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의 트럼프 반대 시위 연설을 생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마돈나의 '여성 행진' 연설을 생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그리고 이 행진이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할 거라고 주장하며 우리를 깎아 내리는 사람들에게 전한다. 엿 먹어. 엿이나 처먹으라고 (And to our detractors that insist that this march will never add up to anything: Fuck you. Fuck you)."

지난 21일 열린 여성 행진, 마돈나는 이 자리에 연사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녀의 연설이 공개된 이후, 나는 몇몇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괜찮냐는 메시지였다. 전국으로 방송되는 연설 자리에서 단순한 비난도 아니고 욕설을 내뱉었으니, 친구들은 아마 내가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며 전전긍긍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는 다른 마돈나의 오랜 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돈나가 방송에서 욕설을 내뱉은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30년이 넘는 긴 연예인 경력 내내, 마돈나는 절대 고분고분하고 착한 이미지를 만들지 않았다. 그녀는 늘 이런저런 소란을 일으키고 논란을 만들어 여론의 이목을 집중 받았다. 심지어 이런 그녀의 행동을 세일즈 전략으로 파악하고 연구를 한 사람들까지 있었을 정도니 말이 더 필요할까.

그리고 사람들의 비판이나 조롱에 직면하면 마돈나는 늘 더 센 공격과 도발로 맞대응 하곤 했다. 말하자면 그녀는 할리우드의 여러 트러블 메이커들 중 하나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녀가 여타 다른 사고뭉치들과 달랐던 점은, 마돈나의 거친 행보는 자신의 정치적 의견이나 소신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위한 싸움꾼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팬들은 마돈나가 저지르는 사고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마돈나'라며 내심 자랑스러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싸움꾼 마돈나의 인생 중 몇 가지 굵직한 사건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하나] 대통령을 공격한 마돈나

다른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마돈나 역시도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다. 그녀는 콘서트 중간에 대놓고 민주당 지지 발언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아예 콘서트 중간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가령 2008년 진행된 스티키 앤 스윗 투어에서 그녀는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오바마를 지지하는 영상을 틀기도 했다.

이런 마돈나였으니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고 백악관이 공화당으로 넘어갔을 때 사람들은 예상했다. '이번 정권 내에 마돈나는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말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자 대표적인 반전론자였던 마돈나는 새 뮤직비디오에 전쟁 반대 메시지를 심는다. 그것도 극히 마돈나다운 방식으로 말이다. 그녀는 전쟁을 광기어린 패션쇼 현장에 비유하며 이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살수차로 물을 뿌렸다.

 마돈나의 <아메리칸 라이프>뮤직비디오 중

마돈나의 <아메리칸 라이프>뮤직비디오 중 ⓒ 유튜브 캡처


심지어 조지 부시와 똑 닮은 인물에게는 수류탄을 집어 던지는 연출을 하기도 했다.(물론 그것이 라이터임이 밝혀지긴 한다) 이 일로 미국의 라디오 방송들이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마돈나는 여론의 폭격을 맞는다. 앨범이 상업적으로 실패했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렇게 크게 데였으니, 바로 직후에 열리는 콘서트 투어에서 문제가 된 노래 <American Life>는 아마 듣지 못하거나, 매우 얌전한 버전으로 공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를 그대로 차용한 무대를 꾸몄으며, 그걸로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숏팬츠를 입은 수녀들과 부르카를 입은 여인들도 함께 등장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뮤직비디오보다 더 강렬한 반전의 메시지를 담는데, 노래의 클라이맥스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고 욕설을 날린 것이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말이다.

아무튼 이 정도면 성공적인 복수라 할 만하겠지만 마돈나는 그걸로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다음 앨범 콘서트 투어에서 그녀는 <I Love New York>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이렇게 바꿔 불렀다.

"만약 네가 텍사스에 간다면 말야, 조지 부시의 물건이나 빨아줄 수 있겠지!"

[둘] 러시아에 맞서다

 마돈나의 모스코바 공연 모습

마돈나의 모스코바 공연 모습 ⓒ 유튜브


미국 대통령도 난타한 마돈나이니 이 정도면 더 큰 스케일의 사고는 없겠다 싶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녀는 직접적인 공권력의 반발에 직면하거나 국가적 협박을 마주한 경우도 있었다. 가령 그녀는 금발의 야망 투어에서 침대에 올라 두 백댄서와 매우 성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이 때문에 캐나다 경찰은 그녀에게 '콘서트를 진행한다면 풍기문란으로 구속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적도 있다. 물론 마돈나는 눈도 깜짝 않고 공연을 진행했고, 구속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돈나와 가장 악연이 깊은 나라를 꼽자면 아마 러시아를 들수 있을 것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 마돈나는 성 소수자 인권의 열렬한 옹호자이다. 그리고 2012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에 대해 쓰고 말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이른바 '반 동성애 조례'가 통과된다. 이에 마돈나는 그해 8월 같은 도시에서 열리는 자신의 콘서트에서 관련된 발언을 할 것이며, 팬들에게 성 소수자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들고 오라고 선언한다.

이에 러시아는 처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마돈나는 역시 마돈나, 그녀는 콘서트 현장에서 오늘 밤 러시아는 자신의 집이며, 자기 집에선 누구나 게이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고야 만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모자랐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녀는 모스크바 공연에서 더 대담한 도발을 감행한다. 푸틴을 비판하고 종교를 조롱하는 게릴라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밴드 푸시 라이엇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녀는 아예 등에 'Pussy Riot'이라는 문구를 새기고 무대에 올랐다.

