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하는 유재학 감독 2016년 12월 25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의 경기에서 울산 유재학 감독이 지시하고 있다.

2016년 12월 25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의 경기에서 울산 유재학 감독이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만수' 유재학 감독이 올 시즌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울산 모비스는 찰스 로드(203cm)를 내치고 영입했던 에릭 와이즈(192cm) 대신 허버트 힐(203cm)을 불러들였다. 와이즈가 수비와 팀플레이에는 장점이 있지만, 득점 능력과 신장이 주는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모비스가 지난 17일 오후 7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경기에서 70-74로 패했다. 모비스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은 만큼 큰 부담은 없는 경기였다. 그러나 챔피언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만날 가능성이 충분한 오리온이었던 만큼, 모비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날은 모비스에 새롭게 합류한 힐이 첫선을 보이는 날이기도 했다. 농구팬들은 장신인 힐이 합류하면서, '슈퍼루키' 이종현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힐은 오랜 시간 코트를 누비지 못했다. 아직 체력적으로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인지 외국인 선수가 2명 모두 뛸 수 있는 2, 3쿼터에도 벤치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이날 힐은 9분 59초를 뛰며 8득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쿼터 종료 2분 30초를 남기고 코트에 들어선 힐은 장기인 훅슛으로 첫 득점에 성공했고, 이대성과 좋은 콤비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수비에서도 오리온 장재석의 골밑슛을 저지하는 등 2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빠른 적응만 이루어진다면 지금보다 강해진 모비스의 모습을 기대케 했다.

다만 장신 외국인 선수가 골밑을 지켜주지 못한 탓인지 모비스는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애런 헤인즈(24득점 10리바운드 6어시스트)와 이승현(17득점 8리바운드)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고, 장신 포워드 허일영의 적극적인 골밑 돌파도 저지하지 못했다. 함지훈과 이종현 덕분에 리바운드 싸움에서는 밀리지 않았지만, 수비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모비스는 4쿼터 막판 네이트 밀러와 이대성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마지막까지 오리온을 추격했고, 경기 종료 48초 전에는 김수찬이 3점슛을 터뜨리며 역전극을 기대케 했다. 아쉽게도 밀러의 마지막 3점슛이 에어볼이 되면서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모비스의 저력을 볼 수 있는 한 판이었다.

모비스가 아쉽게 패하기는 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앞서서 말했듯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은 데다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순위(4위) 변동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며 플레이오프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양동근과 밀러, 이대성 등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슛 성공률에 아쉬운 모습을 보인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휴식을 부여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힐의 적응만큼 중요한 이종현의 분발

모비스가 본격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초점을 맞춘다. 시작은 힐의 영입이었다. 로드가 뛰었을 당시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호흡을 맞춰보지 못했던 이종현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장신 외국인 선수와 함께할 수 있게 되면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유재학 감독의 마지막 승부수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이종현의 분발이 필요하다.

이종현은 올 시즌 20경기에 출전해 10.5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준수한 기록일 수도 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무엇보다 득점 능력이 아쉽다. 이종현은 신장과 웨이트에 장점이 있음에도 포스트업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수비가 없는 곳으로 찔러주는 양동근의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하거나 중거리슛 비중이 높다.

이날 역시 이종현은 6득점에 그쳤다. 힐의 체력이 정상이 아니었기에 30분 가까이 코트에 나섰지만, 오리온 수비에 꽁꽁 막혔다. 신장의 우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중거리슛도 성공률이 떨어졌다. 이종현은 한국 농구를 이끌 인재인 만큼, 올 시즌 이후부터라도 기본기와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종현의 장점으로 손꼽히는 수비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힘을 앞세운 선수에게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기동력이 뛰어난 선수에게는 쉽게 득점을 내준다. 이날도 이종현은 헤인즈 수비에 애를 먹었다. 슛 시도 이후 곧바로 리바운드에 참여하는 헤인즈를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는 모습이 많았다.

이렇듯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이종현에게 힐의 합류는 반갑다. 힐은 지난 시즌 국내 최장신 선수 하승진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전자랜드에서 활약할 당시에는 서장훈과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만큼 힐은 국내 장신 선수와 호흡에 경험이 많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전성기가 지나기는 했지만, 힐의 존재는 이종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이종현이 분발해야 한다. 단신 외국인 선수였던 와이즈와 호흡을 맞출 때는 공수 모든 부분에서 부담이 따랐지만, 이제는 다르다. 장신 외국인 선수인 힐이 합류한 만큼, 이종현이 국내 선수를 상대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득점과 수비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힐의 영입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과연 '만수' 유재학 감독의 마지막 승부수는 통할 수 있을까. 그 성패는 '슈퍼루키' 이종현의 활약 여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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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모비스 VS 고양 오리온 이종현 허버트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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