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긍정의 힘으로 무장한 곽해성의 부활이 기다려진다.

2017년, 긍정의 힘으로 무장한 곽해성의 부활이 기다려진다. ⓒ 사진 제공-성남FC


물 흐르듯 흘러가면 좋겠다만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게 또 인생사다. 잘 될 때는 순풍에 돛 단 듯 흘러가지만 떨어질 때는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파란만장(波瀾萬丈)이라는 성어도 생기지 않았는가.

성남 FC 곽해성의 지난 시즌은 파란만장했다. 원소속팀 성남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제주 유나이티드로 등 떠밀리듯 떠났지만,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그래서 곽해성에게 다가오는 올 시즌은 중요하다. 파란만장한 지난 시즌보다 순탄한 해를 보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성남의 클래식 승격을 위해.  

강렬했던 데뷔 시즌

2014년 광운대를 졸업하고 성남에 입단한 곽해성의 프로 첫 시즌은 순탄했다. 생각보다 기회도 빨리 찾아왔다. 곽해성은 시즌 개막전 경남과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프로 데뷔에 성공했다.

"운이 좋았던 편이죠. 프로 데뷔가 그렇게 빠를 줄 몰랐거든요. 제가 경기에 나가면 그렇게 긴장을 하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날 경기에서는 너무 긴장을 해서 후반 10분 만에 쥐가 날 정도였으니까요(웃음)."

당시 성남이 경남에게 1-0으로 석패해 완벽한 데뷔전(?)은 아니었지만 이후 곽해성은 순항했다. 겹경사도 있었다. 시즌 초 활약을 인정받아 故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도 누렸다. 당시 대표팀에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김진수(전북 현대)가 있어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곽해성은 "느낀 점이 많았던 대회"라고 회상했다.

"아무래도 언론에서는 병역 혜택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소식을 다뤘으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혜택을 받을 생각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 잘 하자는 각오로 대회에 임했습니다. 그렇게 똘똘 뭉쳐서 대회를 치른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곽해성은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곽해성은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 대한축구협회(KFA)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성남으로 돌아온 곽해성은 자신감이 넘쳤다. 리그 마지막 라운드 부산전에서는 데뷔골도 기록했다. 그런데 이 데뷔골 타이밍이 또 기가 막힌다. 당시 터진 골이 강등권에 빠진 성남에게는 '잔류 확정 골'이었기 때문이다.

2014년 FA컵 결승전에서는 서울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전반 22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때린 에스쿠데로의 강력한 슈팅을 헤더로 막아내는 등 투지 넘치는 수비를 펼쳐 승리에 일조했다. 시즌이 끝나고 곽해성이 받은 성적표는 리그 15경기 출전 1골.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지만, 프로 무대를 처음 겪는 신인임을 감안하면 내년을 기대케 하는 성적표였다.

롤러코스터를 타다

데뷔 시즌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한 차례씩 우승을 달성하고 맛본 영광의 시간은 2년 차에도 계속됐다. 시즌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해 한동안 자리를 비웠지만, 곽해성은 2015시즌 리그에서 총 23경기 출전하며 3도움을 기록해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FA컵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통해 국제무대 경험도 쌓았다. 프로 생활 2년 동안 꽃길만 걸었던 축구 인생이었다.

하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다. 2016시즌 들어 포지션 경쟁자 이태희의 급부상으로 리그 9경기 출전에 그치며 소속팀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한 순간에 하늘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2015시즌 끝나고 기초 4주 훈련을 받기 위해 논산 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성남에 복귀해 동계훈련까지 다 소화했어요. 다가오는 시즌에도 문제없이 뛸 줄 알았죠. 그런데 시즌 초반부터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출전이 들쭉날쭉했어요. 감각을 찾을 만하면 교체되니까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곽해성은 성남에 남아 끝까지 경쟁을 펼치려 했다. 그러나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 의욕은 넘쳤지만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왔다. 바로 지난 7월,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김현과 맞임대가 결정된 것이다.

