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4회초 이스라엘 공격을 막은 뒤 장원준이 아쉬운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4회초 이스라엘 공격을 막은 뒤 장원준이 아쉬운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4년에 한 번 열리는 야구 국가대항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아래 WBC)이 드디어 시작됐다. 전 세계 규모로 열리는 야구 대회 중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이니 만큼 경기력 수준이 가장 높은 대회다.

대회 중 경기가 가장 먼저 열리는 A조의 경기장인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KBO리그 구본능 총재의 개회 선언으로 WBC가 시작됐다. 개회 행사를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커미셔너 롭 만프레드가 서울을 방문했는데,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서울을 방문한 것은 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처음으로 KBO리그 경기장에서 열린 WBC 경기

그 동안 대한민국은 WBC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한번도 안방에서 경기를 열지 못했다. 1회 대회와 2회 대회에선 항상 일본 도쿄 돔에서 경기를 치렀고, 3회 대회는 대만 타이중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대한민국도 2015년 겨울 드디어 돔 구장을 갖게 됐다. 넥센 히어로즈가 2016년부터 고척 스카이돔을 홈으로 사용하게 됐고, 이에 따라 추운 겨울에도 야구 경기를 열 수 있게 됐다. 이리하여 4회 대회 1라운드 경기 중 A조 경기는 대한민국이 개최하게 됐다.

사실 이번 A조 경기 유치에는 대만도 나섰다. 그러나 대만은 경기장 문제, 자국 프로리그 선수와 협회 사이의 갈등 등이 발생하며 유치 신청을 포기했다. 이번 대회에 A조로 참가하는 대만은 특정 구단의 선수들이 전원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정상적인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러한 여러 상황들로 인하여 대한민국이 1라운드 A조 경기를 열 수 있게 되었고, 구본능 KBO리그 총재가 개회를 선언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또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처음으로 KBO리그 경기장을 찾으면서 대한민국 야구사에 큰 획을 긋게 됐다.

초반 제구 난조로 인한 장원준의 위기

이번 WBC 본선에 처음 참가한 이스라엘은 다수의 선수들이 싱글A나 더블A 출신 선수들로 꾸려졌고, 제이슨 마퀴스 등 메이저리그에서 굵직한 경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들도 일부 참가했다. 현 국적이 이스라엘은 아니지만 유대인 혈통이기 때문에 WBC 규정에 따라 참가가 가능했던 것이다.

박찬호와 같은 통산 124승을 기록한 마퀴스는 최근 몇 년 동안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는 등 침체를 겪었고,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팀을 찾지 못했다. 이에 마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예선부터 이스라엘 대표로 참가했고, 이번 본선에서도 대한민국과의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두 선발투수인 장원준(두산 베어스)과 마퀴스는 모두 1회를 적은 투구수로 마무리했다. 스프링 캠프 시기에 대회가 열리는 만큼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의도로 투구수 제한 규정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1라운드에서 최대 투구수가 65구로 제한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투구가 중요했다.

그러나 장원준은 2회초 컨트롤 난조로 애를 먹었다.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뒤이어 2루타로 연속 출루까지 허용하며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장원준은 결국 만루 위기에서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0-1). 1회에 7개의 공 밖에 던지지 않았던 장원준은 2회에만 29개의 공을 던지고 이닝을 마쳤다.

장원준은 3회에 들어와서 다시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게일렌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삼진을 포함하여 나머지 타자들을 잡아냈고, 출루를 허용했던 게일렌도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도루 저지에 성공하면서 완벽한 이닝을 만들어냈다.

반면 대한민국의 타선은 1회 서건창(넥센 히어로즈)의 볼넷과 민병헌(두산 베어스)의 안타를 제외하곤 공격의 흐름을 득점으로 이어가진 못했다. 서건창은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도 내야 안타를 만들어내며 2타석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출루에 성공한 서건창은 바로 도루에 성공하며 이스라엘 배터리를 흔들었으나 다음 타자 김태균(한화 이글스)이 삼진을 당하면서 또 공격의 흐름이 끊겼다.

불펜 이어던지기 시작, 급변화된 분위기

2회에 고전하며 투구수가 불어나는 바람에 3회까지 50구를 던졌던 장원준은 4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4회에 3명의 타자를 삼자범퇴 처리하며 정확히 65구를 던진 뒤 역할을 마쳤다. 50구 이상을 던지면 3일 강제 휴식이 적용되기 때문에 장원준은 빨라도 1라운드 플레이오프에나 등판할 수 있다.

장원준이 1라운드 투구수 한도인 65구를 정확히 채우고 내려간 반면, 이스라엘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마퀴스를 3이닝만 활용하고 내렸다. 50구 이상을 던지면 3일을 쉬어야 하지만, 30구 이상 50구 미만은 하루만 쉬고 난 뒤 다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마퀴스를 3차전에도 활용하기 위하여 조기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바뀐 투수를 상대로 4회말 민병헌이 다시 2타석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반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양의지가 삼진을 당하며 또 다시 공격의 흐름이 끊겼다. 대한민국은 4회까지 안타 갯수(3개)에 있어서 이스라엘(2개)보다 앞섰으나 공격의 집중력 부족으로 동점을 위한 한 점을 쉽게 만들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두 번째 투수는 심창민(삼성 라이온즈)이 등판했다. 심창민은 6회 1사까지 마운드를 책임졌고, 차우찬(LG 트윈스)이 등판하여 6회를 마무리했다. 이어서 7회에는 원종현(NC 다이노스)과 이현승(두산 베어스)이 각각 나눠 책임졌다. 30구를 넘길 경우 다음 날 경기에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구원투수들은 모두 30구를 던지기 이전에 교체됐다.

