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이(BJ, Broadcasting Jockey의 약자)는 인터넷방송에서 방송활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실시간 개인방송의 대중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비제이를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숭희씨는 '투깝스'란 이름으로 현재 아프리카TV에서 '노래하는 비제이'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온라인공간에서 인기를 얻어 나가고 있다. 성장기 무렵 남들과 다른 탁월한 노래 실력으로 14세 무렵부터 7년 가까이 몇몇 가요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보냈지만, 이숭희씨가 바라던 가수데뷔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5년 넘게 여러 아르바이트 및 자영업을 하며 20대 후반 나이에 나름 기반을 다질 수도 있었지만, 이숭희씨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운명과 같은 음악을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다시 돌아와 그가 선택한 길은 '노래하는 비제이'였다. 남자의 강한 힘이 느껴지는 허스키하면서 깊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1년 넘게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진행해온 실시간 개인방송에서 많은 곡을 불렀고, 때로는 전국을 누비며 버스킹을 펼쳐 관객을 만나 왔다.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상에서 자신의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어도 그런 기회가 너무도 소중하다는 투깝스 이숭희씨. 인기 비제이로 활동 중이지만 프로가수가 되기 위한 노력도 서른 살이 된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이숭희씨와 19일 오후 4시 홍대 부근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1때부터 연습생 생활...데뷔 기회는 오지 않았다

 BJ 투깝스 이숭희

BJ 투깝스 이숭희 ⓒ 이숭희


- 원래 노래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나?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몇몇 가요기획사의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노래에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특히 어머니의 적극적 지원이 없었더라면 힘들었을 거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귀가가 항상 늦었는데, 여섯 살 때 놀이터에서 놀며 기다리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황급히 내려가려다 그만 미끄럼대에서 떨어져 부딪혔다.
그 일로 인해 한쪽 귀의 청력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어머니는 당신 때문에 내가 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아픔을 갖고 계셔서, 나의 노래하는 재능을 어떻게든 꽃피울 수 있도록 정말 많은 헌신적 노력을 기울여 주셨다."

- 왜 가수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연습생 생활을 포기했나?
"아무래도 사춘기 시절이다 보니 그런 생활을 하면서 방황과 반항의 시기를 겪었던 것 같다. 특히 18~19살에는 내가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한다는 우월감도 상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관리를 잘 못 해서 연습생 기간 동안 체중이 너무 많이 늘어났다. 몸무게를 정상적으로 만들게 되면 가수로 데뷔시켜주겠다고 했던 기획사 대표의 말이 생각난다. (웃음) 20살 때 혹독하게 해서 체중감량에 성공했지만 가수가 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이후 바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23살 때까지 가수 지망생 생활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 그 이후 어떤 일을 했나?
"아르바이트도 했고 서비스 관련 자영업을 했다.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였지만 장사에 소실이 있었던지 꽤 많은 돈도 벌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노래와 음악에 대한 갈증은 더 깊어졌고, 일에 소홀해지다 보니 2014년에 망하고 말았다. 실의에 빠져있을 때 후배 한 명이 찾아와 한 대형마트의 전국 각 지점에서 버스킹할 기회가 주어졌고, 재작년 장기간에 걸쳐 공연할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같은 해 다른 후배와 함께 부천에서 액세서리 사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사무실 임대 관련 사기를 당해 큰 손해를 입기도 했다. 남은 액세서리 홍보 수단으로 인터넷 방송 매체를 활용해 보자는 생각을 했고, 모 인터넷방송에서 하루 동안 토크 위주로 진행을 했는데 재미도 있고 반응도 좋아 아프리카TV로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노래하는 BJ 뚜깝스

