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 데이비스와 마허셜라 알리의 남녀조연상 수상을 발표하는 아카데미시상식 홈페이지 갈무리.

비올라 데이비스와 마허셜라 알리의 남녀조연상 수상을 발표하는 아카데미시상식 홈페이지 갈무리. ⓒ 아카데미시상식


'검은 돌풍'이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다. 

26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남녀 조연상이 모두 흑인 배우에게 돌아갔다. 특히 남우조연상 마허셜라 알리는 무슬림 배우로서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자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마허셜라 알리는 <문라이트>에서 주인공 샤이론의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로서 인생의 조언자를 연기했다. 흑인 무슬림 배우인 그는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도 강렬한 활약을 펼친 연기파 배우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후보 배우들이 모두 백인으로 채워져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흑인 남자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른 것은 지난 2007년 포레스트 휘태커가 <라스트 킹>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후 10년 만이다.

여우조연상도 <펜스>의 흑인 연기파 배우 비올라 데이비스가 차지했다. 유명한 동명 연극을 영화로 제작한 이 작품에 대해 데이비스는 "삶과 용서에 관한 이야기"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빼어난 연기로 2009년 <다우트>로 여우조연상 후보, 2012년 <헬프>로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됐다가 '삼수' 끝에 마침내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데이비스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펜스>의 덴젤 워싱턴이 남우주연상, <러빙>의 루스 네가도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가 수상이 불발됐으나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유난히 흑인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아카데미 물들인 '반(反)트럼프' 물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반트럼프' 물결이 넘쳤다. 상당수 배우들이 가슴에 파란 리본을 달고 레드카펫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파란 리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를 지지하는 의미다.

시상식 진행을 맡은 지미 키멜은 "국가가 분열됐다. 이제 우리가 뭉쳐야 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긍정적인 말을 해야 하고, 우리가 먼저 그것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올해는 모두 사라졌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객석의 메릴 스트립을 향해서도 "벌써 20차례 아카데미 후보로 지명된 '과대평가된 배우'가 왔다"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스트립이 골든글로브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그로부터 '과대평가된 배우'라고 비난받은 것을 빗댄 것이다.

이날 분장상을 수상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작진도 수상 소감에서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들"이라며 "모든 이민자에게 이 상을 바친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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