그러는 동안 대한민국 타선도 5회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허경민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처음으로 선두타자가 출루했다. 뒤이어 대표팀 주장 김재호(두산 베어스)도 몸에 맞는 공으로 연속 출루에 성공하여 1사 1, 2루가 된 상황에서 서건창이 좌전 적시타를 성공, 허경민이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1-1).

경기 후반 대한민국은 또 다시 볼넷 때문에 실점할 뻔했다. 대표팀의 4번째 투수 원종현이 2사 1,3루 실점 위기에서 5번째 투수 이현승이 올라왔는데, 이현승은 볼넷 허용으로 2사 만루 위기에 몰리고 처음 3개의 공까지 볼을 던지면서 밀어내기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풀 카운트 접전 끝에 게일렌을 유격수 직선타로 잡아내면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여기서 게일렌은 5구 째 공에서 볼 판정이 나온 줄 알고 배트를 던진 뒤 보호대를 풀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스피드 업 규정에 의하면 볼넷이나 몸 맞는 공 판정이 나오면 일단 1루로 간 뒤에 장비를 풀어야 하지만 WBC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의지의 효과적인 미트질로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면서 관중들은 한 순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만루 위기를 넘긴 뒤 7회말 대한민국 타선은 다시 기회를 얻었다. 선두 타자 김재호가 몸에 맞는 공으로 또 다시 선두 타자 출루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용규의 타격에서 병살타가 나오면서 누적된 주자들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이어서 다음 타자 서건창도 삼진을 당하면서 7회말 공격은 순식간에 끝나고 말았다.

8회 조기 등판한 파이널 보스, 임팩트는 확실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10회말 2사에서 이대호가 삼진아웃을 당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10회말 2사에서 이대호가 삼진아웃을 당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표팀은 8회초 임창민(NC 다이노스)이 등판했을 때 또 만루 위기를 맞이했다. 결국 8회초 2사 만루 동점 상황에서 대표팀은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 "파이널 보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조기에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오승환은 2사 만루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빠른 공 4개만으로 정확히 던져 위기 상황을 끝냈다.

8회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김태균(한화 이글스)이 볼넷을 얻어냈다. 대표팀은 한 점을 뽑기 위해 바로 대주자 오재원(두산 베어스)을 투입했다. 다음 타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삼진을 당했지만, 그 다음 타자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이 공격 흐름을 이어갔다.

손아섭의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며 그리 멀리 뻗지는 못했다. 이 때 대주자 오재원이 필사적으로 달린 덕분에 대표팀은 주자 1,3루 역전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오재원은 다음 타자 민병헌의 내야 땅볼 때 런 다운에 걸리면서 일단 병살타를 막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다음 타자 양의지가 유격수 키를 넘길 수 있는 타구를 날렸으나 유격수 수비에 막히며 아쉬운 8회말 공격이 끝났다.

오승환이 9회를 큰 위기 없이 끝냈지만, 대표팀 타선은 여전히 추가 점수를 내지 못했다. 결국 WBC 개막전부터 1-1 동점으로 연장 10회에 들어갔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2회 대회 결승전에서 연장전을 한 차례 치렀던 바 있었는데, 당시 연장전 경험이 있던 임창용(KIA 타이거즈)이 마운드에 올랐다.

볼넷 허용만 9개, 다음 경기에서도 이러면 곤란하다

그러나 당시 WBC 연장전에서 패전투수 경험이 있었던 임창용은 등판한 뒤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2사 1,3루 상황에서 깊숙한 내야 땅볼 때 홈으로 쇄도하는 3루 주자를 막지 못했다(1-2). 10회말 대한민국의 타선이 점수를 만회하지 못하면서 경기는 그대로 패했다.

이 날 경기 내용을 보자면 속 시원했던 순간은 오승환이 공을 던지는 8회초 2사에서 9회초까지의 아웃 카운트 4개 뿐이었다. 적은 투구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게 WBC 투수 운영의 핵심인데, 이 날 오승환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투수 7명이 무려 9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그리고 그 볼넷으로 나간 주자가 모두 홈을 밟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타선의 공격 흐름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민병헌-김재호-이용규-서건창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과 테이블 세터의 합작으로 5회에 겨우 동점을 뽑아냈던 것이 정규 이닝에서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다음 2차전 상대는 지난 대회에서 대한민국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는 KBO리그를 경험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에이스 릭 벤덴헐크를 선발로 예고한 상태다. 적어도 투수전에서는 이스라엘과의 경기보다 더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본선에 첫 출전한 이스라엘에게 패하면서 2013년 타이중 참사의 기억이 다시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 때도 첫 경기를 잡지 못하면서 충격적인 광탈을 당했다. 물론 이번에는 2위와 3위의 승패가 동률일 때 플레이오프가 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일정이 꼬이게 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날과 같은 방법으로 경기를 했다가는 타이중 참사보다 더 임팩트가 큰 고척 참사를 경험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 날 경기에서 과도하게 많이 나온 볼넷을 다음 날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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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국가대항전 대한민국대표팀 이스라엘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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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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