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오간도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오간도 ⓒ 한화 이글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우여곡절 끝에  2017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한화는 최근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몸값은 윌린 로사리오와 같은 150만 달러(약 17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로서 한화는 비야누에바-로사리오와 알렉시 오간도까지 외국인 선수 3인으로 다음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한화는 지난 몇 년간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치가 아팠다.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며 꾸준한 활약을 보인 외국인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난 시즌도 에이스로 기대했던 에스밀 로저스가 부상으로 일찍 전열에서 이탈했고 알렉스 마에스트리, 파비오 카스티요, 에릭 서캠프 등은 실망스러운 기량을 보였다.

한화 기다린 보람 있었다

올 시즌도 한화는 그동안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외국인 선수 영입이 가장 늦어지며 우려를 자아냈다. 대부분의 수준급 선수들은 이미 행선지를 정한 상황에서 한화가 뒤늦게 우수한 외국인 자원을 영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전력보강을 둘러싸고 현장과 프런트가 갈등을 빚는 모양새까지 벌어지며 팬들이 불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화는 기다린 보람이 있을 만큼의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비야누에바는 KBO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경력을 자랑하는 투수다. 2006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빅리그에서 데뷔한 이래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을 거치며 통산 476경기에 등판해 51승 55패 11세이브 62홀드 평균자책 4.32을 기록했다.

 한화가 새롭게 영입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한화가 새롭게 영입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 MLB


비야누에바는 우완 정통파에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로 분류된다. 직구 최고스피드는 140㎞대 후반으로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한 수준이지만 정확한 좌우 코너워크와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를 요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최근 3년간은 불펜에서만 뛰었지만 빅리그에서 선발로 뛰었던 것도 5시즌이나 된다.

한화의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은 10개 구단을 통틀어서도 최상급이다. 세 선수 모두 도미니카 출신에 빅리그에서도 주전급으로 활약한 경력이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미 KBO무대에서 검증이 끝난 로사리오는 타율 3할2푼1리 33홈런 120타점을 기록하며 역대 한화 외국인 선수 최다타점 기록을 수립하는 등 김태균과 함께 한화의 중심타선을 이끌었다.

오간도는 빅리그에서 통산 283경기에 출전하여 33승 18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했으며 2011년에는 13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올스타에도 뽑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다음 시즌 한화의 1, 2선발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

빅리그 경력만 놓고보면 2015년 한화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에스밀 로저스보다도 오히려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는 투수들이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고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였던 윤규진, 장민재, 이태양 등의 토종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한화는 지난 2년간 완성되지 못한 '선발야구'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

물론 이름 값만으로 꼭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KBO리그 적응과 함께 불펜에서 선발로의 보직 재변경이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두 선수 모두 선발로 뛴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전형적인 강속구 투수인 오간도는 어깨와 팔꿈치에 여러 번 부상 경력도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한 관리가 요구된다.

그나마 일찍 계약을 마치고 스프링캠프를 통하여 천천히 몸상태를 끌어올릴 시간이라도 있었던 오간도에 비하여 비야누에바는 3월이 다 되어서야 뒤늦게 한화 선수단에 합류한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새로운 보직에 맞춰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비야누에바는 기존의 KBO리그에서 활약하던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서는 다소 느린 구속을 지니고 있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수준차를 감안하더라도 선발로서의 역량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성근 감독, 외국인 선수 관리 잘 할까

또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한화의 감독이 김성근이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시대착오적인 야구관으로 투수혹사 논란 등 숱한 구설수를 일으켰던 김성근 감독은 외국인 선수 관리와 활용법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한화 외국인 투수들은 기본적인 투구수 관리와 휴식일 보장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퀵후크와 보직 변경도 일상다반사였다. 2년간 한화를 거쳐간 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모두 부상에 시달리거나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KBO무대를 떠나야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시즌 한화 외국인 투수 4명이 합작한 성적은 총 52경기에 등판해 191.2이닝에 그쳤다. 두산, 기아, NC 등 외국인 투수들이 최소 300이닝 이상을 안정적으로 책임졌던 다른 구단에 비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화가 2017시즌 선발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이닝이터' 역할을 해줘야할 외국인 선수들의 내구성이 필수적이다. 이는 곧 김성근 감독이 외국인 투수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가 외국인 선수 세 명에게 투자한 돈만 480만 달러(약 54억 원)에 이른다. 이는 현재 KBO리그 최고의 외인 원투펀치를 보유했다는 챔피언 두산(330만 달러)을 뛰어넘는 리그 1위의 몸값이다. 선수는 어디까지나 구단의 재산이고 감독 역시 계약에 따라 잠시 그 책임을 위임받은 권력에 불과하다. 구단의 소중한 재산을 함부로 고장내지 않고 잘 관리하여 물려주는 것도 계약 만료 1년을 앞둔 감독의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한화는 2008년부터 9시즌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올시즌에는 국내 선수보강이 전무했던 데다 라인업의 고령화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다음 시즌 한화 전력의 가장 큰 변수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3인방의 어깨가 유독 무거울 수밖에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