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달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야구선수들이 결국 혹독한 징벌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하여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몇몇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부정한 청탁을 받고 경기 내용을 조작한 혐의에 연루된 이태양(전 NC)에게는 야구계 완전퇴출을 의미하는 영구제명 조치가 내려졌다. 유창식(기아)은 같은 부정행위에 연루되었지만  자진신고를 했던 것을 참작하여 3년간 모든 야구계 활동자격을 정지시키는 유기실격으로 징계를 경감했다. 아울러 지난해 6월 공연음란행위로 임의탈퇴 당한 김상현(전 kt)에 대해서는 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이들 모두 한 순간의 잘못된 유혹에 빠져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시궁창에 빠뜨렸다. 이들에게 기대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팬들로서는 씁쓸한 결말이다.

유망주들의 씁쓸한 몰락

 승부조작 혐의를 받아온 프로야구 NC다이노스 이태양(22)이 재판을 받기 위해 26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승부조작에 연루되 영구제명된 전 NC 투수 이태양. ⓒ 윤성효


이태양은 한때 한국야구  마운드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거론될 만큼 출중한 실력을 지닌 사이드암 투수였다. 지난해 선발로 25경기에 나와 10승5패 방어율 3.74로 활약하며 데뷔 첫 10승의 기쁨을 맛봤고, 2015프리미어12에도 합류해 우승의 순간을 함께 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연봉 1억원으로 첫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올랐다. 올 시즌 NC의 주축 선발투수로 2승2패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팬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겼다.

'제 2의 류현진'으로 꼽히던 유창식은 한때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던 유망주였다. 한화는 류현진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뤄달라는 기대를 받으며 구단 역사상 신인 계약금 최고액 7억원을 유창식에게 안겼다. 가족을 위하여 해외진출도 포기하는 등 효성스럽고 반듯한 이미지로 팬들의 호감도 높았다.

하지만 유창식은 프로 데뷔 이후 고질적인 잔부상과 제구 불안에 발목이 잡히며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기아로 트레이드된 이후로도 부진을 거듭하며 2군에만 머무르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설상가상 지난해 프로야구를 강타한 승부조작 파문 당시 유창식은 한화 시절 브로커의 제안을 받아 고의 볼넷을 내주는 경기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자진신고라는 점에서 정상을 참작하자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후 추가로 상습적인 불법도박 사실까지 탄로나며 유창식을 향한 여론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심지어 김상현은 프로야구 MVP 출신이다. 김상현은 2009년 친정팀 기아로  트레이드되어 돌아온 이후 그해 홈런왕과 MVP를 휩쓸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견연하면서 일약 무명에서 스타로 도약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반짝 성공 이후 더 이상 그만큼의 활약을 재현하지 못했다. KT 입단 이후 재기를 노렸으나 지난해 7월 자신의 차 안에서 길을 지나는 여성을 보며 음란행위를 했다가 적발돼 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 조치가 내려졌다.

이로써 이태양과 유창식은 향후 제재가 종료되거나 취소되기 전까지는 KBO 리그에서 선수 및 지도자 또는 구단관계자 등 리그와 관련된 일체의 활동을 할 수 없다. 미국, 일본, 대만 등 KBO와 협정을 맺은 해외리그로의 진출 역시 전 소속 구단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2012년 KBO 리그에 최초로 승부조작 파문을 몰고 온 박현준과 김성현이 같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유창식 복귀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사실상 퇴출

변수는 유창식이다. 영구 퇴출로 사실상 야구계 복귀 가능성 자체가 막힌 이태양과 달리 유창식은 3년 후 복귀 자체는 가능한 상황. 유창식은 아직 군미필이다. KBO리그와 관련한 활동은 못해도 군 복무를 하는 건 문제가 없다. 징계를 이수하는 동안 약 2년간은 현역병 복무로 때운다면 실질적인 징계는 1년밖에 안될 수 있다. 징계가 끝난 후 다시 재기를 노릴 수도 있다.

유창식에 대한 징계 수위는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였다. KBO리그로서는 어쨌든 자진신고를 한 이상 선처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야구팬들은 유창식이 자수한 이후에도 혐의를 은폐-축소하려는 조짐을 보였고 불법도박 등이 추가로 밝혀진 사실을 감안하면 굳이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일부 팬들은 유창식의 군복무 기간은 징계 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이미 유창식의 재기가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현 소속팀인 기아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건이다. 기아는 아직까지 유창식에 대하여 자체 징계를 결정하지 않았다. KBO의 징계가 확정된 이상 기아 구단 역시 어떤 식으로든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다. 기아가 만일 유창식을 방출한다면 사실상 이태양과 마찬가지로 야구계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이론적으로 징계가 끝나는 3년 뒤 다른 구단과 계약할 수도 있지만 프로 데뷔 이후 몇 년간 실력으로 보여준 게 없는 데다 이미지가 최악으로 추락한 유창식을 받아들일 구단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상현의 경우는 이태양-유창식의 사례와는 또다르게 동정론도 약간은 존재한다. 혐의 자체는 민망하지만, 어쨌든 야구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승부조작 같은 대형 범죄까지는 아니고 개인적 일탈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히 댓가를 치렀다는 반응도 적지않다.

하지만 성범죄에 엄격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징계만 받았다고 가볍게 끝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항상 수많은 대중을 상대해야하는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김상현이 경기에 나올 때마다 수많은 여성팬이나 가족팬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주겠느냐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복귀한다고 해도 올해 만 36세로 이미 선수로서 적지않은 나이라 재기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김상현의 KT 영입을 주도했던 은사 조범현 감독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면서 복귀 가능성은 더욱 줄었다. 김진욱 신임 감독은 지난해 SNS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장성우에 대해서는 스프링캠프 합류 기회를 허용했지만 김상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KT는 아직까지 구단 차원에서 김상현의 복귀에 대하여 이렇다할 검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몰락이 주는 교훈은 결국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도 야구보다 인성과 자기관리가 우선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이는 그들에게 다음 기회가 과연 주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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