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류현진  왼쪽 어깨 수술 후 1년 만에 빅리그에 복귀하는 류현진(29.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프레즈노의 척챈시 파크에서 열린 프레즈노 그리즐리스(휴스턴 산하)와의 경기에서 오클라호마시티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선발 등판했다. 세 번째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에서 류현진은 4이닝 동안 55개를 던졌고, 최고 구속을 시속 145km로 높였다.

지난 2016년 5월 25일 왼쪽 어깨 수술 후 1년 만에 빅리그 복귀전을 치렀던 류현진(29.로스앤젤레스 다저스). ⓒ 연합뉴스


247일 만의 실전등판.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작년 7월의 어느 날에도 '혹시나' 했던 기대는 4.2이닝8피안타6실점이라는 실망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마치 불펜 투구를 하듯 타자들을 향해 편안하게 26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왔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의 첫 시범경기 등판은 성공적이었다.

2이닝1피안타2탈삼진 무실점이라는 결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특유의 여유 있는 표정과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시속 146km(91마일)을 던졌을 정도로 구위 회복 속도도 순조로운 편이다. 입단 당시부터 류현진을 지켜 봤던 릭 허니컷 투수 코치 역시 "잘했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다"며 류현진의 복귀전 내용을 극찬했다.

류현진은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선발 투수다. 따라서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 여부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일단 로테이션에 합류하면 정해진 날에 오랜 시간 동안 마운드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범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한 류현진에게 당장 선발진입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큰 욕심이다.

빅리그 진출 후 화려한 2년 보내다가 사라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2013년 처음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스프링캠프에서 채드 빌링슬리, 크리스 카푸아노(밀워키 블루어스) 등과 함께 5선발 경쟁을 벌였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한 류현진은 그 해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192이닝을 던지며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팀의 원투펀치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이어 명문 다저스의 3선발로 자리잡은 것이다.

류현진은 2014년에도 14승7패3.38로 호투하며 다저스의 3선발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냈다. 댄 하렌이나 조쉬 베켓(이상 은퇴) 같은 쟁쟁한 투수들이 가세하며 류현진의 자리를 위협했지만 류현진은 특유의 안정된 투구로 다저스 선발진의 트로이카로 활약했다. 류현진은 그 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6이닝1실점으로 호투하며 큰 경기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배짱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2015년 스프링캠프를 보내던 중 어깨 통증에 시달렸고 결국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고 말았다. 당초 재활을 통해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2015년 5월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관절경 수술은 로저 클레멘스나 커트 실링, 크리스 카펜터 같은 성공사례도 있지만 재활 성공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쉽지 않은 수술이다.

류현진 이탈 후 다저스는 팀을 재정비해 브렛 앤더슨(시카고 컵스), 마이크 볼싱어(토론토 블루제이스), 카를로스 프리아스(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으로 선발진의 빈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커쇼가 탈삼진과 이닝1위, 그레인키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고도 원투펀치를 보좌할 3선발의 부재로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류현진은 2016년에도 한 경기에 출전해 패전 투수가 됐을 뿐 실질적으로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사이 다저스는 새로 영입한 일본인 투수 마에다 켄타가 16승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2007년 아메리칸리그 탈삼진왕 출신의 스캇 카즈미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영입한 리치 힐 등의 활약으로 2013년 이후 3년 만에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 복귀했다.

건강하게 회복하기만 하면 기회는 얼마든지 온다

그레인키처럼 커쇼와 어울릴 만한 최고의 2선발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다저스는 올해도 여전히 막강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다저스 이적 후 3승2패1.83을 기록했던 리치 힐과 16승 투수 마에다는 이변이 없는 한 선발 진입이 확실시된다.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스윙맨 알렉스 우드, 빅리그 12년 차의 브랜든 맥카시, 세 번의 올스타 경험이 있는 카즈미어, 다저스 최고의 유망주 훌리오 유리아스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1996년생, 만20세의 유망주 유리아스는 다저스 수뇌부에서 커쇼만큼이나 애지중지하는 최고의 유망주다. 지금까지 수많은 트레이드 유혹에서도 끝까지 지켜낸 투수이기도 하다. 작년 시즌 빅리그에 데뷔해 18경기에서 5승2패 3.39를 기록하며 충분한 가능성을 비추기도 했다. 다만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이닝 관리를 위해 메이저리그가 아닌 AAA 무대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지나치게 '좌편향'된 마운드도 류현진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다저스는 선발 진입이 확정된 커쇼와 힐 외에도 선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카즈미어, 우드, 유리아스, 류현진이 모두 좌완이다. 선발진의 균형을 위해 선발 후보 중 유일한 우완 투수인 맥카시의 선발진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물론 모두가 커쇼처럼 던질 수 있다면 좌우 균형 따위는 조금 무시해도 상관없다).

당장 올해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면 좋겠지만 류현진으로서는 전혀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혹시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하더라도 서서히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투구 수를 늘려 간다면 기회는 금방 찾아올 것이다. 지금 류현진에게 중요한 것은 선발 경쟁을 위해 급하게 구위를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마운드에 설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빅리그 생존과 탈락 여부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는 계약)을 체결한 황재균은 현재 메이저리그 생존을 위해 사활을 걸고 스프링캠프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스프링캠프에 자신의 야구인생을 걸어야 하는 루키도, 초청 선수도 아니기 때문에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우리는 류현진이 아프지 않았을 때 단 한 번도 야구팬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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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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