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선수와 볼 경합을 펼치는 강민구

상대 선수와 볼 경합을 펼치는 강민구 ⓒ 우니앙 마데이라, 강민구


유럽 대륙에서도 천 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지만, 마데이라 제도(이하 마데이라)의 프로축구는 엄연히 포르투갈 리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마데이라는 리오넬 메시와 함께 축구계를 양분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석현준(데브레첸 VSC)이 뛰었던 CS마리티무와 CD나시오날의 연고도시로 더 많이 기억된다.

석현준이 활약했던 두 클럽 외에도 마데이라에는 포르투갈 리가 프로(2부)에 소속된 우니앙 마데이라(이하 우니앙)가 있다. 그리고 이 우니앙에 지난 2월 21일(이하 한국시간) 선문대 출신 공격수 강민구(23)가 3년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2월 21일 강민구는 마데이라를 연고로 하는 칼헤타FC와의 경기에서 이적 후 첫 번째 헤트트릭을 기록했다. 팀은 6-0 대승을 거두었다. 비록 2군 경기였지만, 지난 3일 치른 데뷔경기 이후 3경기 동안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2부 리그 소속의 2군 선수에게 한국 언론은 스포트라이트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SNS를 통해 우연찮게 알게 된 소식의 퍼져나가지 못한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연락이 닿고 며칠 뒤 강민구 선수와 온라인 인터뷰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두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시간 동안 강민구 선수는 그간 밖으로 나오지 못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한 달 간의 우니앙 마데이라 적응기

 우니앙 마데이라의 연고도시 마데이라

우니앙 마데이라의 연고도시 마데이라 ⓒ pixabay, nikolabelopitov


그는 마데이라 생활을 "제주FC로 이적한 외국선수의 기분을 느끼는 중이다"라고 비유했다. "분명 축구를 하러 왔는데 아름다운 마데이라 풍경 때문에 매순간 마음이 치유 받는 기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미 베르더 브레멘 U-23에서 잠시 뛰어본 경험이 있는 강민구였지만, 현지 적응은 해외로 진출한 모든 선수들에게 해결해야 할 0순위 문제다. 다행히 강민구는 지난 한 달 동안 어떤 걸림돌도 없이 팀에 녹아들었다. 다만 아직 포르투갈어가 미숙한 그를 위해 팀 동료들이 영어로 전술지시나 전달사항을 통역해 주었지만, 일상생활 부분에서는 특별하게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도 원활한 현지 적응을 위해 인터넷 강의를 통해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두 달간의 적응기를 거친 뒤에는 곧장 1군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강민구는 지난달 이적 당시 언론 보도가 마치 2군으로 이적한 것과 보도되어 아쉬웠다고 밝혔다. 우니앙의 1군 평균 연령이 높은 만큼 어린 선수들과 생활하면서 현지 적응을 마친 후 정식으로 1군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다만 1군 진입은 예정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경기 동안의 인상적인 활약 덕에 구단에서 예정보다 빨리 1군으로 소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져슈타디온을 누비게 되었을지도 모를 한 때

그의 우니앙 이야기를 듣기 전에 베르더 브레멘 시절에 관심이 기울었다. 왜 굳이 이른 해외진출을 미루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나가게 된 연유가 궁금했다.

강민구는 한양공고 3학년 재학 중에 참가한 전국체전에서 3경기 5골이란 준수한 개인성적을 거두었다. 서울시 대표팀으로 참가한 한양공고는 8강에 머물렀지만, 손흥민의 에이전트로 유명한 티스블라이마스터 회사에 소속된 에이전트를 통해 전국체전 당시 베르더 브레멘의 관심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독일로 넘어간 강민구는 베르더 브레멘 U-21팀과 함께 훈련과 경기를 소화했다. 이후 U-23팀 2군으로 합류했다. 당시 1군 선수 가운데 주말 경기에 합류하지 않은 선수들과도 훈련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석 달 뒤, 구단에서는 강민구에게 U-18팀으로 이적해 차근차근 올라갈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강민구는 베르더 브레멘의 제의를 뒤로 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에는 해외 적응에 대한 자신감이 크지 않았고, 비슷한 시기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시 강민구 영입에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해외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조금 아쉬운 3년간의 선문대 생활

한국으로 돌아온 강민구는 선문대학교 스포츠과학부 14학번으로 입학해 대학축구에 몸담았다. 입학 직후부터 주전자리 꿰찬 강민구는 우니앙 이적 전까지 공격진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3년 동안 2014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우승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결과물을 거두지 못했다.

강민구도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한 기억이 많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추계대회 준결승에서 만난 수원대(4-0 선문대 승리)에게 선사한 쐐기 골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 개인기량과 무관하게 추계대회 우승을 제외하곤 3년 내내 결과물을 내지 못한 강민구는 K리그 클럽의 눈독에 들 수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중요한 시합에서 부상으로 모습을 보이지 못해 아쉬웠다고 밝혔다. 김재소 선문대 축구감독에게도 K리그 여러 클럽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의 말만 건네 들었다.