 BJ 투깝스 이숭희

BJ 투깝스 이숭희 ⓒ 이숭희


- 언제부터 '노래하는 비제이'로 활동을 했는지?
"작년 2월부터였다. 후배와 함께 '투깝스'로 비제이명을 짓고 토크 위주의 방송을 하다가 소재 부족으로 노래를 조금씩 우리 방에 들어오는 분들에게 들려줬다. 노래를 꽤 잘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접속자 수가 증가하면서 나는 '노래하는 음악 비제이'가 되었고 후배는 그만두었다. 어느새 1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음악방송을 위한 한 주 스케줄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내 작업실에서 방송한다. 2시에 방송을 마무리할 때는 거의 없고 거의 5시까지 한 적도 꽤 많다. 서울과 전국 각지에서 버스킹 공연을 했을 때도 방송시간에 맞춰 실시간으로 중계도 하고, 다른 비제이들과 생방송 상에서 상호 교류하며 재밌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 하루 평균 몇 곡의 노래를 부르나?
"많을 때는 30곡 가까이 불렀던 것 같다, 방송에 참여한 분들의 반응이 미온적일 때 그 정도로 노래했던 것 같다. (웃음) 너무 많은 노래를 부르다 보니 성대 염려를 해주시는 팬들도 계시는데, 나름 목소리 관리를 잘하려고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은 평균 10~15곡 정도 노래를 들려 드리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주 6일 방송을 하다 보니 컨디션에 따라 더 적게 부른 적도 있다."

- 팬들이 인상적으로 말하는 보컬의 매력은?
"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속을 울렁거린다'란 글들을 많이 주신다. 듣는 이들의 감성을 움직이는 목소리란 이야기를 듣게 되니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부담감도 느끼게 된다."

- 함께 활동하는 음악 비제이 수도 많나?
"활발하게 지금 방송을 하는 분들은 대략 15명 정도 되는 듯하다. 아프리카TV에서 음악방송에 대한 관심도와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비제이들의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하다. 비제이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접속자들이 다른 방송으로 옮겨가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그나마 내 방송을 함께 해주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10대에서 60대이고 고정 팬들이 어쨌든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6~7명 정도 음악 비제이가 활발하게 방송을 했다면, 지금은 그때 보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세를 보여 나름 아프리카 TV 내 음악방송 발전에 작은 역할을 한 것 같아 보람된다."

- 그렇다면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해 온 일들이 있다면?
"다른 인기 비제이들이 주최했던 노래자랑에 나가 2위를 두 번이나 했다. 그 후 아프리카 TV 시상식에서 축하공연을 하며 '투깝스'란 음악 비제이의 인지도를 높였다. 운이 따라서인지 활동한 것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신다. 가끔은 음악방송과 무관하게 먹방도 하고, 상품을 걸고 퀴즈쇼를 개최하기도 한다. (웃음) 노래를 잘할 수 있는 보컬 트레이닝 시간도 간간히 마련해 음악방송 본연의 역할도 하려 한다."

- 음악 비제이를 하면서 보람된 점과 힘든 점이 있다면?
"비제이가 되어 노래하면서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점이 보람된 일이었고,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더욱이 노래로 다행히도 먹고 살 수 있어서 좋다. (웃음)

반면 하루 몇 시간씩 음악방송에서 노래만을 들려주는 것이 정답일까에 대한 고민과 고충이 있다. 음방 비제이는 풍부한 상상력과 빼어난 창작력을 지닌 작가 기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과연 그런 능력이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하는데 방송 후에도 좋은 컨텐츠 계발을 위한 독서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 가수의 꿈은 여전히 품고 있나?
"그렇다. 예전 <위대한 탄생>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중요한 시점에서 카메라나 무대 울렁증으로 실패한 적이 너무 많았다. 음악 비제이를 하면서 나 스스로 극복한 것도 많고 자신감도 생겼지만, 워낙 많은 커버 곡들을 노래해 부르다 보니 내 목소리가 뭔지 어느 순간부터 잘 모르겠다. 보컬 정체성을 제대로 찾은 후 반드시 재도전할 생각이다. 물론 살도 많이 빼야 한다웃음)"

-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인생을 많이 살지 않았지만 일이건 취미생활이건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그중에 음악은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고 재미있게 지금까지 해왔다. 앞으로도 계속 노래를 부를 것이고 해야만 한다. 혹시라도 나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생기고 늘어난다면 많은 격려와 사랑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투깝스 이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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