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개막 이후 열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빅보이' 이대호의 복귀와 '국민타자' 이승엽의 마지막 시즌 등 올시즌 KBO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많다. 실제로 시범경기부터 적잖은 야구팬들이 현장에 방문하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는 올시즌 목표 관중 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29일 10개 구단 목표치를 합산해 878만6248명이 2017년 KBO리그 관중 동원 목표라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5.4%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개막 3연전부터 지난 한 주까지 관중 흥행에 있어서 '적신호'가 켜졌다. '이대호 복귀' 효과를 톡톡히 누린 사직구장에서는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팬들이 야구장에 찾았지만 그 이외의 구장에서는 이렇다 할 흥행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일각에서 제기한 '위기론'이 현실로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메시지일 수 있다.

1루 관중석에서 바라본 잠실구장 팬이 없는 '프로'야구는 존재할 수 없다. 단순히 많은 관중을 기록한다고 해서 좋아할 일은 아니다. 리그가 얼마나, 또 어떻게 발전하느냐가 더 중요하며 그에 대한 고민을 올시즌부터라도 시작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 1루 관중석에서 바라본 잠실구장 팬이 없는 '프로'야구는 존재할 수 없다. 단순히 많은 관중을 기록한다고 해서 좋아할 일은 아니다. 리그가 얼마나, 또 어떻게 발전하느냐가 더 중요하며 그에 대한 고민을 올시즌부터라도 시작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 유준상


실망과 의구심 가득한 팬들, 그리고 제도의 '실효성' 논란

5월 초 황금연휴를 비롯해 올시즌이 치러지는 동안 휴일이 꽤 있다. 다만 시즌 초반의 흐름이라면 KBO가 꿈꾸는 역대 최다관중 경신 도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대선 정국과 맞물린 시기이기도 하고 WBC 예선 탈락과 선수협 메리트 논란 등 여러 변수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올시즌 KBO리그는 최다관중과 더불어 '스피드업'을 화두로 여러 규정을 내놓았다. 투수 교체 시간과 연습 투구 시 제한에 대한 규정이 신설됐고 심판 합의 판정이라는 규정을 보완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 센터를 설립했다. 그렇다면 시즌 개막 이후 실행되고 있는 이러한 규정들이 실효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지난해에 비해선 약 10분 이상 평균 경기 시간이 감소했다. 이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3대의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하면서까지 공을 들인 비디오판독 센터는 경기 시간 감소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는 게 비디오판독 센터 설립의 주된 목적이었으나 오히려 판독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중계화면에만 의존했던 지난 2년에 비해서 시간을 절약한다는 느낌도 없다.

비디오판독 센터에서는 김호인 판독관과 당일 경기에 배정되지 않은 현역 심판 2명 이렇게 총 세 명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 인원 수에 제한이 있다 보니 만약 두 경기 혹은 그 이상에서 동시에 비디오판독이 요청됐을 때는 전체적으로 판독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 센터에서 어떤 화면을 보고 판단을 내리는지 야구팬들은 알 수 없다. 구장마다 설치된 3대의 판독용 카메라로만 정상적인 판독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순히 결과만을 바라고 만든 제도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신설된 제도들보다 S존 확대에서 '스피드업'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에 비해 타고투저 현상도 훨씬 완화됐고 투수들과 타자들도 조금씩 새로운 S존에 적응하고 있다. S존 효과로 나타는 효과는 반갑지만 정작 스피드업을 위해 만든 '제도'는 큰 환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야에서 바라본 잠실구장 지난 25일 2017 KBO 시범경기 LG-두산전이 열린 잠실구장.

▲ 내야에서 바라본 잠실구장 지난 25일 2017 KBO 시범경기 LG-두산전이 열린 잠실구장. ⓒ 유준상


'팬'이 있기에 존재하는 '프로'야구, 최다 관중 도전 이전에 반성부터

각 구단들은 올시즌도 변함없이 다양한 마케팅으로 팬심을 공략하고 있다. 기본적인 굿즈 판매부터 이벤트 데이, 구장을 활용한 행사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구단들의 노력에 비해 선수들의 '팬'서비스는 여전히 아쉽다. 팬들의 사인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선수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예년보다 볼거리는 많지만 선수들, KBO리그에 대한 팬들의 인식은 썩 좋지 못하다. 때아닌 '메리트 논란'으로 정점을 찍으면서 일부 야구팬들은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이전처럼 야구를 보지만 현장에 찾지 않는 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O리그는 최다 관중만을 바라보며 전진하고 있다. 수면 위로 문제가 올라왔을 때만 잠시 시끄러웠다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한 분위기가 또 이어지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또, '위기'를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위기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기대보단 우려가 훨씬 더 큰 시즌이다.

2017년 KBO리그,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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