"제주 임대는 생각도 못 했어요. 팀에서는 제주가 평소 눈여겨봤으니까 너무 서운하지 말라고 위로했지만 당시 결정은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자존심에 생채기를 입고 내려간 고향이지만 초반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리그 19라운드 전남전에서 후반 80분 교체 투입해 제주 데뷔전을 치른 곽해성은 실점 빌미를 제공하며 팀 패배를 자초했다.

"제가 들어오기 전까지 제주가 1-0으로 이기고 있었는데, 저 때문에 순식간에 2골이나 실점했어요. 진짜 아찔했죠.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제주에) 와서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해만 끼치는 셈이었으니까요."

 35라운드 전남전 득점 후 세리머니를 펼치는 곽해성

35라운드 전남전 득점 후 세리머니를 펼치는 곽해성 ⓒ 사진 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잊고 싶은 데뷔전이었지만 다행히 상황은 더는 악화되지 않았다. 분위기 적응을 마친 곽해성은 24라운드 포항전에서 90분 풀타임을 뛰고 데뷔골을 넣으며 안착했다. 상위 스플릿 진출 후에는 리그 강호 전북을 상대로 3-2 역전승을 거두는데 힘을 보탰다. 이어 다시 만난 전남전에서는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트려 복수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나 곽해성은 "지난 시즌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막상 시즌을 치르고 보니까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됐을 걸 하는 후회도 들었고요. 마무리는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2% 부족한 시즌이었습니다."

긍정의 힘으로

지난 시즌 막판 제주에서 반등에 성공했지만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잘 풀렸던 본인과는 반대로 원 소속팀 성남이 강원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챌린지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당시 곽해성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을 관전하며 팀 운명을 같이 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그냥 멍 때리고 있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고요. 제가 데뷔했던 팀이 떨어지다니... 그래도 어떡하겠어요. 거기서 흐지부지하면 계속 그 자리에 머무니까 최선을 다해서 올라가야죠. 한 끗 차이입니다. 극복하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2014시즌 프로 데뷔 이후 줄곧 클래식에서 활약한 곽해성이다. 한 단계 아래인 챌린지는 자존심이 상할 터. 여태까지 쌓아올린 커리어에도 타격이 올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팀에 남아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며 성숙함을 드러냈다. 오히려 "챌린지에서 우승해서 승격하면 우승컵도 생기고 좋은 거 아니냐"고 웃음을 지었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이 묻어나는 너스레였다. 하지만 이어진 각오는 사뭇 진지했다.

 2016 KEB 하나은행 FA컵 5라운드 성균관대전에 출전한 곽해성

2016 KEB 하나은행 FA컵 5라운드 성균관대전에 출전한 곽해성 ⓒ 사진 제공-성남FC


"지난 시즌 성남에서 주전이 되지 못한 건 순전히 제가 부족해서였어요.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를 겁니다. 개인적으로 오버래핑 같은 공격적인 면은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동계훈련에서 수비적인 부분만 보완하면 올 시즌 다시 한 번 주전으로 활약할 거라 기대합니다."

인터뷰 내내 곽해성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시즌에 임할 것이라 되뇌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선수 생활을 했던 그에게 지난 시즌 찾아온 위기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곽해성은 이겨냈다. 그리고 자신을 끌어올렸던 것처럼, 이제 그 힘을 바닥으로 떨어진 까치군단을 위해 쓸 심산이다.

지난 1월, 성남에 복귀한 곽해성은 목포에서 가진 2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스페인 무르시아로 3차 전지훈련을 떠났다. 목포 전지훈련을 따라간 구단 관계자는 "곽해성의 폼이 많이 올라왔더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득 그의 메신저 프로필 글귀가 떠올랐다. 곽긍정으로. 다가오는 3월, 긍정의 힘으로 무장한 곽해성의 부활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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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광운대학교 축구부 기자단(KWFM) 블로그에도 게재했습니다.
곽해성 성남FC 아시안게임 제주유나이티드 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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