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FA 투수 우규민과 차우찬이 보인 행보는 상당한 관심을 불러모았다.  2003년 LG에 입단한 우규민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고 2006년 데뷔 후 삼성에서 11시즌을 보낸 차우찬은 LG로 이적했다.

두 선수가 팀을 맞바꿔 마치 트레이드처럼 느껴지는 FA 이적이었다. 쓸 만한 선발 투수가 한정된 KBO리그의 현실 덕분에 우규민은 4년 총액 65억원, 차우찬은 4년 총액 95억원이라는 예상 이상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은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나란히 승선했다. 하지만 쓰임새는 달랐다. 우규민은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차우찬은 불펜 투수로 보직이 바뀌었다.


우규민은 지난 7일 A조 한국의 두 번째 경기 네덜란드전에 선발 등판했다. 네덜란드 타선에 메이저리거가 다수 포진한 만큼 사이드암 우규민이 생소할 것이라는 예상에서 비롯된 기용이었다.

하지만 우규민은 1회말 아웃 카운트를 잡기도 전에 프로파에 선제 2점 홈런을 얻어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1-3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밀어 넣은 빠른 공이 대형 우월 홈런으로 직결되었다.  

2회말에도 실점은 이어졌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두버와 시몬스에 연속 안타를 허용해 0:3으로 벌어졌다.

전날 이스라엘 전에서 졸전 끝에 1:2로 패한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네덜란드를 잡아야만 했다. 따라서 네덜란드전 경기 초반을 잘 막아내야 했지만 우규민은 버티지 못했다. 한국은 0:5로 완패했고 우규민은 3.2이닝 6피안타 1피홈런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다.


차우찬은 한국이 치른 3경기에 모두 구원 등판했다. 이스라엘전에는 1:1 동점이던 6회초 1사 1루에서 등판해 보렌스타인을 삼진, 데커를 우익수 뜬공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닫았다. 이날 등판한 한국 투수 8명 중 5명이 총 9개의 볼넷을 남발했지만 차우찬은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

네덜란드 전에서 차우찬은 보다 긴 이닝을 소화했다. 6회말 2사 후에 등판해 8회말을 끝까지 책임지는 마지막 투수 역할이었다. 2.1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네덜란드 타선은 2개의 홈런을 포함해 총 4개의 장타를 터뜨리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차우찬은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미 0:5로 승패가 기울어진 상황에서의 등판이었지만 어쨌든 추가 실점을 허용하진 않았다. 마지막 대만전에서는 연투에 따른 피로 탓인지 2이닝 2실점에 그쳤다.

차우찬은 WBC 3경기를 통해 5이닝 5피안타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빠른공의 구속은 140km/h대 초반에 그쳐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지만 다른 투수들에 비해 제구는 안정적이었다. 대표팀은 참담한 실패를 겪었지만 차우찬은 제 몫을 다했다.


FA 대어로 유니폼을 맞바꿔 입게 된 우규민과 차우찬의 활약상은 KBO리그 정규 시즌이 개막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비교되고 회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31일 개막전 이후 두 번째 시리즈인 잠실 3연전(4월 4일~6일)에서 삼성과 LG는 조우한다. 이 기간 중 두 투수의 선발 맞대결 가능성도 점쳐진다. WBC에서 희비가 엇갈린 우규민과 차우찬이 향후 KBO리그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해 보자.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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