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4개국 축구대회 한국과 잠비아의 경기에서 한국 이승우가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지난 27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4개국 축구대회 한국과 잠비아의 경기에서 한국 이승우가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가 재미있다. 볼을 잡고 어디로 줘야 할지 몰라 전방을 향해 길게 차주는, 우리 선수가 아닌 상대 수비에 향하는 패스를 보지 않아도 된다. 상대 수비가 밀집된 공간에서 짧은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들고, 과감한 드리블 돌파는 완벽한 공격 기회를 만들어낸다. 무조건 장신 선수의 머리만을 노리는 부정확한 크로스가 아닌 정확한 크로스로 세트피스의 위력을 더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1차전 온두라스전에서 3골을 몰아치더니 U-20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팀 잠비아를 상대로는 4골을 몰아쳤다.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를 중심으로 공격의 세밀함이 더해졌고, 최전방 스트라이커 조영욱과 양 측면 풀백 선수들의 공격 가담 역시 신바람 축구의 위력을 더한다.

U-20 대표팀이 지난 27일 저녁 7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디다스 U-20 4개국 친선대회 2차전 잠비아와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형님들의 아쉬운 모습을 보고 실망한 국내 축구팬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해준 아우들의 화끈한 한판 대결이었다.

'형님 리더십'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팀에서 유독 튀는 선수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있다. 화려한 개인 능력이 조직력을 와해시킨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여기에는 큰 의문이 따른다. 하나의 팀으로 뭉치는 것이 개인 능력을 숨겨야 할 만큼 중요하다면, 그동안 한국 축구는 왜 세계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는지 궁금하다.

드리블 시도가 잦은 선수는 공격 템포를 끊는다고 비판하는 지도자들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알고 싶다. 드리블 능력이 뛰어나다면, 그것을 활용해 더 좋은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아닌가. 볼을 뒤로 돌리면서 점유율 축구를 주장하고, 측면에서 무작정 크로스를 올려 상대 수비에 볼을 전달하는 것이 조직적인 한국 축구인지 궁금하다.

신태용 감독이 처음 U-20 대표팀을 맡기로 했을 때 기대가 컸다. 무엇보다 이승우라는 화려한 선수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가 원하는 축구를 마음껏 선보일 수 있게 도와준다는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팀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고, 아시아 무대에서도 수비적인 축구를 선보였던 안타까운 시절을 돌이켜보면, 자율적인 축구가 가져다준 모습은 엄청난 기대를 모은다.

물론 팀보다 개인이 위대할 수는 없다.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가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단 한 번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11명이 한 팀을 이루는 축구에서 개인 능력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러나 선수 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 팀의 강력한 무기로 만들어내는 것, 이를 통해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 아닐까.

 지난 27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4개국 축구대회 한국과 잠비아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지난 27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4개국 축구대회 한국과 잠비아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5일 온두라스와 1차전에서 백승호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측면에서 깔끔한 드리블과 패스, 슈팅 능력을 뽐내며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시도하는 바르셀로나식 티키타카는 상대 수비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데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득점포와 함께 이승우의 멋진 골을 도우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런 선수를 벤치에만 놔뒀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지금이라도 백승호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한 백승호도 빛났지만, 멀티골을 기록한 이승우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볼이 발에 꼭 붙어있는 드리블 능력과 엄청난 순간 스피드는 네덜란드의 전설 아르연 로번을 떠올린다. 수비수 3명을 손쉽게 제쳐내는 드리블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고, 중앙 수비수 사이의 좁은 공간을 믿기 힘든 스피드로 파고든다. 그가 볼을 잡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는 큰 부담을, 팬들에게는 큰 기대를 안긴다.

이날 백승호의 패스를 받아 골맛을 본 이승우는 지난 경기 무득점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한 골을 더 추가했다. 그런데 이 득점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멋진 골로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상대 수비수 사이의 좁은 공간을 순간 스피드를 활용해 뚫어냈고, 골키퍼가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칩샷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놀라운 순간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에 유럽 최상위리그에서나 볼 법한 칩샷을 시도하는 여유까지 세계 최고의 구단에서 주목하는 이유가 괜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승우가 개인적인 능력만 뽐낸 것은 아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조영욱과 끊임없이 볼을 주고받으며 공격을 시도했고, 풀백의 공격 가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패스로 상대 측면을 계속 흔들었다. 과감함이 필요할 때 자신의 능력을 뽐냈고, 패스가 필요할 때는 이타적인 모습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형님 리더십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숨길 수 없는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 뛰어난 개인기를 팀을 위해 숨겨야 하는, 국제무대에서의 수차례 실패를 통해 이제는 느낄 때도 된 조직력만을 강조하는 마인드를 벗어던지는 것. 신태용 감독은 이를 해내고 있다. U-20 대표팀 감독에 부임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완전히 새로운 팀을 만들어낸 능력을 지켜보면, U-20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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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VS 잠비아 이승우 신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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