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일 오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앞에서  '세월호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 가 열리고 있다.
 1일 오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앞에서 '세월호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 가 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아빠, 배가 왜요?"
"응 가라앉았어"
"언제요"
"3년 전이니까 네가 1살 땐가"

아이는 궁금한 게 많은지 계속 물었고 아버지는 아이에게 차근차근 세월호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세월호가 보이는 목포신항 앞 거리를 걷는 한 부자(父子)의 대화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한 후 처음 맞은 주말인 4월 1일. 목포신항은 세월호를 보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3시쯤 416가족협의회와 5개 단체가 주최하는 '미수습자 온전한 수습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촉구대회'가 열렸고 주최 측 추산 약 700여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천막 근처에 세워둔 깃발이 세차게 나부낄 정도로 바람이 부는 날씨임에도 유모차를 끌고, 아이 손을 잡고 목포신항 세월호 접안 현장을 찾은 가족들이 특히 많았다.

목포에서 온 박정조(40), 서소희(36․여)씨 부부는 두 아이를 데리고 이곳을 찾았다. 이제 11개월인 아이는 서씨가 안았고 박씨는 5살짜리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박정조씨는 "목포에 있는데 안 와보면 죄송한 마음이 들 것 같아서 왔다"며 "오늘뿐만이 아니라 꾸준하게 계속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담요로 꽁꽁 싸맨 채 아이를 안고 있어 불편할 법도 하지만 서소희씨와 박정조씨는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이곳을 오면서 5살인 첫째 아이에게 세월호를 설명해줬다는 이 부부는 "노란 리본 나왔을 때, 아이 어린이집 가방에 (리본을) 달고 다녔다"며 "(아이에게) 그것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가라앉았던 배가 올라와서 보러 가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해했다고는 했는데 (아이가) 잘 이해한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라며 웃었다.

한 가족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목포 신항을 찾았다. 5살짜리 아이가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 품으로'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세월호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목포 신항을 찾은 가족 한 가족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목포 신항을 찾았다. 5살짜리 아이가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 품으로'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신지수

관련사진보기


28개월짜리 아이를 안고 광주에서 온 부부도 있었다. 아버지 김필록(35)씨는 "애도 알아야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씨는 "절대 소풍 겸 온 것 아니다. 큰일이니까 와야한다"며 "물론 생활하기 어렵기도 해서 추모를 많이 못 했는데 (광주에 가깝게 와서) 여건이 맞으니 오게 됐다"고 방문 이유를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갔다는 김씨의 부인은 안고 있던 아이를 한 번 바라본 뒤 "엄마가 현서를 가졌을 때 그때 언니하고 오빠들은 배를 타고 갔는데 배 안에서 사고가 나서 언니․오빠들이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했더니 애기가 뭐라도 아는지 '언니․오빠들?'하면서 훌쩍이더라"고 아이와의 일화를 설명했다.

전남 영광에 사는 중학교 1학년 김예원 학생은 엄마, 아빠 손을 끌고 목포신항을 찾았다. 예원 학생 어머니는 "아빠가 오늘 하루 쉬는 날인데 애가 (여기) 오자고 해서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월호 유가족 천막 근처를 서성이던 예원 학생은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해 보고 싶어서 왔다"며 "(참사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충격이 꽤 셌다"고 증언했다.

세월호, 직접 눈으로 보니 더 참담..."참사가 사실처럼 피부로 느껴져"

1일 오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앞에서  '세월호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 가 열고 있다.
 1일 오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앞에서 '세월호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 가 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1일 오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앞에서  '세월호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 가 열고 있다.
 1일 오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앞에서 '세월호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 가 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이날 세월호를 직접 눈으로 본 시민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서소희씨는 "TV로만 보면서 가슴 아프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와닿는다"며 "뉴스와 TV 속에서 나오는 그런 일처럼 느껴졌는데 (세월호를 보니) 사실처럼 피부에 와닿는다"고 세월호를 직접 본 소감을 밝혔다.

부산에서 온 부부 한춘기(57)․강은주(52)씨는 "직접 보니 참담하다"며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밥 꼭 챙겨드시면서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광주에서 온 나아무개씨는 "방송에서 본 거하고 느낌이 많이 다르다"며 "가슴 아프다"고 했다.

부산에서 온 하아무개씨는 "세월호를 직접 보는 것보다 세월호를 보는 부모님을 보는 게 더 마음이 아프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로 목포신항이 북적이던 오후 4시45분쯤 단원고 오준영 학생의 아버지 오홍진씨는 길 구석에 앉아 "세월호가 들어온 이후부터 계속 멍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태그:#세월호, #목포, #아이, #추모, #리본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