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지가 않다. 최근 서울 삼성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볼 투입이 늦고, 공격의 흐름이 원활하지가 않다. 무리한 패스로 실책을 남발하고,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모습이 더욱 많아졌다. 오랜만에 승리를 챙기기는 했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챔피언 등극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지난 16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6라운드 전주 KCC와 경기에서 80-75로 승리했다. 이로써 삼성은 최근 3연패의 부진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고,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향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만만치 않았던 전주 KCC

지난달 28일 삼성은 올 시즌 KCC와 맞대결에서 첫 패배를 당했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4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었고, 선두 경쟁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기 때문에 패배의 충격은 컸다. 더군다나 KCC는 부산 KT와 함께 꼴찌 싸움을 벌이는 팀이었다. 삼성은 KCC '에이스' 안드레 에밋에게 무려 33점을 내줬고, 이현민과 송교창, 송창용 등 국내 선수들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공격은 더 답답했다. 라틀리프만 자신의 몫을 해줬을 뿐,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이 너무 저조했다. 이날 경기 흐름 역시 당시와 비슷했다. 삼성은 경기 초반 잇달아 공격 리바운드를 빼앗기며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고, 경기 시작 6분이 지나서까지 득점은 4점에 머물렀다. 1쿼터 막판 김준일이 공격의 물꼬를 터주면서 역전에는 성공했지만, 확실하게 앞서 나가지는 못했다.

실책도 여전했다. 골밑에서 선수들 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리바운드 볼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고, 완벽한 속공 기회에서는 어어 없는 패스로 득점에 실패하는 장면이 나왔다. 연속된 실책과 집중력에 대한 아쉬움으로 점수 차를 벌리지 못한 삼성은 3쿼터 KCC에 역전을 허용했고, 경기 막판까지 시소게임을 이어가야 했다.

그럼에도 경기 내내 부진하던 문태영이 4쿼터 막판 존재감을 뽐냈고, 12점을 기록한 김준일과 팀의 중심을 잡아준 라틀리프(29득점 16리바운드) 덕분에 승리를 따내기는 했다. 그러나 이날 역시 에밋에게만 35점을 내줬고, 이현민에게는 무려 5개의 스틸을 허용하면서 힘겨운 경기를 치러야 했다.

서울 삼성, 챔피언 등극을 위한 필수조건

삼성은 올 시즌 3라운드까지만 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웠다. 지난 시즌부터 삼성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건재했고, 새롭게 합류한 마이클 크레익과 김태술의 활약이 더해졌다. 특히 근육으로 무장한 몸으로 밀고 들어가는 골밑 플레이와 외곽슛 능력까지 겸비한 크레익은 외국인 선수가 2명 모두 뛸 수 있는 2, 3쿼터의 삼성을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다.

김태술도 자신을 선택한 이상민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군더더기 없는 드리블과 패스, 깔끔한 경기 조율로 지난 2시즌간의 아쉬움을 날려 버렸다. 그런데 크레익이 패스에 재미를 들리고, 김태술의 역할이 애매해지면서 삼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 예로 삼성의 올 시즌 18번 패배 중 12번이 1월 이후에 나왔다. 크레익이 트리플 더블을 기록했던 지난해 말 이후부터 패배가 2배로 늘어난 것이다.

크레익의 볼 소유 시간이 길어지면서 김태술의 존재감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올 1월 이전에 보여줬던 강력함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크레익의 화려한 패스는 성공보다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충분히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무리한 노룩 패스를 시도하며 기회를 날려버리는 모습이 많았고, 힘이 잔뜩 들어간 패스를 동료들이 받아내지 못하는 상황도 자주 나왔다.

포인트가드로서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데 익숙했던 김태술은 크레익과 역할이 겹치면서 존재감을 잃기 시작했고, 슛감과 함께 컨디션까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날은 다행히도 김태술과 크레익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승리를 따내기는 했지만, 공격 상황에서 나오는 크레익의 무리한 패스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삼성이 상승세를 타려면, 김태술과 크레익이 맡은 임무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오랜만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김준일의 컨디션이 이전 같지 않은 만큼, 크레익의 골밑 존재감은 더 커져야 한다. 김태술이라는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있는 만큼, 어시스트보다는 득점과 리바운드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삼성의 정규리그 우승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4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1위 안양 KGC와 3경기 차가 나는 만큼, 우승에는 기적이 필요하다. 다만, 챔피언 등극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래서 더욱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2위 고양 오리온과 1경기 차가 나고, 동률일 경우에도 상대 전적에서 밀려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전의 경우 팀 분위기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삼성은 확실한 역할 분담과 함께 시즌 초중반의 모습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라틀리프와 크레익을 앞세운 골밑의 무게감, 김태술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임동섭과 문태영의 외곽 지원까지, 역할분담만 확실하게 이루어진다면, 삼성은 여전히 강력한 챔피언 후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서울 삼성 VS 전주 KC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