[셋] 가톨릭과의 끈질긴 악연

 마돈나는 컨페션 투어에서 '십자가 퍼포먼스'를 벌였다.

마돈나는 컨페션 투어에서 '십자가 퍼포먼스'를 벌였다. ⓒ 유튜브


성을 포함하여 모든 종류의 금기를 넘나들었던 마돈나, 그런 그녀에게 '종교' 역시 성역이 아니었다. 마돈나는 자신의 작품에 기독교적 요소나 상징들을 지극히 그녀스러운 방식으로 등장시키곤 했다.

가령 그녀는 <Like a Prayer> 뮤직비디오에 흑인 예수를 등장시켰으며 예배당에서 그와 진한 키스를 나누었고, 급기야는 불타는 십자가 앞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금발의 야망 투어에서는 신부복을 입고 이 노래를 공연하기도 했는데, 이 퍼포먼스는 앞서 언급한 같은 공연에서의 침대 퍼포먼스 직후에 이루어졌다.

이렇다 보니 마돈나와 종교계, 특히 바티칸과의 대립은 기나길 수밖에 없었다. 마돈나가 공연을 하거나 앨범을 발표하면 교황이 보이콧을 촉구하고 마돈나가 이를 비웃는 일이 관례처럼 반복됐다. 아마 가장 최근에 큰 갈등이 터졌던 것은 2006년 컨페션 투어 때였을 것이다.

이 공연에서 마돈나는 직접 면류관을 쓰고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대형 십자가 위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교황은 노발대발했고 러시아 마피아들은 살해 협박을 날렸지만 마돈나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로마 공연을 강행하고 바티칸에 초대장을 날리는 도발을 감행했다.

이렇게 아웅다웅하기를 수십년이 넘었다. 이제는 화해할 법도 하건만 마돈나는 아직 그럴 마음이 없나 보다. 2008년 로마 공연에서 그녀는 교황에게 바친다며 자신의 히트곡인 <Like a Virgin>을 불렀으며, 얼마전 끝난 Rebel Heart 투어에서는 '난 가톨릭 교회로부터 세 번이나 파문당했어, 바티칸이 날 너무 아끼기 때문이지'라는 발언을 했다. 참고로 이 콘서트에는 폴댄서를 추는 수녀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넷] 레터맨쇼에서의 욕설 사건

 레터맨쇼에서 시가를 피우는 마돈나

레터맨쇼에서 시가를 피우는 마돈나 ⓒ 유튜브


서두에서 언급했듯 마돈나가 방송에서 욕설을 날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데이비드 레터맨쇼에서의 난동이다. 당시 마돈나는 <Erotica> 앨범을 통해 사도 마조히즘을 포함해 성적으로 과감한 콘셉트를 펼쳐 보였으며, 동시에 <SEX>라는 화보집을 발간했다.

물론 지금 기준에서 보자면 그 앨범과 화보집은 단순히 야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성적 욕망에 대한 탐구와 경계를 넘는 성애적 묘사를 담고 있었지만 그 당시 마돈나는 언론의 공격과 조롱에 시달려야만 했다.

특히 레터맨쇼는 마돈나에 대한 저열한 조롱을 담은 패러디 영상을 방송하기도 했는데, 놀랍게도 마돈나는 레터맨쇼에 출연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얌전하게 쇼에 출연할 그녀가 아니었다. 마돈나는 아예 스튜디오에 등장하자마자 레터맨에게 자신의 속옷을 선물하며 얼른 펼쳐보라고 종용하고, 갑자기 샤워를 하는 중 소변을 보는 것의 즐거움을 예찬하기도 했다. 그리고 갑자기 긴 붐 마이크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입맛을 다시기도 했으며,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입에 담긴 힘든 욕설들을 내뱉었다.

결국 이날 쇼의 거의 절반은 무음 처리 되었으며, 레터맨쇼는 이 방송에 대해 따로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을 정도였다. 물론 이는 마돈나의 소소한(?) 복수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돈나는 이 방송에서 그녀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한다.

"왜죠? 내가 없을 때 당신이 내 성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괜찮고, 내가 직접 쇼에 등장해 내 성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건 안 되는가요?"

그녀의 신념

마돈나가 막 데뷔한 시기 그녀는 한 쇼에 출연했다. 그리고 꿈이 무었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요.(Rule the world)"

때로는 사람들의 숨을 멎게 하는 도발을 펼치기도 하고, 험한 욕설을 늘어 놓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팬들이 여전히 마돈나를 사랑하는 것은 그 거친 움직임 이면에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마돈나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는 자신의 콘서트(2012년 MDNA 투어) 중간 영상에 따돌림으로 목숨을 잃은 성 소수자 청소년들의 사진과 이름을 띄우며 추모하기도 했다. 세상에 어느 가수의 공연장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래서 '싸움꾼 마돈나'가 나에겐 너무도 소중하다. 마돈나와 내가 공유하는 '희망'이 현실이 되는 그 날까지 그녀의 싸움이 지치지 않고 계속되길 빈다.

 마돈나는 자신의 콘서트 중간 영상을 통해 자살한 성 소수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마돈나는 자신의 콘서트 중간 영상을 통해 자살한 성 소수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 유튜브



마돈나 여성 행진 푸시 라이엇 마돈나 여성행진 마돈나 콘서트
댓글1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