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프로축구 1부리그 에레디비지에는 한때 '빅리그의 전초기지'라는 애칭을 듣기도 했다. 호나우두, 호마리우, 로빈 판 페르시, 아르연 로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루이스 수아레스 등 네덜란드 리그를 거치며 유럽축구를 호령하는 슈퍼스타로 부상한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한국축구의 전설 박지성과 이영표도 네덜란드에서 유럽 경력을 시작으로 빅리거로 성장할수 있었다. 리그 자체의 경쟁력도 매우 뛰어나 아약스나 아인트호벤같은 강호들은 잘나가던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명문으로 통했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우물안 개구리로...

하지만 최근에는 더 이상 '믿고쓰는 네덜란드산'이라는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로 에레디비지에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네덜란드 팀들은 유럽클럽대항전에서도 상위 라운드 진출을 장담하기 힘든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했다.

세계축구계의 스카우트 환경의 변화로 빅리그 팀들이 재능있는 유망주를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영입해가는 구조가 되면서 네덜란드 리그가 지니고 있는 중개 무역 기지로서의 역할도 퇴보했다. 네덜란드 리그는 최근에는 빅리그는 고사하고 프랑스, 포르투갈,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에게도 추월을 허용하는 중소 리그로 전락했다.

 메시와 수아레스, 네이마르로 이어지는 MSN ⓒ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메시와 수아레스, 네이마르로 이어지는 MSN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최근 네덜란드 리그 출신으로 '월드클래스급' 선수로 자리매김한 경우는 사실상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후발주자가 나오지않는 상황이다. 수아레스는 2009/10시즌 35골을 터뜨리며 에레디비지에 득점왕에 올랐고, 이후 잉글랜드 리버풀을 거쳐 현재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수아레스와 함께 세계최강 공격진으로 불리우는 MSN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수아레스는 네덜란드-잉글랜드-스페인 3대리그에서 모두 득점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수아레스 이후로 네덜란드 리그 출신 공격수들의 행보는 저조하다. 수아레스에 이어 이듬해 NEC 네이메헌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던 벨기에  출신의 비욘 블레밍스는 이후 저니맨으로 여러 팀을 전전하다가 현재는 모국 벨기에 2부리그인 로열 앤트워프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11/12시즌 네덜란드 득점왕 바스 도스트는 2012년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햇으나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2014/15시즌 16골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꾸준하지못했고 감독과의 불화까지 겹쳐 지난해 8월 포르투갈 스포르팅으로 이적했다.

2012/13시즌 득점왕 윌프레드 보니(코트디부아르)는 한때 기성용의 스완지 팀동료로도 국내 팬들에게 친숙하다. 보니는 프리미어리그 데뷔 첫 시즌에 16골을 터트렸고 이듬해인 2014/2015시즌에도 전반기에만 9골을 뽑아내는 등  최근 네덜란드 리그 공격수 출신으로는 무난히 빅리그에 정착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해 후반기 맨시티로 이적한 이후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켈레치 이헤아나초에게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팀내 입지를 점점 상실했고 올시즌에는 스토크시티로 임대되었음에도 여전히 예전의 기량을 찾지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진출설이 거론되고 있다.

2013/14시즌 득점왕 알프레드 핀보가손은 현재 한국인 선수 구자철-지동원이 속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팀동료이기도 하다. 핀보가손은 이듬해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로 진출했으나 25경기에 출전하고도 수비수보다 적은 2골에 그치며 이듬해 그리스 올림피아코스로 임대되어서도 7경기 1골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핀보가손은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한 이후 15/16시즌에는 14경기 7골로 다소 부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시즌 전반기에는 6경기 1골의 성적만을 남긴채 부상으로 이탈하며 지동원이 '강제 주전' 원톱으로 올라서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 '먹튀'의 본격적인 이미지는 핀보가손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15시즌 득점왕이 바로 그 유명한 멤피스 데파이다. 아인트호벤 시절에는 박지성의 마지막 시즌을 함께한 팀동료였으며 네덜란드 축구가 기대하는 차세대 슈퍼스타였지만, 무려 2,500만 파운드(한화 약 381억 원)의 거액을 야심차게 EPL로 입성한 이후에는 '맨유 역사상 최악의 7번'이라는 오명을 들으며 먹튀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남 일 같지 않은 네덜란드 축구

지난해 29경기 2골에 그친 데파이는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올시즌에는 이브라히모비치, 래쉬포드, 앙토니 먀살 등과의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 거의 출장기회도 잡지못하며 방출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산 공격수의 흑역사를 잇고있는 것은 빈센트 얀센(토트넘)이다.15/16시즌 네덜란드 AZ 알크마르에서 27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던 얀센은, 16/17시즌을 앞두고 해리 케인의 백업자원 겸 경쟁자를 필요로 하던 토트넘의 러브콜을 받으며 빅리그에 입성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당시 팀내 입지가 불안하던 손흥민의 또다른 경쟁자로도 경계를 받았다.

하지만 얀센이 올시즌 토트넘 유니폼을 기록한 득점은 고작 3골에 불과하다. 그나마 모두가 페널티킥 득점이었고 리그에서는 1골(컵대회 2골)에 불과하다. 현재 토트넘은 리그에서만 경쟁자인 케인이 10골, 손흥민이 6골을 넣었고 얀센은 미드필더인 델레 알리(10골)와 크리스티안 에릭센(5골)보다도 득점이 적다.

얀센의 마지막 득점은 지난 10월 30일 레스터전이었고 최근에는 부상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우면서 경기감각마저 떨어졌다. 영국 현지 언론은 벌써부터 얀센은 토트넘 역사상 최악의 영입중 하나로 거론되는 공격수 로베르토 솔다도의 사례와 비교하여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네덜란드 리그 출신선수들의 경쟁력에 대한 신뢰감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네덜란드 리그를 거쳐 빅리그 진입을 노리지만 정작 수준높은 상위 리그에서 실력의 격차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공격수들의 경우 거품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한때 네덜란드 축구와 그 시스템을 본받아야할 유럽축구의 롤모델로 여겼던 시기가 있었던 한국축구에게도 마냥 남 일 같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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