이미 준비된 강민구, 첫 걸음을 내딛다

하지만 강민구는 특별한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짧게나마 다녀온 베르더 브레멘 시절 이후부터 강민구는 해외진출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언제라도 해외구단 에이전트에게 연락이 온다면 자신을 어필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니앙으로부터 제의가 왔을 때, 강민구는 준비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당시 강민구가 보낸 개인영상을 본 후 우니앙은 강민구를 "큰 키(187cm)에 좋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으며, 빠른 스피드로 상대 뒤 공간을 적재적소에 파고들어 수비라인을 파괴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골 결정력 역시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선문대학교 축구부 SNS에서 올라온 강민구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서, 그가 잘 성장한다면 온순한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들었다.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강민구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강민구 ⓒ 우니앙 마데이라


그러한 강점들을 증명하듯 강민구는 지난 3경기 동안 4골과 한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헤트트릭을 달성한 칼헤타전에서 그의 장점들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순간적인 수비 붕괴, 좋은 판단력, 깔끔한 골결정력 그리고 경쾌한 드리블 능력 모두를 한 경기만에 보여주었다. 특히 중원에서 시작해 골키퍼까지 제치며 넣은 마지막 득점은 그의 개인능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강민구는 우니앙에서 치른 두 번째 경기에서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한 오른쪽 윙어 자리도 대신 메웠다. 선문대 시절에도 서 본 경험이 있는 자리였다. 그 경기에서 강민구는 우니앙 이적 이후 첫 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국가대표로 기억되고픈 미래 커리어의 첫 단추

흥미로웠던 것은 강민구에게 미래 커리어에 대해 넌지시 묻자, 먼저 태극마크부터 달 것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아직까지 태극마크를 한번도 달아본 적이 없기에 국가대표로서 뛰는 미래에 대해 가장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의 승승장구를 기대했던 대답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프로선수가 가지는 국가대표 커리어에 대한 열망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구체적으로 유럽에서의 미래를 묻자 일차적으로는 어떤 팀이든 자신을 원한다면 성실히 뛸 것이라 대답했다. 그런 방식으로 노력하다보면 결국 자신이 최종적으로 목표하던 축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하게 뛰고 싶은 클럽이 있냐고 묻자 분데스리가를 선호하고 그 가운데서도 도르트문트가 추구하는 축구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에게 도르트문트에서 뛸 미래를 기약하자 말했다.

우니앙에서 걸어갈 미래

▲ 강민구 칼헤타전 헤트트릭 영상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강민구 ⓒ 우니앙 마데이라, 강민구


우니앙은 지난 시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에서 강등된 이후 올 시즌 리가 프로 11위에 머물고 있다. 28전 9승 9무 10패 승점 36점으로 당장은 1부 승격과 거리를 두고 있다. 매 시즌 1부에서 두 팀이 강등되고, 두 팀이 승격하는 포르투갈 리그 시스템 속에서 올 시즌 당장 우니앙의 승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니앙은 1부 승격권인 리가 프로 1, 2위에 올라있는 포르티모넨세와 데스포르티보 아베스와는 각각 25점, 17점 차이를 두고 있다. 나란히 승점 44점을 기록한 아카데미카, 벤피카 2군, 바르징과도 승점 8점 차가 난다.

올 시즌 우니앙은 득점력에서 아쉬운 면을 보였다. 실점 역시 리그 평균 수준으로 매한가지였지만, 득점은 리그 평균(32득점)에 조금 못 미친 29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직전 시즌 1부리그에서 강등당한 팀임을 감안하면 좀 더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좋은 공격력을 보여준 강민구가 팀의 상승세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1군에서의 정착 문제는 또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최근 보여준 굵직한 인상들은 그의 미래에 대해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다.

물론 곧 1군으로 올라갈 예정이라는 말이 마냥 밝은 미래처럼 느껴졌지만, 우니앙에는 프랑스 리그앙에서 넘어온 크와메 은소르가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 시즌에만 은소르는 20경기에 나서 9골을 넣어 팀 내 최다 득점을 유지하고 있다. 강민구에게 은소르를 대신해 우니앙의 해결사가 되는 것이 중간 목표가 아닌가 하고 물었다. 강민구는 그에 대해 몇 차례 훈련에서 은소르와 최전방에 나란히 서 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강민구는 은소르의 뒤를 받치는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했다. 어쩌면 두 선수의 공존이 팀의 상승세를 이끌지도 모른다.

그에게 최근 우니앙의 분위기를 묻자 굉장히 좋다고 답했다. 늘 그렇듯 선수들은 언제나 승리를 갈망하고 있고, 계속해서 승점을 쌓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승격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있지만, 머릿속에서 1부 승격을 떨쳐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우니앙 이적 당시, 이적 사실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박물관이 메인 스폰서로 들어간 유니폼을 입은 강민구가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 유니폼에 대해서 영광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직접 박물관에 가서 호날두가 쌓아온 화려한 커리어를 보면서 그의 축구열정이 불을 한층 더 지피지 않았을까 싶었다. 강민구는 호날두가 마데이라 섬을 종종 찾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두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동안 강민구는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근거 없는 낙담에 취해있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선수인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선수 경력이 전문한 사람으로서 이제 막 커리어에 첫 걸음을 내딛은 선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그의 앞날에 주인 없는 행운이 깃들길 기원했다.

 골, 그의 열정이 드러나는 한 마디

골, 그의 열정이 드러나는 한 마디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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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어마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hxnakfn)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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