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 픽쳐스


화성탐사선 필그림은 화성 생명체의 샘플을 가지고 8개월 만에 우주정거장으로 귀환한다.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 6인의 우주인은 놀라움으로 들뜨지만, '캘빈'이라 이름 붙인 미지의 존재는 어느 순간 그들을 공격하는 위험한 종으로 바뀐다. 인류를 멸종시킬 만한 지능과 생존 능력을 지닌 외계 생명체에 맞서 6인의 우주인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라이프>는 인류 최초로 화성 생명체를 발견하는 우주비행사들을 상상력의 근원으로 삼고 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월드워Z><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 참여한 바 있는 프로듀서 데이비드 엘리슨은 "만약 화성 탐사 로봇인 큐리오시티 로버가 화성에 착륙했을 때 실제로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우주선으로 그것을 가져온다면?"이라는 호기심이 <라이프>의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라이프>는 화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한다는 이야기에 외계 생명이 우주비행사들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로 돌변한다는 공포를 덧붙인다. 영화엔 우주비행사가 지구의 어린이들과 교신하며 그곳의 삶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곳에서의 생활도 지구와 똑같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대사는 지구인과 외계 생명체의 싸움에도 해당한다. 다른 두 종은 살아남기 위해 우주정거장에서 맞선다. 외계 생명체도 살고 싶은 마음은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지구인, 외계인을 의미하는 '생명체'를 담았던 제목은 살려는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삶'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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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우주비행사 데이비드 조던(제이크 질렌할 분)은 전쟁 참전 경험과 그때 입은 상처로 지구를 벗어난 우주에 계속 머물고 싶어 한다. 그는 인간의 공격성에 염증을 느낀다. 가해자의 입장에 섰던 그는 우주선에서 우주 생명체의 공격을 받으며 피해자의 입장이 된다. 공격하는 외계인에 대해 제이크 질렌할은 "(영화에서) 우리가 발견한 우주 생명체는 상당히 은유적인 존재다. 우리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외계 생명체는 생존 욕구이자 공격 욕이며 지나친 호기심이 초래한 파멸일 수도 있다.

우주비행사(지구인)와 외계 생명체의 사투란 설정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라이프>는 특히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과 닮았다. 신체가 파괴되는 장면은 <에이리언 1>을, 화염을 방사하는 소각기로 대응할 때엔 <에이리언 2>를, 외계 생명체를 끌어들이는 미끼를 두는 설정은 <에이리언 3>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발견'이 중심인 초반부는 흥미로우나 '전투'를 앞세운 중후반부는 독창성이 없다. <흡혈귀 행성>을 토대로 새로운 작품을 창조한 <에이리언>, 유령선을 모티브로 삼은 <이벤트 호라이즌>과 <에이리언>을 결합한 <팬도럼>을 떠올린다면 <라이프>의 SF적인 상상력이 얼마나 빈곤하지 알 수 있다.

<라이프>의 서사가 <에이리언>의 영향 아래에 있다면 기술적인 면은 <그래비티>의 자장에 속한다. 사실적인 느낌을 그대로 옮기고 싶었다는 제작진의 염원은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하지 않은 실제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을 재현한 세트장 제작으로 이어졌다. 거대한 세트장에서 6인의 배우들은 와이어 장치에 매달려 허공을 날아다니며 최대한 무중력에 가까운 움직임을 만들었다. 특히 초반부에 보여주는 15분 분량의 롱테이크 장면은 무중력의 유영과 우주정거장 세트, 카메라 워크가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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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머니> <차일드 44> <세이프 하우스>를 연출한 경력의 소유자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은 <라이프>가 "미지의 우주 생명체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인간의 용기에 대한 경의와 찬사이다. 동시에 그 발견 이면에 있는 두려움과 어두운 면 또한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감독이 전한 경의와 두려움이란 메시지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저 약간의 긴장감만 느낄 뿐이었다. 더불어 <에이리언>의 원형을 가져와 제이크 질렌할, 레베카 퍼거슨, 라이언 레이놀즈 등을 캐스팅해서 이런 정도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만 든다. 최근 할리우드 SF 장르가 21세기 버전 <미지와의 조우>인 <컨택트>와 <귀부인과 승무원>을 장르적으로 변주한 <패신저스>를 내놓았던 사실을 기억하면 아쉬움은 더욱 크다.

라이프 다니엘 에스피노사 제이크 질렌할 레베카 퍼거슨 라이언 레이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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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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