 되는 생태계가 되길 기대한다. 하다 보니 시네마달 작품을 많이 틀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지? 흠…. 폐업되면 안 된다."

마침 <망각과 기억2> 역시 '블랙리스트 배급사' 시네마달이 배급한다.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벙커1에서 상영회를 갖기도 했던 <망각과 기억2>는 '세월호 다큐 3부작' <다이빙벨> <나쁜 나라> <업사이드 다운>을 배급했던 시네마달이 다시 배급을 맡았다.

시네마달 측은 "극장 개봉 대신 공동체 상영 위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4.16연대 미디어 위원회는 배급 비용을 위한 텀블벅 펀딩을 진행해 왔고, 5일까지 1500여 명이 참여해 4160만 원의 목표액을 상회하는 배급 비용을 마련했다.

앞선 tbs TV의 특집 영화들이 이미 극장 개봉을 마친 작품들이었다면, <망각과 기억2>는 미개봉 신작이라 할 수 있다. tbs TV의 시의적절한 편성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케이스라고 할까. <망각과 기억2>의 방영과 함께 정찬형 사장과 tbs의 이 '약점 보완 프로젝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지켜보도록 하자.

망각과기억 세월호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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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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