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는 2015년에 비해 1백만명 가까이 늘어난 833만9577명의 관중을 동원해 사상 첫 8백만 관중을 돌파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로, 넥센 히어로즈가 고척스카이돔으로 이전하며 이른바 '신 구장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2017년에는 새로운 홈 구장을 사용하는 팀이 없다. 지난해 흥행에 도움이 된 '신 구장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 2년 연속 8백만 관중 돌파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17년 3월에는 제 4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개최된다. 한국은 사상 최초로 대회를 유치해 1라운드가 고척돔에서 거행된다.

WBC 한국 대표팀의 성적은 3월 31일 개막되는 KBO리그 초반 흥행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안방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지난 대회에 이어 4회 대회마저 1라운드에서 탈락한다면 KBO리그 흥행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대표팀에 불참하고 부상 선수가 속출해 최강의 대표팀을 꾸리지 못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하지만 올 KBO리그의 흥행은 WBC처럼 야구 관련 요소보다는 야구 외적인 이슈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지난해 연말부터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대통령 탄핵 정국이 프로야구의 흥행에도 파급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3월 초나 중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5월 초 혹은 중순에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탄핵 인용 순간부터 한국 사회는 즉시 대선 정국에 돌입하게 된다. 3월말 정규 시즌이 개막되는 KBO리그로서는 시즌 초반 흥행에 직격탄을 맞게되는 셈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2012년 18대 대선까지는 항상 대선이 12월에 치러졌다. 대통령 선거가 프로야구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적은 없다.

KBO리그의 흥행은 시즌 초반이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는 10개 구단 모든 팬들의 응원팀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높은 시점이다. 각각의 팀들이 동일한 스타트라인에서 새 출발하기 때문이다.

겨우내 참아왔던 야구 관람이나 바깥 나들이에 대한 욕구를 분출할 시기이기도 하다. 4월부터 5월의 날씨는 야구 경기를 관전하기에 최적이다.

하지만 6월 이후로는 장마철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무더위가 끝나면 시즌 막바지라 하위권으로 밀려난 팀의 경우 관중 동원이 쉽지 않다. 개막과 더불어 바람몰이를 해야 할 KBO리그는 격렬하게 진행될 탄핵 및 대선 정국에 밀려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참고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있었던 2004년(3월~5월)에는1989시즌 이후 역대 최저치인 233만 관중을 기록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싸늘하게 식었다. 한일 월드컵으로 온나라가 축구 공화국이 된 2002시즌 240만 관중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대통령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한국 사회는 한층 더 극심한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그간 물리적 충돌 없이 '촛불 집회'라는 질서정연한 형식을 유지해 온 민심이 제도권 정치와 시스템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해 한국 사회가 순식간에 혼돈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럴 경우 KBO리그의 흥행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상황이 된다.

2017년 KBO리그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탄핵 및 대선 정국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증유의 외부 변수에 휩싸인 KBO리그가 야구팬들의 발길을 이끌 어떤 타개책을 낼 수 있을지 주목해 보도록 하자.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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