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개막 경기. KBO에 복귀한 롯데 이대호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3월 31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개막 경기. KBO에 복귀한 롯데 이대호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빅보이' 이대호(롯데)가 6년 만에 홈팬들 앞에서 멋진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이대호를 앞세운 롯데 자이언츠는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홈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쾌조의 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롯데는 지난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넥센과의 경기에서 5-2로 승리했다. 지난달 31일 NC와의 개막전에서 5-6으로 석패하며 아쉽게 출발한 롯데지만 이후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상대 전적에서 1승 15패로 절대 열세를 보였던 NC를 상대로 시즌 첫 맞대결에서 벌써 2승과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여기에 역시 지난 시즌 7승 9패로 열세를 보였던 넥센을 상대로도 첫 경기에서 기선을 제압하며 복수혈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대호는 부산 복귀전에서 1회말 첫 타석부터 좌월 투런포를 기록하며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대호가 사직구장에서 홈런을 때린 것은 2011년 9월 22일 SK전 이후 2021일 만이다. 이대호는 시즌 2호 홈런을 포함하여 이날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는 이대호에 이어 최준석도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등 1회에만 4점을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선발투수 박세웅은 타선 지원을 등에 업고 6.2이닝 동안 8피안타 2탈삼진 2볼넷 1실점의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이대호는 올해 초 프로야구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4년 150억원)에 롯데와 계약하며 KBO 무대로 귀환했다. 부산 토박이 출신으로 2001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하여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대호는 11년 동안 부산의 간판타자이자 KBO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1980년대에 고 최동원, 1990년대에 박정태가 있었다면 2000년대 이후로 이대호의 시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가 롯데 야구사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업적은 엄청나다.

이대호의 롯데 1기 시절은 8-8-8-8-5-7-7(2001~2007시즌 롯데 팀순위)로 요약되는 암흑기와 2000년대 후반 이후의 중흥기가 겹쳐있다. 이대호의 성장과 함께 롯데의 중흥기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전성기였던 2010년의 이대호는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 기록 등을 수립하며 MVP까지 휩쓸기도 했다. 당시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자 화끈한 공격야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더불어 이대호는 롯데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부산 야구의 아이콘이었다. 2012년에는 해외로 진출하여 일본에서 4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년을 뛰며 세계적으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활약하던 시절 우승을 경험해 봤지만 정작 고향팀인 롯데에서는 아직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와도 인연이 없었다. 롯데는 1992년 창단 두 번째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지난 24년간 더 이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며 현재 KBO 역사상 최장기간 무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 2013년부터는 무려 4년 연속 가을 야구를 밟는 것조차 실패했다. 이 기간 CCTV 파문, 족발게이트, 잦은 감독 교체, 지역 신흥 라이벌 NC에 일방적 열세 등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부산의 야구 열기가 주춤하는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롯데 1기 시절 후반기이던 2008년부터 해외진출 직전인 2011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지만 가장 높이 올라간 것이 정규시즌 2위-플레이오프 무대(2011) 1회에 그쳤다. 하필 당시의 롯데는 이대호와 함께 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정작 시리즈 전적 4전 전패(통산 5승 12패)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최동원이나 박정태같은 선배 레전드들에 비하여 이대호가 아직까지 유일하게 미치지 못한 부분도, 바로 롯데를 다시 정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숙원이다.

 3월 31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개막 경기. 9회초 롯데 4번 이대호가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3월 31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개막 경기. 9회초 롯데 4번 이대호가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많은 부산 팬들은 이대호의 귀환이 롯데야구에 제 2의 중흥기를 여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6년 만에 돌아온 이대호를 보기 위해 홈 개막전 첫 날부터 약 2만5천명의 팬들이 사직구장에 운집했을 뿐 아니라, 이대호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다수 눈에 띈 것도 '이대호 효과'를 실감케한 대목이다. 롯데도 이대호를 복귀 첫해부터 주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팬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이대호 마케팅을 펼치는 등 그를 팀의 구심점이자 상징으로 확실하게 예우하는 모습이다.

이대호는 시즌 초반이지만 4경기에서 벌써 14타수 7안타(타율 5할) 2홈런 4타점의 맹타를 터뜨리며 공백기가 무색하게 눈부신 활약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롯데 타선도 4경기에서 25점을 뽑아내며 홈런(8개)-장타율(.496) 1위를 달리는 화끈한 공격력으로 지난해와는 달라진 초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호의 중심타선 가세로 팀 동료들에게 나타난 우산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2000년대 후반 공격야구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의 향수를 다시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대호 단 한 명이 가세했을 뿐이지만 롯데의 2017시즌 초반 출발과 분위기는 작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대호의 귀환이 올시즌 롯데 '신바람 야구'의 완전한 부활로 이어질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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