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배구 국가대표가 대거 포함된 4.25 팀, 2016년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 경기 모습... 맨 왼쪽 3번 선수가 북한 국가대표 주포인 정진심(26세·182cm)이다.

북한 여자배구 국가대표가 대거 포함된 4.25 팀, 2016년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 경기 모습... 맨 왼쪽 3번 선수가 북한 국가대표 주포인 정진심(26세·182cm)이다. ⓒ 아시아배구연맹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여자배구는 북한, 남자배구는 강적 이란·중국과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아시아배구연맹(AVC)은 지난 19일 2018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에 출전할 국가들을 상대로 조 추첨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한국 남자배구는 험난, 여자배구는 무난한 조에 편성돼 희비가 엇갈렸다.

남자배구는 이란, 중국, 카타르, 중앙아시아 예선 1위 팀과 A조에 편성됐다. A조는 오는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이란에서 최종 예선전을 펼친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중앙아시아 예선 1위팀은 카자흐스탄 또는 인도가 유력시된다. B조는 호주, 일본, 대만, 태국, 뉴질랜드가 포함됐다. B조는 호주에서 최종 예선전(7.12~16)을 치른다.

각 조는 5팀이 풀리그로 경기를 치러 2위까지 2018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획득한다. 따라서 남자배구는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이란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장신의 중국 중 한 팀을 반드시 제쳐야만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남자배구 세계선수권대회는 2018년 9월 10일부터 이탈리아와 불가리아(공동 개최)에서 열린다.

여자배구는 태국, 베트남, 이란, 북한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B조는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태국에서 최종 예선전을 벌인다. A조는 같은 기간 카자흐스탄에서 카자흐스탄, 중국, 대만, 호주, 피지가 최종 예선전을 펼친다. 일본은 주최국이기 때문에 출전하지 않는다.

여자배구도 각 조의 2위까지 세계선수권 출전 티켓이 주어진다. 여자배구 세계선수권대회는 2018년 9월 30일부터 일본에서 열린다.

김연경, 6년 만에 북한과 맞대결하나

여자배구는 객관적 전력상 세계선수권 티켓 획득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6년 만에 북한과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배구에서 남북 대결은 지난 2011년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한국이 북한에 3-1(25–20, 25–14, 22–25, 25–14)로 승리한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한국의 김연경과 북한의 정진심은 똑같이 30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한국은 한송이 17득점, 김희진 10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이후 북한은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북한 배구팀의 가장 최근 경기는 지난해 9월 필리핀에서 열린 2016 아시아 여자배구 클럽선수권대회였다. 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4.25 팀은 조별 예선에서 2전 전패로 8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순위 결정전에서 2전 전승을 기록하며 9위를 차지했다.

4.25 팀은 북한 국가대표 선수가 대거 포함돼 있다. 레프트는 정진심(26세·182cm)과 김용미(26세·176cm)가 건재한 가운데, 신예인 리라향(21세·179cm)이 주포로 급부상했다. 라이트는 강숙경(25세·175cm)이 주로 나선다. 센터는 김운종 (27세·182cm)과 리순종(28세·177cm.), 세터는 민옥주(28세·176cm)와 황해연(20세·176cm) 투톱 체제다.

정진심, 김용미, 김운종, 민옥주는 2011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북한 국가대표로 출전해 남북 대결을 펼쳤던 멤버들이다. 4.25 팀은 대부분 나이가 젊고 패기가 있었다. 그러나 평균 신장이 낮고, 공격 파워와 조직력이 미흡한 모습도 보였다.

북한 여자배구는 세계 랭킹이 115위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을 거의 하지 않아 랭킴 점수를 획득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따져도 한국이 북한에 크게 앞선다고 볼 수 있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배구 남북 대결. 북한 대표팀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세계 최고 공격수로 우뚝 선 김연경과의 재대결은 어떤 차이를 보일지 등 여러 모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세계선수권 출전권'이 너무도 중요한 이유

한국 배구의 최대 과제는 뭐니 뭐니 해도 2020년 도쿄 올림픽 '남·녀 동반 출전'이다. 도쿄 올림픽은 가까운 옆 나라에서 열리는 데다 한국과 시차도 없다. 국민적 관심도가 리우 올림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을 수밖에 없다. 높아진 배구 인기를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서는 사활을 걸어야 한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랭킹 순위(점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엄한주 아시아배구연맹 경기위원장 겸 국제배구연맹 경기이사는 28일 기자와 통화에서 "도쿄 올림픽 출전권과 관련하여 기존 방식과 다른 세계예선전이 신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배구가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2018년도 세계랭킹 순위가 매우 중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올해 세계선수권 최종 예선에서 반드시 출전권을 따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구에서 세계선수권대회는 세계랭킹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강력하다. 세계랭킹은 최근 4개 국제대회, 즉 올림픽(Olympic), 세계선수권(World Championship), 월드컵(World Cup), 월드리그(World League·남) 및 월드그랑프리(World Grand Prix·여) 대회에서 획득한 랭킹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그 중 세계선수권은 월드리그나 월드그랑프리보다 랭킹 점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출전과 비출전, 본선 순위에 따라 랭킹 점수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남자배구, 세계선수권 티켓 여부 '천당과 지옥'

국제배구연맹(FIVB)이 리우 올림픽 성적을 반영해 2016년 8월 22일자로 발표한 세계랭킹을 살펴보면, 남자배구의 경우 아시아 국가는 이란 7위(랭킹점수 163점), 일본 14위(66점), 호주 15위(65점), 중국 20위(50점), 한국 22위(41점), 대만 33위(18점), 카자흐스탄과 카타르 공동 36위(16점) 순이다.

여자배구는 중국 1위(328점), 일본 6위(178점), 한국 10위(100점), 태국 14위(68점), 카자흐스탄 21위(42점), 호주 43위(11점), 베트남 44위(10점) 순이다.

따라서 남자배구는 세계선수권 최종 예선전에서 중국을 제치고 출전권만 획득해도 곧바로 세계랭킹이 중국보다 위로 올라선다. 반대로 출전권을 얻지 못하면, 2014년 세계선수권에서 얻었던 랭킹 점수(30점)마저 절반 이상 감소하기 때문에 세계랭킹이 크게 추락한다.

무엇보다 2018 세계선수권은 남·녀 모두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정상급 팀들과 직접 겨뤄볼 수 있는 대회다. 세계적 수준과 격차를 줄이고,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서는 정상급 팀들과 대결해보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

또한, 이번에는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의 대회 일정도 겹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제18회 아시안게임은 2018년 8월 18일 시작해 9월 2일 끝난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남자배구는 2018년 9월 10일, 여자배구는 9월 30일 시작된다. 두 대회 모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대회 일정이 겹칠 경우, 아시안게임에 비중을 두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배구 국제경쟁력 향상은 외면하고, 군 병역 면제나 눈앞의 흥행에만 신경 쓴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배구 V리그 북한 김연경 올림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